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의 유지와 관리보다 우선인 출렁다리와 짚라인
산을 오르다보면 다양한 현수교를 만난다. 흔히 ‘구름다리’라 부르는 그 다리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고마운 존재이자 그 자체로서 하나의 풍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 명이 걸어도 흔들거리는 아찔함은 또 다른 스릴이다.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길도 그렇다. 물론 멀쩡한 평지에 현수교가 있는 경우는 없다. 어느정도 고도가 있는 곳, 그 중에서도 둘레길 등 일반도로가 아닌 옛길이나 산책로의 경우 그렇게 현수교가 만들어져 걷기를 돕고 코스에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작년 초겨울, 감악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감악산 둘레길의 초입에 있는 현수교(감악산 출렁다리)는 당시 육지에서 제일 긴 현수교로 알려져 있어 주말에는 주차장에서부터 사람이 줄을 서서 바로 위의 현수교까지만도 한시간 이상 기다려 꾸물꾸물대야 들어갈 수 있는 명소였다.
평일, 그리고 영하로 떨어지고 얼마 전 첫 눈까지 내린 뒤라 그 현수교 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미끌거리는 걸음 속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리를 건너던 그 재미는 잊을 수 없다.
그 후 얼마되지 않아 ‘육지 최장의 현수교’라는 타이틀이 다른 지자체에서 만든 현수교로 넘어가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래도 감악산 명물 출렁다리가 불러일으키는 수 많은 관광객과 그로인한 경제력 파급효과에 다들 ‘옳다구나!’하고 무릎을 쳤음이리라.
이후 곳곳에서 현수교를 만든다는 뉴스가 연이어 터져나온다. 현수교로 부족한지 그 옆에는 짚라인, 짚트랙 등 아찔하게 고공을 활강할 레저 시설도 집어넣는 곳이 많다.
이젠 ‘산에 다리가 필요해서 만든’것이 아니라 ‘사람이 몰려들려면 당장 다리가 필요하니 놓을만한 곳을 찾아라’하고 지시하는 입장이다. 엉뚱함도 이 정도면 기가 막힐 정도이다.
다리를 놓는데에도 필연적으로 자연은 훼손된다. 그 많은 자재들과 인력들이 오고가며 지추를 박고 기둥을 세우고 두꺼운 쇠줄을 여맨다. 한동안은 자르고 용접하고 중장비가 오가며 산지를 들썩이게 한다. 한,두달로 끝나는 공사도 아니다. 몇 개월이냐고? 몇 년을 훌쩍 넘기는 공사기간도 부지기수이다.
짚라인은 더 엉뚱하다. 물론 파급되는 경제효과야 대단하다손 쳐도 적어도 최소한 ‘통행을 위한’ 목표를 가진 다리와는 아예 그 시작이 다르다.
매표소와 관리실 등 들어가는 시설은 필연적으로 더 많아진다. 산은 깎여내려가고 땅은 다져진다. 그 시설을 위해 원래 가졌던 산의 모습은 영영 옛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제 살을 내 준 산에 무엇이 돌아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연속의 산은 그 자체로 보물이다. 그리고 그 산에 난 길은 비록 인위적인 목적으로 인간이 오가며 만들었지만 그것 때문에라도 가치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와 산이 가진 풍경을 찾는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또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드는 길과 산에 대한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직 찾아오는 사람들만을 보고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도록 원래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우를 범한다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할 문제이다. 당장의 경제효과가 크고 언론을 통해 지역홍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 번 훼손된 자연은 다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참 재미있다.
우리는 교과서에 나왔던 대성동마을과 기정동마을의 국기 경쟁 이야기를 알고 있다. 서로 더 자신의 깃대를 높이 세우려고 경쟁하였으나 사실은 그게 큰 의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각 지자체는 자신들의 현수교가 더 길고 더 아찔하다며 경쟁이다. 도저히 길이에 자신이 없는 지자체는 짚라인, 짚트랙 등을 끼워넣어 경쟁성을 갖추려고 노력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몰려든 가장 첫 원인은 그 지역이 가진 산과 길, 풍경때문이다. ‘다리’는 거기에 오가는 편의성을 위해 더한 것이 이제는 앞뒤가 바뀌어 다리가 명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오게 하기위해 산의 배를 가르고 꼭 필요없는 다리를 놓고 위락거리를 갖춰야 할까? 그것 하나하나가 결국은 산을 잡아먹는 일이 될 것인데 말이다.
그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있어서 그 예산의 다만 얼마라도 둘레길과 등산로의 안내 표식에 신경을 쓰고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자연을 보호, 계도할 수 있도록 힘쓰기를 바란다.
어쩌면 지금도 산과 길은 충분히 사람들로 괴롭지만 간신히 그것을 버텨내고 있을 지 모르는 일이니까.
아마도 100년 후에는 산 아래에서 산 정상까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대 유행이 될 지도 모르겠다. 전국 최장 에스컬레이터, 최고 엘리베이터 등으로 또 각 지자체는 경쟁할 수도 있겠다.
아마 그런 경쟁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by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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