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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에 매일 산행… 프랑코의 나이는 거꾸로 간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크로다 디 첸그레스 솔다’
프랑코 죤코가 오버행 구간을 오르고 있다. 그의 등 뒤로 3,000m급의 만년설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프랑코 죤코가 오버행 구간을 오르고 있다. 그의 등 뒤로 3,000m급의 만년설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탈리어로 ‘라 비타 에 벨라La vita è bella’이며 영어로는 ‘Life is Beautiful’이다. 1997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로, 유대계 이탈리아인인 주인공 귀도 오레피체(로베르토 베니니)가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가족을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인공 역할은 물론, 감독과 각본도 맡았던 이 영화는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외국어 영화상 등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이 중 로베르토 베니니가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음악상, 외국어 영화상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영화에는 로맨틱 코미디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섞여 있다. 귀도와 젊은 유대계 처녀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 실제 로베르토 베니니의 아내)는 결혼하게 되고, 몇 년 뒤 아들 조슈아를 낳지만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조슈아의 생일, 귀도 가족은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수용소 생활이 단체 게임이라는 거짓말을 했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천진난만한 조슈아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수용소 생활을 견디면서 1,000점 쌓기를 기다리고, 전쟁에 대한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귀도는 조슈아와 함께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까지 살아남지만, 미군이 진격해 온다는 소문에 혼란을 느껴 조슈아를 숨기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귀도는 아내 도라를 찾아 나서다가 나치에게 발견되어 총살당한다.


아버지가 죽은 사실을 모르고 밤새 수용소에 남아 있던 조슈아는 아침이 되서야 텅빈 수용소의 마당으로 나왔다. 그 순간 땅이 울리면서 수용소를 해방시킨 미군 탱크가 마당에 들어섰고, 조슈아는 1,000점을 쌓아 진짜로 탱크를 선물 받게 된 줄 알고 기뻐한다.

정상 능선의 너덜지대를 마지막으로 등반은 끝나지만 매우 위험한 하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 능선의 너덜지대를 마지막으로 등반은 끝나지만 매우 위험한 하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죤코

영화 속의 무거운 세상은 아니지만 매일 “인생은 즐거워”라고 외치며 사는 사람이 바로 프랑코 죤코Franco Gionco이다. 74세인 그는 나의 친구이며, 산악스키 스승이기도 하다.


20대에 아내와 함께 산악스키를 시작했지만, 당시 스키 실seal을 살 돈이 없어 각자의 스키 한쪽에만 실을 붙이고 부부가 손을 잡고 산을 올라갔다. 그러던 그는 마침내 산악스키의 달인이 되었고 27권의 산악스키 관련 책을 펴냈다. 그는 지금도 1년 중 3~4개월은 세계의 산을 여행하며 영상을 만들고 기사를 쓰거나 강연료를 받아 살고 있다.


그의 이런 경력 덕분에 독일 폭스바겐에서는 새로운 사륜구동 자동차가 출시되면 그에게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그의 모든 여행 경비를 제공한다. 그는 지원받은 자동차로 북유럽은 물론 히말라야, 미국, 중국 북경까지 거침없이 돌아다닌다. 말하자면 자동차와 산악스키로 갈 수 있는 곳을 다니는 게 그의 직업인 것이다.


그는 집에 있는 동안에는 거의 매일 산행을 비롯해 스키, 비아 페라타 등반, 산악자전거 등을 즐긴다. 필자는 8년 전 한국에서 죤코 부부와 함께 15일간 전국의 스키장은 물론 한라산 백록담까지 스키를 신고 올랐다. 그는 지금 멋진 통나무집에서 살며, 빌라를 3채 가지고 있고, 파가넬라 스키장의 주인일 만큼 산악스키를 통해 인생의 가치와 부를 쌓았다. 나는 그와 산행을 할 때마다 ‘인생은 이렇게 즐기며 사는 거야’라는 것을 배운다.

중단 역층의 암각은 날카롭고 깨지기 쉬워 등반에 매우 신중해야 했다.

중단 역층의 암각은 날카롭고 깨지기 쉬워 등반에 매우 신중해야 했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반한 솔다

죤코와 함께 만년설 위의 비아 페라타 ‘크로다 디 첸그레스 솔다Croda di Cengles Solda(3,375m)를 오르기로 했다. 인구 400명의 작고 아름다운 고산마을인 ‘솔다Solda’는 남 티롤 알프스의 최북단, 스텔비오Stelvio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산 모리츠San Morit’와 오스트리아의 만년설 산들과 국경을 이룬다. 솔다 위로 솟아 있는 오르틀러, 그란 제브루, 몬테 제브루의 3형제봉은 1,300~1,600m에 이르는 수직의 북벽을 가지고 있어 ‘티롤 알프스 3대 북벽’이라 불린다.


솔다는 오랜 등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동계 스포츠의 꽃인 고산 스키장부터 4,000m급 고산 등반과 히말라야 원정 등반을 위한 훈련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2,600m에 위치한 ‘치타 디 밀라노 산장Città di Milano Refuge’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곳은 수많은 하이킹과 트레킹, 비아 페라타Via ferrata(와이어 안전장치가 설치된 등반루트) 등반, 암·빙벽 등반을 위한 출발점이다. 겨울에는 44km에 이르는 솔다 스키 슬로프가 인기를 끈다. 매년 10월 중순 오픈하는 솔다 스키장은 다음해 5월 초까지 개장해 인근의 다른 스키장들보다 더 오래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위대한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는 이곳을 자신의 삶의 정착지로 선택해 여름철 가족과 함께 히말라야 야크Yak 30여 마리를 방목하며 살기도 했다. 메스너는 이탈리아 6개 지역에 세운 ‘메스너 마운틴 뮤지엄Messner Mountain Museum(MMM)’ 중 한 곳을 이곳에 개관했다.

푸른 창공을 수직으로 오르는 74세의 죤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등반과 모험을 즐기며 멋진 삶을 산다.

푸른 창공을 수직으로 오르는 74세의 죤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등반과 모험을 즐기며 멋진 삶을 산다.

붉은 오렌지빛 화강암 암벽의 운치

솔다에 있는 칸젤Kanzel 스키 리프트(1,860m)의 계곡 역에 차를 세웠다. 이곳에서 출발해 알프레도 세리스토리산장Ref. Alfredo Serristori(2,721m)까지 2시간 3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작은 고산 호수를 지나 대리석같이 매우 미끄러운 석판 위를 걸어 비아 페라타 등반 시작점에 도착해 간식을 먹고 장비를 챙겼다. 등반 초반부터 팔힘을 쥐어짜야 했다. 하단을 올라서 오른편 테라스 위를 횡단한 후 오버행을 올라야 했다.


정상에 오르기 전 마지막 디에드르Diedre(책을 세워서 펼친 모양의 바위)는 일반적인 비아 페라타 등반과는 많이 달랐다. 마치 마터호른 북벽을 오른 후 하산길에 만났던 회른리 리지의 돌판지대를 오르는 것 같았다. 붉은 오렌지빛의 화강암 암벽은 운치가 있었다.


바위가 노출되고 어려운 부분은 강철 와이어 로프와 철 핀이 설치되어 등반을 도왔다. 바위를 오르는 내내 발아래로 펼쳐지는 오르틀러산군의 파노라마와 티롤 알프스 3대 북벽의 풍광은 일품이었다.


3,375m의 정상에 섰다. 안젤로 그란데, 시마 베르타나, 세베데일, 그란 제브루, 오틀스, 발 베노스타, 레시아호수까지 오르틀스-세베데일 그룹의 봉우리에서 가장 멋진 파노라마 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멋진 등반을 할 수 있는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웠다.

정상에 선 죤코와 필자.

정상에 선 죤코와 필자.

비아 페라타 크로다 디 첸그레스 솔다

난이도  매우 어려움 

시작점  칸젤 스키 리프트, 솔다주차장 

등반 시간  7~8시간 

길이  15.3km(어프로치 포함) 

고도  1,860~3,371m(고도차 1,51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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