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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가 1억?! 바나나도 1억?! 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글쎄요, 무척 어려운 질문이네요. 예술이 뭘까. 사전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예술은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의에 관해서 생각해 본다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 활동의 전반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의미적인 측면을 벗어나서 막연히 ‘예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떤 것은 예술이라고 여기시나요? 여기, 예술을 둘러싸고 벌어진 아주 재미난 사건들이 있습니다.

1억 원짜리 액자, 돈을 갖고 튀어라?!


(옌스하닝, take the money and run)

혹시 연극 ‘아트’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00년 초연 이후로 꾸준히 재연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 친구 세르주가 그림을 하나 샀습니다” 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세르주가 하얀 캔버스를 값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자 그를 이해할 수 없는 마크와 우유부단한 이반이 등장하는 블랙 코미디 작품이죠. 

그런데, 현실에서 ‘하얀 캔버스’를 1억 원 주고 구매하는 일이 믿으시겠어요? 물론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배경은 무대도, 프랑스도, 그렇다고 국내도 아닌 덴마크입니다. 덴마크 올브르에 있는 쿤스덴 현대 미술관은 옌스하닝이라는 미술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는데요. 이전 작품을 본 미술관 측에서 ‘연봉’이라는 주제로, 덴마크와 오스트리아의 평균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실제 지폐로 붙이는 작업이었는데요. 

미술관 측은 이 연봉 금액에 해당하는 1억 원가량을 전달했습니다. 작품 금액은 아니고 캔버스의 붙일 현금을 보낸 것이죠. 하지만 지폐가 잔뜩 붙어있는 작품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옌스하닝이 보낸 캔버스에는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았는습니다. 더불어 작가는 이 흰 캔버스의 제목을 ‘돈을 갖고 튀어라’라고 붙이면서, 논란을 더욱 뜨겁게 했습니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미술관 측에서도 의견은 둘로 갈렸다고 합니다. 이게 예술인지 아니면 사기를 당한 것인지를 놓고 꽤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미술관 측은 전시를 강행했고, 관람객들은 텅 빈 액자를 예술로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이건, 예술일까요?

바나나 하나가 1억이 넘는다고?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바나나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친근한 과일입니다. 마트에 가면 1송이에 3~4천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고, 편의점에서 1900원 정도면 한두 개쯤 들어있는 바나나를 구매할 수 있죠. 만약 여러분은 누가 바나나 1개를, 한 송이도 아니고 한 개를! 1억 4000만 원에 사라고 하면 구매하실 건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실제로 팔렸답니다.

201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문제적 작품으로 떠오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입니다. 이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작품은 아트 바젤 마이애미가 개막을 하자마자 팔립니다. 그냥 평범한 바나나를 은색 덕트 테이프로 붙여놓은 게 전부인데 말이죠. 사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바나나가 팔렸다기보다는 이 작품을 담은 인증서가 거래된 것인데요. 어쨌든, 바나나를 벽에 붙인 그 이미지 자체가 팔린 것은 사실입니다.

당연히 예상하시겠지만, 세계 곳곳에서 아주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휴대폰, 야구공, 고구마 등을 똑같은 모양으로 붙이며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혹자는 이게 예술이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중의 반응과는 별개로 아주 재미난 일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가 배고프다는 이유로 바나나를 뜯어먹어버렸거든요! 정말 놀랍지 않았나요? 갤러리 측은 경악하긴 했지만, 침착하게 새 바나나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코미디언’ 작품은 ‘바나나’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 아니라 ‘발상’에 의미가 있는 것임으로 작품이 훼손된 것이 아니라고 했죠.

이 사건 이후 SNS는 더 뜨거워졌고, 사람들은 이 바나나를 보기 위해 더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래서 갤러리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서 작품 전시를 중단하죠. 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바나나 1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 같나요?

어디까지 예술일까?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현대미술관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미술관 전시장 바닥에 검은 태로 되어 있는 안경이 놓여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벽에는 작품인 듯 설명하는 안내문도 붙어있었죠. 사람들은 이 안경 앞에 모여 감상하고, 사진을 찍어가는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안경은 17살 소년의 장난이었는데요. 소년의 이름은 카야탄. 그는 처음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 거대한 공간에 자리한 작품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색 담요 위에 놓여있는 봉제 인형을 보고, 이 작품에 감동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하죠. 그래서 바닥에 안경을 놓고 관람객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한 겁니다.

발생이 재밌죠? 이 장난이 너무했다고 생각하진 않는지 묻는 말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응수했다고 하죠. 17살 소년치곤 아주 당돌한 발언이죠? 미술관 역시 ‘제 2의 마르셀 뒤샹을 찾았다고’ 여유 있게 대처했죠.

오늘은 1억과 관련된 신비한 예술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어떠세요? 여러분은 예술이 뭔지, 느낌이 좀 오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카야탄의 “마음을 열고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와닿네요. 여러분이 보시는 예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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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