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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산행] 5세 아들과 62회 산행한 부부

행복한 모자母子 등산 사진으로 SNS 화제 된 등산가족 풀 스토리

엄마 아빠와 석모도 나들길을 걷는 김현재군. 엄마에게 먼저 “산에 가자”고 할 정도로 산행을 좋아한다.

엄마 아빠와 석모도 나들길을 걷는 김현재군. 엄마에게 먼저 “산에 가자”고 할 정도로 산행을 좋아한다.

‘어린이 산행’이라 하면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모자母子가 있다. 월간<山> 지난해 9월호 표지모델이자, SNS에서 2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엄마 전미은씨와 김현재(5)군이다. SNS에서 전미은씨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이렇게 선플만 가득한 계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사랑스럽다’,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져요’,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이렇게 행복을 전해 주다니 놀랍네요’ 등등 아이에 대한 사랑스러움과 사진에서 묻어나는 행복감에 감탄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보통 아이가 제 발로 걸을 수 있을 때 산행을 시작하지만, 전미은씨는 생후 113일째 되던 날부터 아이를 업고 산에 올랐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4년간 62회의 산행을 아들 현재군과 함께했다. 차량으로 올라 인증사진만 찍고 온 것이 아니라 1시간 이상 걸리는 진짜 산행을 아들과 함께했다. 남편 김연상씨와 함께한 시간이 많지만, 아이를 업고 오르는 시간은 전미은씨가 더 많았다. 그만큼 엄마 전씨는 등산에 진심이었다. 

“아기가 생기기 전부터 아이와 등산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임신 전 남편과 이탈리아 돌로미티 여행을 다녀왔어요. 캐리어에 업혀 트레킹하는 아기, 등산화를 신고 스틱까지 들고 오르는 아이들을 자주 마주쳤어요. 국내산에서는 볼 수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남편과 나중에 자녀가 생기면 우리도 꼭 아이와 함께 산에 다니자고 약속했어요.”

거제 노자산 표지석 앞에서 즐거워하는 김현재군과 엄마 전미은씨.

마라톤을 즐겼던 전미은씨는 뛸수록 무릎이 아팠다. 변화를 주기 위해 산에 다녔는데, 그때부터 무릎이 아프지 않고 몸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2014년부터 등산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남편도 연애 시절부터 아내와 함께 산행했으며 100명산 중 50개 이상은 올랐다. 특히 SNS에 올리는 모자 사진 중 상당수는 남편 김씨가 찍은 것이다. 아빠가 사진을 찍으니, 아이 표정이 밝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아들과의 첫 산행을 전미은씨는 아직 기억한다.  

“정확히 현재가 태어난 지 113일째 되던 날이었어요. 제가 워낙 등산을 좋아해서, 임신했을 때도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산에 다녔어요. 처음 아이와 올랐던 산은 제주도 어승생악이었어요. 완만하고 초보자도 가기 쉬운 코스여서 어렵지 않게 다녀왔어요. 그날 이후로 거의 매주말 아이와 가벼운 트레킹을 다녔어요.”  

전미은씨는 가족 산행을 담은 SNS 사진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지는 몰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는 아이를 낳은 뒤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부족해서, 육아가 힘들어서 좋아하는 등산을 한참 쉬어야 할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산을 좋아하는 게 느껴져요. 처음에는 산행 시작부터 캐리어에 업혀 잠들곤 했는데 점점 주변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나무나 풀을 만지면서 꺄르르 웃어요. 등산 가자고 하면 좋아하는 아이 모습이 뿌듯해요.”

올해 2월 거제 망산을 올랐다. 엄마 전씨는 수시로 아이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에게 산 즐기는 법 다시 배워

남편 김연상씨는 “아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고 말한다.

“저는 원래 실내 운동을 좋아하거든요. 수영, 농구, 배드민턴을 좋아하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마라톤과 등산을 다 해왔어요. 아내가 우리집 대장이라 원하면 어느 산이든 가고 있어요. 와이프는 처음 가는 외국도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알아서 산행 코스를 잡아서 계획해요. 아내가 계획을 짜면 저는 함께 가요.” 

아기 전용 캐리어를 멘다고 해도 같은 무게의 배낭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크다. 아이가 움직여서 그런 점도 있고, 움직임이 조심스러운 탓에 피로도가 훨씬 크다. 전씨는 아이와의 산행을 위해 별도로 운동을 했다. 특히 요가와 근력 운동을 집에서 자주 했다. 이를테면 아이가 칭얼거릴 때는 안고 스쿼트하기, 아이 재울 때는 함께 누워서 근력 운동을 했다. 일상 속에서 아이를 보살피면서 짬짬이 운동을 한 것. 


무작정 아이와 함께 산행을 시작하지 않고, 운동과 솔로 산행으로 체력을 끌어올린 후 낮은 산부터 시작해서 난이도를 높여 갔다. 코스가 짧고 완만한 산행지부터 시작해 점점 높은 산에 도전했다. 철저한 준비 덕분에 체력적으로 산에서 위태로웠던 적은 없다고 한다. 다만 길찾기에 실패해 조난 위험에 노출된 적은 있다. 

“태화산에서 산길을 잃어서 조난 당할 뻔한 적이 있어요. 구병산을 갔을 땐 산불방지 입산금지가 해제된 첫날이라 러셀이 전혀 안 되어 있었어요. 산길 자국이 없어서 엉뚱한 데로 갔는데 벼랑 앞이었어요. 월악산에선 생각지도 못하게 데크에서 미끄러져 다친 적도 있고, 남편이 벌에 쏘여서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어요.” 

산행 후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아이가 처음 간 곳에서 보는 다양한 풍경은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산행은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TV에서 보는 동물보다는 자연에서 뛰노는 실제 다람쥐, 개구리, 딱따구리·뻐꾸기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정확히 어떻게 감성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남편이 초등학교 교사인데, 교육적으로 보더라도 아이가 어릴 때 처음 간 곳에서 보는 다양한 풍경은 두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등산이라는 활동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고요. 또래보다 체력이 월등히 좋고 성장이 빠른 것도 있어요.” 

육체적인 성장 외에 뇌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번은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능선에 도착했는데 “엄마 누가 산에 선풍기를 틀었나 봐요”라고 말했다. 비가 온 뒤 계곡물을 보고서는 “계곡이 화가 났나 봐요. 왜 화가 났지?”라고 하고, 높은 산에 구름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 산이랑 구름이 얘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만의 순수한 표현이 산행의 순간들을 더 생생한 추억이 되도록 해주고, 어른들이 놓쳤던 찰나의 행복을 아이의 말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아이를 통해서 산을 보는 더 넓은 시야를 키우고 있다. 

“저는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이 좋아서 늘 정신없이 오르기만 했었는데, 아이의 이런 말을 들으면서 제대로 산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신선대에 올라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엄마와 아들.

 다만 안전을 위해서 겨울 산행은 자제한다. 춥기도 하지만 등산로가 미끄러워 위험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혼자 혹은 지인들과의 산행도 즐긴다. 전씨는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바위산을 좋아한다. 

“100대 명산을 다 하고 나서는 매주 설악산만 갔어요. 설악산이 너무 좋았어요. 너무 힘든데 너무 좋아요. 설악산은 대피소가 있어서 일출 일몰을 다 볼 수 있는 것도 좋아요. 대청봉에서 본 노을도 너무 예뻤고, 새벽에 본 무수히 많은 별도 좋았어요. 공룡능선도 좋고요. 설악산을 워낙 좋아해서 많은 분들이 저를 ‘설악맘’ ‘설악이 엄마’라고 불러주세요. 아이를 ‘설악이’라고 불러주는 분이 많고요.” 

그녀의 두 번째 취미는 요가다. 팔을 괴어 물구나무 서는 수준급 동작을 할 정도로 유연하다. 등산과 요가는 완전히 다른 취미이지만, 둘을 이용해 삶의 균형을 맞춘다.

“생각이 필요할 때는 산으로,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는 요가를 합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혼자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할 때는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반대로 요가는 동작과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요. 스트레칭 효과와 근력이 좋아지는 건 물론이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경기도 광명시 도덕산(201m)을 찾은 최연소 등산마니아 김현재군.

간혹 산에서 마주치는 등산객 중에 “아이가 고생”이라며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위험하다고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들에게 전미은씨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위험할 수 있어요. 놀이터도 키즈카페도, 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위험하지 않게 조금 더 신경 쓰고 주의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내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가장 아끼는 사람이 부모일 텐데. 부모가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기와의 산행 경험과 노하우에 있어서는 전문 산악인들보다 전미은씨가 전문가다. 히말라야 고산을 오른 등반가도 5세 이하 아이를 업고 60회 이상 산행을 한 이는 거의 없을 성 싶다. 전씨가 활짝 웃는 행복한 가족사진을 산에서 찍을 수 있는 건 그만큼 주의를 기울인 덕분이다. 캐리어에 태워 다닐 땐 체온이나 아이 컨디션을 수시로 체크했다. 걸어서 산행할 땐 장난치거나 나무뿌리에 발이 걸릴 수 있어 눈을 떼지 않고 아이와 함께했다.    

 

아이를 업고 산행하는 것이 무게 부담이 있기에, 늘 스틱을 사용했고, 무릎에 테이핑도 항상 했다. 때문에 등산 초보자는 아이와의 산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산행 경험과 체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즐겁게 다녀올 수 있다고 말한다. 

병목안캠핑장을 찾은 전미은씨 가족. 아빠 김연상씨가 찍기에 표정이 더 자연스럽다.

아이가 “산에 가기 싫다”고 하면… 

전미은·김연상 부부는 아이에게 등산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아이가 더 자라서 “산에 가기 싫다”고 하면, 데리고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이가 야외 활동을 워낙 좋아하고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서 열심히 등산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환한 미소로 답한다. 

“지난여름에 처음으로 아이와 일출 산행을 다녀왔어요. ‘햇님이 바다에서 뿅! 나타나는 걸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혹시 일출을 보지 못하면 새벽부터 산에 가자고 깨운 것이 미안할 것 같았는데 다행히 일출을 볼 수 있었어요. 아이는 일출보다는 랜턴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없었지만 요즘도 가끔 그날 본 햇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햇님이 바다에서 뿅! 올라오는 거 또 보고 싶다’고 해요.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조만간 다시 보여 주러 다녀와야겠어요.”

부모가 자녀에게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아이를 업고, 손 잡고, 안고 산을 오르내리는 일은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미은·김연상 부부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아닌 자연을 선물한다. 분명 김현재군은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제주 영주산(323m)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즐거워하는 엄마 전미은씨와 김현재군.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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