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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올라 뒤돌아서면... -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

- 총 거리 5.4km에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원점회귀형 코스

- 파사성을 오르는 길은 짧지만 강한 길, 파사성에서의 풍경은 환상적으로 유명해

- 인근 이포보 전망대, 천서리 막국수촌 등 즐길 거리도 다양


적당한 곳을 찾기가 힘들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적당히 걸으면서 산도 올라 정상에도 서 보고 둘레길도 걷고, 농촌의 풍경도 구경하고 강변의 경치도 즐길 수 있는 길, 적당하게 몸을 풀 수 있으면서도 근교로 적당하게 찾아갈 수 있는 길.


​그 '적당한' 것을 찾는 과정이 적당하게 노력하기 힘드니 그것이 문제다. 


​언젠가부터 눈에 계속 들어오던 여주 여강길, 그래 이 정도면 그 적당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 봄볕이 따갑던 그 날,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을 올랐다. 그 '적당함'에는 원점회귀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심정도 들어있었기에 지도를 보자마자 "오! 적당한데?!"하고 쾌재를 불렀음이다.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 코스 (네이버 지도)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 코스 (네이버 지도)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은 이포보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운 당남리섬 입구에서 출발, 파사성을 올라 남한강의 풍경을 내려다 본 후 산길을 따라 내려와 넉넉한 농촌의 풍경을 지나 야산을 넘어 되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이다. 


​전체 길이는 약 5.4 km에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반나절 적당하게 걷기 좋은 멋진 하이킹 코스이다.

여강길 앱

여강길 앱

작년 12월에 출시된 여강길 걷기 전용 앱을 설치해본다. 한 눈에 쉽게 기능을 볼 수 있고 따라걷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전 경기옛길 평해길을 걷기위해 경기옛길 앱을 설치했다. 이번에 여강길을 걷기위해 또 여강길 앱을 설치하고, 남해 바래길에서는 또 바래길 앱을 설치해야 한다면 이것은 굉장한 낭비가 아닐까 싶다. 


​한 앱에서 전국 둘레길의 정식코스를 한 번에 볼 수 있고 따라걷기와 인증을 할 수 있는 앱의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된다.

당남리섬 입구의 여강길 안내판과 스탬프함

당남리섬 입구의 여강길 안내판과 스탬프함

여강길 리본을 따라 이포보로 향한다.

여강길 리본을 따라 이포보로 향한다.

당남리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다. 바로 주차장 입구에 크게 여강길 안내표지판과 스탬프함이 있어 한 눈에 8코스의 시작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공원인 당남리섬은 여주를 대표하는 남한강변의 유원지이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휴장된 곳이다. 그래서일까 인적이 드문 이 곳이 주는 평화로움은 시작부터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아 참! 한가지 팁을 더하자면 이 파사성길은 2~3시간의 짧은 원점회귀형 코스이며 시종착지인 당남리섬 입구 외에는 음료나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므로 반드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당남리섬에서 천서리 쪽으로 식당과 편의점 등이 몰려있다.


​이제 출발해볼까? 


​앱을 실행하고 방향을 가늠해 걷기 시작한다. 앱을 확인하여 따라걷기도 좋지만 여강길 리본 및 스티커, 방향 안내판 등 다양한 길 표식이 잘 되어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걸어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관리가 잘 된 길이다.

이포보의 풍경

이포보의 풍경

맑은 남한강변과 이포보

맑은 남한강변과 이포보

강변길을 잠시 걷다보면 이포보에 도착하게 된다. 


​한 눈에도 멋진 위용을 자랑하는 이포보이지만 환경적으로 큰 문제와 논란을 야기한 사대강 공사를 하면서 세워진 보이다. 여주의 상징 새(시조)인 백로의 날개 위에 알을 올려놓은 형상으로 세워졌으며 이포에서 천서리 방면, 즉 우리가 걷는 8코스 쪽으로 전망대가 있고, 전망대에서 파사성 입구로 갈 수 있는 육교가 이어져 있다.


​"한강에 세워진 보는 다양한 논쟁을 부르는 시설물로 자연을 변화시키는 대규모 건설은 신중한 논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숙제를 남겨준 곳이기도 하다." - 여강길 홈페이지 중


​가만히 서서 보를 바라보노라니 우리가 흔히 "와, 멋진 풍경인데?" 하고 짧은 감탄을 보내고 지나갈 곳이 사실은 어떤 논란의 중심에 섰고 어떤 기능을 얼마나 하고 있으며 결국은 어떤 가치를 가진 시설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조금은 무거워진, 복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전망대와 연결된 육교를 건넌다.

파사성과 연결되는 보도현수교

파사성과 연결되는 보도현수교

이포보 전망대에서 파사성과 연결되는 보도현수교는 파사성 성문의 전통적인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주탑을 디자인화한 현수교이다. 여기에 관문의 느낌을 더해 여주시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설계되었다고 한다.


​꽤 아름다운 이 보도현수교를 따라 맞은편의 파사성으로 올라가는 임도로 바로 들어가게 된다.

​다리를 건너면 전원주택 공사가 한창인 작은 산비탈 마을 옆으로 난 길로 이어진다. 길을 따라 오르며 하나 둘 이 외곽지역에도 늘어나는 펜션과 전원주택을 볼 수 있다. 


​물론 자연과 함께 살고자, 천천히 살고자 다시금 귀촌을 하는 것을 무어라 할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나 서양식으로 디자인된 번듯한 새 건물들이 이 완만하게 오르고 굽어지는 산세에 영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인지라 그것이 내 못난 마음처럼 더부룩할 뿐이다.

파사성의 성벽이 보인다.

파사성의 성벽이 보인다.

완만하게 오르나 싶던 오르막길은 어느새 포장이 비포장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포장으로 바뀌기를 여러 번, 고도가 올라가면서 경사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나태해진 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산 오솔길이라거나 로프를 잡는 등의 거친 길이 아닌, 충분히 트럭도 오를만한 길이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고 오르막은 오르막인 법이다.


​중간에 물을 마시며 한 번 쉰 후 걸음을 이어가노라니 오래지 않아 저 윗쪽으로 파사성의 성벽 일부가 보인다. '생각보다 빨리 도달했구나.'하며 또한 간사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젠체하며 발걸음에 힘을 더 한다.


​이 여주 파사성은 파사산 정상부에 세워진 산성으로 성의 둘레는 1,800m에 최대 높이는 6.5m로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성이다. 6세기 중엽 신라가 한강 유역으로 진출할 때 쌓은 것으로 추정되며 임진왜란 때에는 서애 유성룡의 건의로 승군 총섭 의엄이 약 3년간 옹성과 장대, 군기소까지 설치하여 재건하였다고 한다. 


​고려 말의 이색과 조선 중기 유성룡이 이 파사성의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시로도 남겼다고 하니, 여강길에서 '풍경' 즉 '뷰포인트'를 찾는다면 반드시 올라가 봐야 할 곳이다.

파사성벽을 오르다

파사성벽을 오르다

뒤돌아서면 보이는 남한강과 이포대교, 이포보

뒤돌아서면 보이는 남한강과 이포대교, 이포보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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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그것도 오전대라 오르며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이 파사성에 오르니 하이킹을 즐기는 몇몇 분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 8코스를 역으로 걸어왔거나 다른 등산로를 통해 파사성을 오른 듯 나와는 반대로 스쳐지나가신다. 


​성벽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과연 이색과 유성룡이 시를 남겼을 만 하다는 풍경이 펼쳐진다. 아쉽게도 이포대교와 이포보가 막고 있지만 그 옛날에는 이포나루에서 오가는 나룻배의 풍경이 저 남한강 줄기에 아로새겨졌을 것이다. 기나긴 성벽과 오가는 병사들, 군기의 나부낌 사이로 푸르게 우거진 산하와 강의 조화는 과연 절경 중 절경이었으리라.


​성벽에 걸터앉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 풍경에 취해본다. 


​서울 및 근교에서 이렇게나 멋진 성벽을 따라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수원화성이나 남한산성을 가장 먼저 논하기 마련이지만 강화도의 남문과 남장대, 북장대 부근도 아름답고 한양도성 순성길이 낙산성곽길 구간도 '서울에 이런 곳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제 '내 마음속 성벽/산성 포인트'에 이 파사성길이 새롭게 추가된다. 

파사산 정상에 서다

파사산 정상에 서다

파사산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남한강 줄기, 정말 그 전체를 파노라마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이 파사성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좌에서 우로 시선을 돌리며 뿌듯함에 젖는다.


​산의 높이가 무슨 소용인가, 이 만큼이나 시원한 풍경과 가슴 깊은 청량감, 만족감을 준다면 그것으로 더 바랄게 없는 셈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풍경에 젖어들다가 이제 내리막을 향하기로 한다.

내리막길은 올라온 방향 그대로 산 정상을 지나서 성벽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산 정상을 지나 성벽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가 바로 우측의 수호사 방면 표지판을 따라 진행해도 길을 만나지만 현재 성벽 아래의 산길은 성벽의 붕괴, 낙석의 위험에 따라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계단으로 내려가지 말고 그대로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성벽을 나가 파사산 아래로 향하는 출구를 만날 수 있다. 

수호사 방면으로 내려간다

수호사 방면으로 내려간다

생각외로 미끄러운 내리막길

생각외로 미끄러운 내리막길

이제 수호사 방면으로 내려간다. 내리막길은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으니 중간의 갈림길 구간에서도 '수호사' 방면만 기억한다면 손쉽게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외로 내리막 경사도 꽤 있는 편이며 낙엽 등으로 미끄러운 구간도 있으니 조금은 더 발 밑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내려가다 보면 의외로 멋진 바위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어 파사산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굽이져 내려오다보면 어느새 잘 조성된 무덤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를 만나게 되고 조금 더 진행하다 오른쪽 길을 통해 천서1리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마을로 내려오노라니 낯선 이의 등장을 바로 알아챈 동네 개들과 닭들이 난리이다. 

뒤돌아서서 파사산과 마을을 바라보다

뒤돌아서서 파사산과 마을을 바라보다

그렇게 동네 개들의 격한 환영(?)을 등에 업고 평화로운 마을로 내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구슬땀을 흘리며 오르던 파사성은 어느덧 가려져 보이지 않고 그저 야트막한 동네 뒷산처럼 파사산이 순박하게 보인다. 무언가 억울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역시 산은 그 속을 봐야 아는 법이다.


​천서1리 마을을 지나 도로를 건너 핸더리들을 따라 여양1길을 만난다. 평화로운 농촌, 논과 밭 사이를 걷는 길로 신내천을 따라 걷다가 느네마을 방면으로 빠지게 된다.


​봄볕이 따사로움을 넘어 따가울 지경이지만 이 구간은 딱히 그늘이 없고 쉬어갈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도 이 때가 아니면 언제 일광욕, 광합성을 하겠는가? 그리 길지 않은 구간이니 기분좋게 논과 마을을 구경하며 산들산들 걷는다.

평화로운 논과 밭을 따라

평화로운 논과 밭을 따라

느네마을의 끝에서 야산으로 오른다

느네마을의 끝에서 야산으로 오른다

논밭을 따라 걷다 느네마을 방향 안내판을 발견하고 우측으로 접어든다. 작디작은 마을인 느네마을의 소박한 풍경을 즐기며 마을 뒷산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을 발견한다. 야자매트가 예쁘게 깔린,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이 오르막을 따라 산이 주는 아름다운 오솔길 풍경을 즐긴다. 마지막까지 참 잘 짜여진 길이라는 생각이다.

모두 꽃길만 걸으세요.

모두 꽃길만 걸으세요.

약간의 오르내림을 지나 야산의 정상에서 당남리섬 방면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오솔길에는 벌써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다. 올 한해 과연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 소박한 오솔길과 어우러지는 꽃의 풍경, 딱 이만큼만이라도 올해 걸었으면 좋겠는데... 싶은 마음이다.


​그 길의 아름다움, 소박함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마지막까지 걷는 이를 평안하게 만드는 길이라니, 참 곱고 순한 길이구나.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몸사위가 고마워 사진으로 담아본다. 


​그렇게 산을 내려오고 도로를 건너니 바로 당남리성 입구, 출발지이다. 멋진 원점 회귀를 한 셈이다.

천서리에 왔으니 막국수 한 번!

천서리에 왔으니 막국수 한 번!

도착지에서 여강길 앱을 종료하고 짧지만 참으로 '적당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정말로 '적당'해서 좋은 길이다. 


​깊은 만족감의 마무리는 역시나 그래도 하이킹을 끝냈다고 빌려오는 허기를 달래는 식사가 제격이다. 마침 천서리는 전국적인 막국수의 명소로 많은 막국수 전문점이 천서리에 몰려있다. '천서리 막국수' 자체가 지역의 명물이자 막국수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셈이다.


​시원하게 물 막국수를 할까, 비빔 막국수를 할까 고민 끝에 수육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비빔 막국수로 정한다.


​그렇게 배까지 채우고 나니 참 즐거운 여주 여강길 반나절 코스라는 생각이다. 


​이제 막 걷기를 시작하려는 지인이 있다. 이 정도의 코스라면 딱 그 첫 걸음으로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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