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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월간산

유달산, 다도해 풍경의 종착역

목포 유달산~고하도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용머리해안부터 해안동굴까지 이어지는 고하도 해상데크 산책로. 총 길이는 1.8km. 출렁거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낀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용머리해안부터 해안동굴까지 이어지는 고하도 해상데크 산책로. 총 길이는 1.8km. 출렁거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낀다.

봄의 문턱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목포로 향한다. 목포는 항구고 호남선의 종착역이다. ‘유달산儒達山에 오르지 않고는 목포에 다녀왔다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목포여행의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이고 다도해로 이어지는 땅 끝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영혼이 거쳐 가는 산이라 하여 영달산으로도 부른다. 


그렇다고 목포의 상징적인 유달산이 높지는 않다. 해발 228m. 숫자만 보고 산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금강산의 여름 별칭인 개골산으로 불릴 만큼 산세도 빼어나다. 작고 높지 않은 바위산이지만 칼날 같은 암봉들이 많다. 정상에서 목포시내는 물론 목포 앞바다부터, 영암, 무안, 신안 섬까지 다도해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유달산 정상 일등바위. 이곳에 서면 목포대교와 고하도, 목포시 전경 그리고 저 멀리는 진도대교까지. 반대쪽으로는 삼학도, 영산호까지 펼쳐지는 풍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유달산 정상 일등바위. 이곳에 서면 목포대교와 고하도, 목포시 전경 그리고 저 멀리는 진도대교까지. 반대쪽으로는 삼학도, 영산호까지 펼쳐지는 풍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시작은 노적봉에서

유달산은 등산로 정비가 잘되어 있고 특별한 준비 없이도 가벼운 등산으로 생각하고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문화유적이 많아서 역사탐방하기에도 좋은 산이다. 유달산 등산코스는 여러 길이 있지만 노적봉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오르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유달산의 정상인 일등바위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목포시내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목포 최고의 뷰 맛집이다. 정상인 일등바위까지 다녀와도 왕복 3km. 산책이라 하기에도 짧은 코스이다. 살방살방 친구와 손잡고 봄맞이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다. 다도해 일출산행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걷는 수고에 비해 너무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


들머리인 노적봉은 홀로 외롭게 서있는 해발 60m의 바위산이다. 원래는 유달산의 봉우리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홀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이엉으로 전체를 덮어서 군량미로 위장해 왜군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노적봉을 지나 불과 10여 분만 계단을 오르면 목포시내 조망이 뻥! 뚫리는 달선각에 도착한다. 마치 엄청 높은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다. 방금 만나고 왔던 노적봉도 이곳에서 보니 참 장엄하다. 도시 배경만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멋질까! 게다가 오르는 중간에 유달산장이란 카페도 있다. 힘들면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갈 수 있다. 

많은 탐방객들에게 사랑 받는 해상데크길의 포토존 ‘낭만’

많은 탐방객들에게 사랑 받는 해상데크길의 포토존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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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와는 뗄 수 없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를 지나면 유달산 최고의 전망대 유선각이다. 이곳에선 목포시내와 삼학도, 목포연안여객터미널, 고하도까지 시원스럽게 열린 뷰를 즐길 수 있다. 유선각의 현판은 1951년 신익희 선생이 목포를 방문할 때 유달산에 들러 남긴 글씨이다.


유선각을 지나면 일제 강점기에 시민들에게 정오를 알리던 오포대가 있다. 1909년 설치되었는데 지금은 유달산공원의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포탄 없이 포구에 화약과 신문지를 넣고 쏘아 굉음과 함께 목포 상공에 휴지가 흩어지면 시민들에겐 “오포 텄다. 점심 먹자”라는 신호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 말기 일본이 전쟁수행을 위한 공출로 오포를 걷어가 버렸고 지금의 오포대는 1988년 12월 다시 복원한 것이다.


유선각에서 일등바위로 오르지 않고 능선길로 들어서면 목포해상케이블카 승강장 전망대에 다다른다. 바다 건너 고하도로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케이블카 행렬과 목포 앞바다 그리도 목포대교까지 360도 파노라마 풍광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케이블카를 탑승하지 않아도 이렇게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용처럼 길게 누워 있는 고하도와 목포대교가 참 멋지게 어우러진다. 


마당바위에서 목포대교 뒤로 펼쳐지는 다도해를 조망하고 유달산의 정상인 일등바위로 올라간다. 하늘을 향해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에서 살아 있는 힘이 느껴진다. 계속되는 계단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단지 210m. 올라갈수록 시야가 점점 넓어진다. 저 멀리 신안섬으로 들어가는 천사대교도 보인다. 

고하도 해상데크 산책로에서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이순신 장군 동상.

고하도 해상데크 산책로에서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이순신 장군 동상.

드디어 일등바위. 이곳에 서면 360도 파노라마로 목포 주변의 모든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목포대교와 고하도, 목포시 전경 그리고 저 멀리는 진도대교까지. 반대쪽으로는 삼학도, 영산호까지 펼쳐진다. 일등바위에서 멋진 조망을 즐기고 소요정을 지나 이등바위로 향한다. 일등바위와는 달리 둥글동글한 바위들이 뭉쳐 있다. 방금 지나온 소요정과 일등바위를 품은 봉우리가 심산유곡 느낌을 물씬 풍긴다. 


마당바위로 돌아가는 길. 계단과 돌길만 걷다가 나무가 가득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마음이 여유로워지며 발걸음도 늦춰진다. 나무가 드리워준 그늘을 양식 삼아 꽤 넓게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 길에서 만난 마애불이 부드러운 미소로 맞이해 준다. 커다란 바위에 높이 370cm, 너비 160cm, 음각형태로 새겨진 마애불이다. 머리에는 관을 쓰고 볼은 통통한 부처님이 참 친근하게 느껴진다.  마당바위에서 노적봉까지는 올라왔던 길이다. 짧지만 굵은 유달산 산행을 마치고 고하도로 향한다.

이순신 장군의 얼을 기리고자 13척 ‘판옥선 모형’을 격자형으로 쌓아올린 고하도전망대. 옥상의 옥외전망대에서는 목포시내뿐 아니라 목포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얼을 기리고자 13척 ‘판옥선 모형’을 격자형으로 쌓아올린 고하도전망대. 옥상의 옥외전망대에서는 목포시내뿐 아니라 목포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다.

용의 기운을 듬뿍 받는 고하도 트레킹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대승한 후에 107일 동안 머무르며 전열을 정비했던 곳이고 우리나라 최초로 육지면陸地綿재배지이기도 하다. 바다로 둘러싸여 예전에는 배를 타고서만 갈 수 있었으나 2012년 6월 29일 개통된 목포대교를 통해서 목포북항으로 연결되었고, 이제는 목포해상케이블카로 유달산과 연결되었다.


푸른 바다 위,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비경 위로 감동이 밀려오는 해상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케이블카에서 목포시내 전경은 물론이고 다도해와 목포대교의 풍경을 즐긴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발 아래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위를 날아가는 느낌이다. 감탄사를 연발하다 보면 어느새 고하도승강장.


고하도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다. 전체거리는 약 1.8km, 고하도 둘레를 걸을 수 있도록 데크길을 조성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승강장에 내려서 고하도전망대를 거쳐서 용머리까지 데크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고하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관망하면서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책로이다. 


유달산을 오르며 눈여겨보았었던 길, 고하도 해상데크길. 지난번에는 고하도전망대만 보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고하도승강장에서 내려 유달산을 바라본다. 아침에 걸었던 그 유달산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고하대승강장으로 가는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는 수채화 같은 비경 위로 펼쳐지는 해상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고하대승강장으로 가는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는 수채화 같은 비경 위로 펼쳐지는 해상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고하도승강장에서 전망대까지는 150개의 ‘150세 힐링건강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힐링이라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 계단길이 부담스러우면 보행약자용 둘레길을 걸으면 좀더 편하다. 


고하도전망대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리 후 107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었던 고하도에 이충무공의 얼을 기리고자 13척의 ‘판옥선 모형’을 격자형으로 쌓아올린 건물이다. 2~5층은 목포관광을 소개하는 전시장이고, 층마다 작은 전망대가 있는데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옥상에는 옥외전망대가 있다. 4방향 360도로 목포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옥외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상데크길은 한 폭의 그림이다. 용머리부터 해안동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해상데크길은 양 방향으로 나누어진다. 오른쪽은 해안동굴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용머리해안 방향이다. 해안동굴로 먼저 갔다가 용머리에서 용오름숲길로 걷기로 한다.


‘항구’라는 글자 모양의 포토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해상데크길 중간의 투명바닥은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다. 해안을 따라 가는 해상데크길에선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패인 다양한 해안절벽이 펼쳐진다. ‘낭만’이라는 글자 모양 포토존을 지나니 길 끝에는 일제강점기 말기에 일본이 연합군의 공격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진지동굴이 있다. 제주에서도 많이 보았던 그 진지동굴이다. 


이제 용머리 쪽으로 향한다, 용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승천하는 전설이 있는 용머리가 있는 해안으로 가는 길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고하도의 상징인 용 조형물이 있다. 용머리 위로 목포대교가 바다를 가로질러간다. 이곳은 일몰명소이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환상적인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유달산의 태양이 일출에 앞서 삼학도를 배경으로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유달산의 태양이 일출에 앞서 삼학도를 배경으로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해상데크길을 걷고 난 후에 용오름숲길로 올라섰다. 한적한 숲길에 솔잎 향기가 더해지고 가끔 이름 모를 새까지 지저귀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넓지 않은 오솔길은 두 사람이 같이 걷기에 그만이다. 산책하듯 데이트하듯 숲길을 걷는다. 조금 전 해상데크길과 같은 바람일 텐데 완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살짝 오르내림도 있어서 운동 삼아 걷기 좋다. 걷다가 쉬고 싶을 때쯤이면 영락없이 ‘전망좋은곳’이 나타나고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정상인 말바우를 지나 둘레숲길 입구에 도착하면 용오름숲길은 끝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가야 하므로 고하대승강장까지 왔던 길을 다시 걷는다. 산책을 끝내고 보니 전체거리가 약 7.2km. 2시간 소요되었다.


항구도시 목포의 아름다움은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과 고하도를 함께 보니 그 진면목이 드러났다.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 본 목포의 모습은 세계 어느 미항에 못지않은 매혹적인 자태이다. 높지 않아도 진도까지 시원스레 펼쳐진 남해안 조망을 선물하는 유달산에 반하고, 고하도를 걸으며 항구 도시 목포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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