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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단독 최단 시간 일시종주 이하늘!

13일 만에 백두대간 700여㎞ 주파하다…

남편 양희종씨의 지원으로 대간 고개에서 차박하며 매일 40~60㎞ 산행

8월 24일 진부령에 도착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13일 9시간 11분 동안 735km를 걸었다.

이하늘(코오롱스포츠·가민코리아 엠베서더)씨가 백두대간 단독 일시종주에 나서 13일 9시간 11분의 기록으로 마쳤다. 지리산 중산리를 출발하여 북진했으며, 도로가 지나는 대간 고개에서 차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8월 11일 오전 6시 20분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출발하여, 8월 24일 오후 3시 31분 진부령 도착했다. 총 735㎞를 걸었으며, 하루 평균 52㎞를 걸었고, 하루 평균 3,593m의 고도를 올랐다. 실로 놀라운 기록인 것. 

8월 11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출발하기 직전의 이하늘씨.

하지만 현재 백두대간 일시종주 최단 시간을 측정한 공식 기록은 없다. 등산은 기록 갱신을 목적으로 하는 경기의 개념이 아니기에 최단 시간 일시종주를 공식 집계한 바 없다. 비공식 집계로 어느 산악회의 누가 11일 만에 완주했다는 등의 소문은 있지만 객관성을 증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대간 종주의 화두인 비법정 구간을 불법으로 진행할 것인지, 우회할 것이냐는 종주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계 최단 시간 기록을 집계하는 FKT(Fastest Known Time) 사이트에는 국내에 백두대간 트레일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 공식 트레일로 외국에 알려져 있지 않기에 최단 기록 집계도 그동안 되지 않았던 것. 이번 기회를 통해 이하늘·양희종씨 부부는 FKT에 백두대간을 공식 트레일로 등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짐을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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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31세 여성인 이하늘씨가 놀라운 기록으로 최단 시간 완주 기록을 세웠으나, 설악산 한계령에서 마등령에 이르는 대간길을 우회했다는 점이다. 당시 태풍으로 입산통제가 되어 눈물을 머금고 도로를 따라 걸어서 우회하여 대간을 완주했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 FKT에 따르면 4,300㎞의 장거리 트레일 PCT의 경우 돌발적인 산불로 코스를 우회한 경우에도 최단 기록으로 인정했다. 천제지변에 의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우회는 공식 기록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하늘씨의 13일 9시간 11분의 기록은 합법적인 코스의 최단 시간 일시종주 기록인 것.

무게 대비 열량 높은 에너지 음료를 마셨다

트레일러닝 선수도 아니고 어떻게 여성이 최단 기록을 세웠을까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과거 이력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녀는 남편인 양희종씨와 함께 전 세계 장거리 트레일 여행을 해온 ‘두두부부(두 바퀴 두 다리로 여행하는 부부)’로 월간山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소개된 이름이 알려진 ‘장거리 하이커’이다.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인 PCT Pacific Crest Trail(4,300㎞)·AT Appalachian Trail(3,500㎞)·CDT Continental Divide Trail(5,000㎞)를 완주한 ‘트리플 크라우너Triple Crowner’ 부부이며, 이하늘씨는 한국 여성 최초의 완주자다. 


코로나로 세계 여행의 길이 막히자 이들은 국내에서 모험적인 도전을 이어갔다. 2020년 1월 부부가 함께 백두대간을 37일 만에 첫 완주한데 이어, 같은 해 9월 이하늘씨가 홀로 도전하여 17일 만에 완주했다. 이 기록도 상당히 빠른 기록으로 하루에 최소 40㎞를 주파해야 가능하다. 또한 합법적인 완주를 위해 비법정 구간은 모두 도로를 따라 우회한 거리까지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기록인 셈이다.

몸이 힘들어도 잠들기 전에는 스트레칭과 회복 훈련을 했다.

당시 이하늘씨는 “어떤 분이 ‘남편을 따라서 걸은 것이냐?’고 물었던 게 잊혀지지 않았다”며 과연 ‘혼자서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두 번째 일시종주에 나서, 보기 좋게 성공했다.


“지난해 일시종주에 성공하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답을 얻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일시종주 동안 늘 스스로에게 관대했고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어요. 두 번의 태풍을 만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어요. 이번에는 좀 더 스스로와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 위해 다시 일시종주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이하늘씨는 17일보다 더 짧은 시간에 완주하기 위해 ‘패스트 패킹FAST PACKING’ 방식을 적용했다. 방대한 영토의 미국에서 유래한 하이킹 방식으로, 최소한의 짐과 식량으로 산행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적정 구간마다 식량과 식수 지원을 남편 양희종씨가 했다. 또한 남편 양씨는 틈틈이 종주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직접 편집까지 하여 11월쯤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8월의 폭염은 산행을 극한으로 몰고 갔다.

이하늘씨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굳이 한 장면만 뽑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매순간 재미있었고, 매순간 힘들었어요. 더위와 비와의 싸움이었고, 여름 백두대간의 거친 수풀과의 싸움이었어요. 우거진 거미줄과 멧돼지, 뱀 같은 야생동물도 힘들었어요. 또 배고픔과의 싸움이었고 무엇보다 스스로와의 끊임없는 싸움이었어요. 하지만 백두대간의 멋진 풍경은 이런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동력을 주었어요.”


그녀는 즉흥적인 도전이 아니었으며, 차곡차곡 진행되어 온 과정의 하나라고 이번 도전을 설명한다. 하늘씨는 “핑계를 대면서 모험을 피하기보다는 좀 더 스스로를 거친 환경에 내던지며 작년의 일시종주 기록을 깨고 싶었다”며 “작년의 나를 뛰어 넘는 것, 그것이 목표였고 이를 위해 반년 동안 운동량을 비롯한 여러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다리 곳곳에 테이핑을 했다.

올해 8월은 유난히 더웠고 폭우도 많았다. 어려운 악조건을 딛고 대간 일시종주에 성공한 그의 완주 소감을 들었다.


“감격스러워요. 한 번도 힘든 백두대간 일시종주를 세 번이나 하게 되다니! 지금까지도 믿기지 않아요. 작년에 홀로 일시종주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기록이었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1년 만에 재도전이라 의미 있는 도전이었고, 지금도 완벽히 만족스런 기록은 아니지만, 작년보다는 나아진 기록이라 스스로에게 뿌듯해요. 이번 일시종주를 위해 준비했던 6개월 이상의 시간 동안, 저 스스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백두대간의 장쾌한 풍경은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한 여름 백두대간 종주는 종일 산행해도 사람 한 명 마주치기 어려운, 비대면 시대에 어울리는 도전이지만, 사실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 모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누군가 피나는 노력으로 도전하고, 기록을 세우는 이도 있다. 산이 기록을 세우는 경쟁의 장소는 아니지만,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둬낸 초인적인 결과와 노력은 인정 받을만하다.


기자도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해보았기에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 어려움을 조금은 알고 있다. 그녀의 놀라운 성과와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비 맞고 풀에 쓸리는건 기본, 산 넘어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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