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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거짓과 장난이 있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강사 김태원 인터뷰

스토리 기획창작에서는 능력보다는 노력이 중요하고, 긍정과 낙관의 에너지가 필수

이 세상에서 거짓과 장난이 있어서는

Q. 최근에 빠져있거나, 열중하고 있으신 것이 있는가.


A. “어떻게 하면 좀 더 신나고 재미있게 놀까?”에 빠져 있다. 사실 본인의 성격이 다소 모자라서 그런지, 스토리콘텐츠산업에 뛰어들기 이전부터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억울함을 위로하거나 대변하고, 나아가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을 구상하고 표현하는 일로 하루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4년 전에 문득, 그동안 정작 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에는 많이 소홀했다는 반성이 들었다. 그때 모진(?) 결심을 하고, 스스로 현재의 행복을 찾는 노력을 시작했지만,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나부터 행복감으로 충만해 있어야 그것을 세상에 나눌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하루를 시작할 때면 오늘 하루를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무엇일까를 상상한다. 그게 꼭 노는 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책을 읽거나 골똘히 이론을 연구하고 정리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일도 포함해서, 아직 당분간은 ‘오늘 하루의 일상만을 생각하고 집중하면서 살자!’는 데 빠져있다.


Q. 스토리 기획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A. 창작자란 세상을 향한 관심이 누구보다 큰 사람이고, 세상 사람들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게 아주 많은 사람이다. 능력은 그 다음 문제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서툴면 서툰 대로 배우고 익히면서, 사람들과 우리가 삶을 사는 이유와 방향, 목표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그런 욕망이 평균 이상으로 높고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며, 직접 글을 쓸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사람들을 무엇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편하고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등 다시 말하면 약간은 전략적인 발상에 스스로 강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획창작 쪽에서 나의 역할과 비전을 찾게 되었다. 


Q. 처음 기획에 참여한 작품은 무엇이었나


A. 놀랄 수도 있겠지만, 처음 관심을 가진 콘텐츠의 영역은 파인아트(Fine Art)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분히 ‘귀족’들의 전유물 같은 순수미술을 ‘평민’들의 일상으로 되돌려주는 일이 의미 있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93년부터 5년 동안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파인아트갤러리를 열어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미술전시를 기획하고, 나아가 <조각가가 만드는 버스정류장은 어떻게 다를까요?>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미술작가들과 함께 공공시설물인 버스정류장을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고, <우리문화상품>이란 제목으로 공예작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열쇠고리나 책갈피꽂이(북마크), 명함지갑이나 컵받침 등 일상 생활용품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했던 프로젝트였어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기도 했고, 사업적으로도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기획자로서 보람이 컸던 프로젝트였다.


SBS의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와서 SBSi(인터넷회사)를 설립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사업경영을 이끌었는데, 한 2년여 하다 보니 공무원 같은 방송사 생활이 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Full 3D 애니메이션 제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Full 3D 애니메이션 작품이 <런딤(RUN=DIM)>이라는 로봇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우리나라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한국(MBC)과 일본(TV Tokyo)에서 동시 방영이 되었고, 극장용으로도 만들어졌다. <아크(ArK)>라는 작품은 미국에 팔기도 했다. 그러다 1991년에 만든 회사가 <초록뱀미디어>라는 드라마 제작사다. 그 첫 작품이 2003년 1월에 SBS에서 방영된 <올인>이었다.


Q. 좋은 스토리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A. 처음에는 사실 뭣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겠다 싶으면 닥치는 대로 집어 들고 기획하고 제작했다. 그러다 2006년 <주몽>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하던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매형께서 아이들에게 “여러분, <주몽>이 누군지 아는 사람?” 질문했더니, 아이들 중 몇 명이 동시에 “송일국이요!”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스토리를 기획하고 창작하고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로 만든다는 일의 무게감과 막중함을 온몸으로 느낀 부분이었다. 잘 만든 콘텐츠 혹은 스토리란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어렵고 무거운 질문일 수밖에 없다. 그저 이 각박하고 냉혹한 현실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웃이자 형제이자 선후배와 같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작고 큰 결핍을 위로할 수 있는 스토리, 나아가 그들의 건강한 욕망을 응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좋은 스토리라고 개념적으로 답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거짓과 장난이 있어서는

Q. 기획과 창작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이 세상에서 거짓과 장난이 있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음식과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음식은 사람들의 육체건강을 챙기는 것이고, 스토리는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이상, 돈을 버는 일, 그것도 많이 버는 일이 중요하지만, 음식과 스토리만큼은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일이다. 음식을 만들 듯이 스토리도 기획하고 창작하는 게 필요하다. 재료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만드는 일, 나아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얼마나 잘 소비될까 하는데 이르기까지, 나 자신의 명예나 소득에 앞서서 과연 사람들에게 좋을까, 건강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모색하고 추구해야 한다. 그만큼 보람과 성취의 크기도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


Q. 드라마나 영화의 기획과 창작을 꿈꾸는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스토리의 기획과 창작은 관념의 상상 영역에서 일어난 창작을 글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자질과 능력은 기본이다. 글을 쓰는 능력의 크기만큼 관념의 상상 영역에서 일어나는 창작(창의)의 크기가 결정된다. 왜냐하면 관념 속 상상과 창의도 글이라는 표현형태 또는 수단과 떨어뜨려 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 쓰는 능력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하나는 글 쓰는 능력을 타고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보다는 습관과 훈련의 결과라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글 쓰는 능력을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성과 논리가 밑받침되는 감성만이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감성을 키우는 노력에는 이성과 논리에 기초한 학습과 탐구가 자리해야 한다. 따라서 아무 글이나 쓴다고 해서 그것을 글 쓰는 능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잘 써야 하고 바르게 써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글을 깊이 읽고 체화시키는 노력, 학습하고 탐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Q.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시장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될 분야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 민족이 반만 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라고 말하지만, ‘글로벌 한류’로 대표되는 지금의 시기만큼 문화적으로 번성한 시절은 없었다. 우리는 기회의 시절을 살고 있고, 이 기회를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창작하는 데에는 오직 사람만이 필요할 뿐,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세계 일등을 할 수도 있는 사실상 유일한 분야가 바로 스토리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식지 않는 ‘글로벌 한류’의 시대를 살면서, 세계시장에 나설 수 있는 스토리 콘텐츠, 70억 세계인을 울리고 웃기는 스토리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도전해 보는 것, 매력적이지 않을까? 물론 출발은 낮고 작은 데로부터 시작해야겠다. 그 시작점도 이미 웹/인터넷이라는 더없이 훌륭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으니 매력적인 스토리를 창작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Q. 앞으로 선생님만의 향후 목표나 특별한 계획이 혹시 있는가


A. 몇 년 동안 창작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많은 창작자들이 거쳐 갔는데, 몇 달 동안의 교육만으로 창작자만의 홀로 서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비즈니스의 전선에서 애로사항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이미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전업 작가를 비롯해서, 창작아카데미 출신의 창작자들이 바람직한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창작자 에이전시>와 <파일럿콘텐츠채널>, 그리고 공동창작 등을 돕기 위한 창의적인 작업 공간(가칭 <창작카페>)를 만드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Q. 끝으로 이번 상상마당 강의에서 기대하는 점은 무엇이고, 수업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스토리 기획창작에서는 능력보다는 노력이 중요하고, 긍정과 낙관의 에너지가 필수이고, 패기와 도전의 자세가 기본 동력이 된다. 그런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에게는 수업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그 후의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도 늘 함께 하도록 애쓸 준비가 되어 있다.


인터뷰 및 정리. 박세윤(KT&G 상상마당 교육사업팀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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