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의 파티, 본말전도의 문화가 아닐까?
예전부터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의 파티문화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 ‘파티’라는 것도 어떻게보면 ‘여행하는 자들과의 즐거운 만남과 정보 공유’의 갈래로 볼 수 있고 그런 자리가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이기에 감히 논하지 못했다.
실제로 필자도 다양한 해외여행을 통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서 많은 정보를 나누고 또한 짧은 구간이나마 같이 여행도 즐기는 여정을 가졌기에 그 ‘여행중의 만남’이 주는 즐거움을 안다.
베트남에서는 은퇴여행을 즐기는 캐나다의 노부부와 메콩강을 같이 즐겼다.
은퇴한 의사 출신의 그 어르신은 자신의 친구가 ‘한국인’ 입양인을 키우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였다. 문화와 즐길만한 여행지를 묻고 답하며 베트남 이후 일본으로 이동하는 그 노부부에게 꼭 한번 한국으로의 여행을 요청하였다.
스위스에서는 일본인 신혼부부와 만나 같이 스위스로 신혼여행을 온 동질감에 기뻐하며 먼저 마테호른을 다녀온 그로부터 지도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강릉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호주에서 온 노부부는 당시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호주에서 가져온 작은 선물을 선사하고 문을 나서기까지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만나며 어울리는 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멋’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국내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려는 데에 있어 ‘파티’가 여러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홍보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성비 맞추어서 즐깁니다.’, ‘파티 요금은 얼마입니다.’, ‘파티 참여는 자유입니다만 참여하지 않으실 분은 게스트하우스가 시끄러워도 양해 부탁합니다.’, ‘2만원에 술, 안주 무한제공’, ‘평일에도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조인하여 파티 인원 맞춰드립니다.’…심지어는 ‘여성분은 파티비 할인’ 이라는 곳도 있으니 가관이다.
홈페이지 메인을 보면 게스트하우스의 시설과 위치보다는 긴 탁자에서 술에 취해 얼굴이 발그레한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다 함께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여행에 있어서 그런 ‘즐거운 요소’는 절대 빠질 수 없다. 적어도 100명이면 100명의 여행 목적과 즐거움을 찾는 요소는 다 다른 법이다. 나와 다른 남의 여행방식에 자신의 잣대를 내세우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그 전에 게스트하우스가 가진 잠을 자는 숙소로서의 본질이 희석되는 점, 그리고 엄연히 숙소에서 돈을 받고 술을 제공하는 것이 불법인 점(이 부분에 대해서는 손님들이 돈을 내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술을 사다 준 것이고 장소만 제공했다고 둘러대면 법망을 피해 처벌 받지않는 부분이다.)은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몇몇 게스트하우스는 “우리는 ‘파티’를 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여행 후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혹은 “내국인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곳도 많다.
혹자는 ‘그것도 역차별’ 이라고 항의할 수 있겠으나 그런 게스트하우스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이 상주하지 않고 대리인, 혹은 관리자를 내세우면서 월급을 주거나 수익을 나누어가는 구조, 그 속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리인은 파티 등 다양한 유료 이벤트를 기획한다. 사람이 많이 참여해야 돈이 되기에 대리인은 무리를 하게 된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에 대한 착취에 가까운 저임금, 부당한 대우의 현실과 다양한 폭언과 폭행도 이미 언론과 인터넷 채널 등을 통해 몇 번이나 폭로되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있었던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게스트하우스의 ‘파티문화’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많은 게스트하우스의 오너들은 ‘전체의 잘못으로 몰지 말라.’, ‘가해자 자체의 문제일 뿐 이것과 게스트하우스의 문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항변한다.
물론 가해자가 가장 큰 잘못이다. 하지만 ‘레이디킬러’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권유하고 즐거운 파티 동영상을 올려 게스트하우스를 홍보하고 아름다운 여성 숙박객들에게 ‘연박(2일 이상 묵어가는 것)’과 파티 참여를 적극 권했던 그 가해자의 행동을 보았을 때, 정말로 ‘파티문화’가 이번 사고에 전혀 영향이 없었을까?
여행 중에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고 또 나아가 어떤 형태로든 인연이 된다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행동과 감정에 의한 것이다.
불필요하게 그것을 주선하고 억지로 만들어가려 하는 것은 지나친 친절이다. 불행히도 영리의 목적이 더해지면 ‘지나친 친절’도 아니게 됨을 말한다. 부디 ‘적당히 친절’해지시라 말하고 싶다.
by 장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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