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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뉴밀리어의 시대…익숙한 새로움을 찾는다”

새롭지만 급진적인 것이 아닌 ‘익숙한 새로움’…'뉴밀리어’의 시대

3분 시리즈는 ‘추억의 식품’, 간편함도 진화한다

기존의 음료에 더한 약간의 새로움, 전통에서 발견한 신선함이 관건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뻔한 것은 싫지만, 지나친 혁신도 사절이다. 사람들은 새로움을 찾지만, 그 안에서도 ‘익숙한 새로움’을 원한다. 지금은 ‘뉴밀리어’(Newmiliar:New+Familiar)의 시대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소비자들은 새로움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급진적인 것이 아닌 익숙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며 “신제품과 새로운 경험에 열광하면서도 불편하고 어색한 것, 구닥다리나 따분한 것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익숙한 범주 안에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은 다양한 식품 소비 현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20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2020 푸드 트렌드 전망 발표회’를 개최, 내년에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뉴밀리어’를 선정하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020 푸드 트렌드'의 주제로 '뉴밀리어'를 선정, '익숙한 새로움'이 시장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020 푸드 트렌드'의 주제로 '뉴밀리어'를 선정, '익숙한 새로움'이 시장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 ‘추억의 식품’ 된 3분 시리즈, 새로운 간편식과 밀키트의 성장=간편식 시장은 ‘간편함’과 ‘익숙함’을 기반으로 새로움을 추구한 신제품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FIS 식품산업통계정보 POS 데이터에 따르면 간편식 시장(오프라인)은 2012년 3662억 원에서 2018년 9026억 원으로 6년 만에 무려 146.4%나 성장했다. 2019년에는 1조 27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편식 시장을 지배하는 가장 큰 변화는 ‘간편식’의 개념에서부터 나타난다. ‘간편식’은 이전부터 있었던 간편하기만 한 제품이 아니라 재료와 종류의 확산으로 질적 성장을 이룬 제품으로 달라졌다.


간편식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메뉴의 확장’이다. 기존 간편식 시장이 한식 위주로 국, 탕, 찌개를 기반으로 한 ‘한식’ 메뉴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젠 이색적인 해외 음식을 구현한 메뉴나 외식을 통해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간편식으로 들어왔다. 원재료의 확장도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다. 기존에는 주요 식재료가 육류로 한정됐지만, 지금은 수산물 단백질을 활용한 제품이 늘고 있다. 수산물 섭취에 대한 니즈 증가와 포장기술의 발전이 맞물린 결과다. 프리미엄 제품이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간편함’을 넘어 색다른 메뉴를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간편식에서도 유명 맛집과 레스토랑 메뉴가 출시되며 수만 원대의 간편식이 출시되고 있다.


간편식 시장에선 특히 가공밥 시장과 즉석국탕찌개류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농촌진흥청 소비자패널 조사에 따르면 즉석밥 구매액은 지난 8년간 연평균 4560원에서 2만 5042원으로 약 5.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즉석국탕찌개류는 2.1배 증가했다. 반면 지난 수십년간 간편식 시장을 지배했던 카레류, 짜장류는 완전한 정체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문정훈 교수는 “카페, 짜장, 수프 등 기존의 3분 시리즈는 이제 추억의 식품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제품들의 특징은 이것만으로 식사를 끝낼 수 없다는 점이다. 밥을 하거나 다른 것과 같이 먹어야 하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간편함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푸드비즈랩은 ‘밀키트’를 가장 ‘뉴밀리어’한 제품 카테고리로 봤다. 밀키트는 간편식의 강점을 바탕으로 진화한 카테고리다. 문 교수는 “밀키트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레시피로 새로운 경험과 집밥의 건강함, 요리의 즐거움이라는 익숙함을 동시해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밀키트 시장은 국물 요리 중심의 한식,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의 양식, 마라 등의 중식을 비롯해 나베, 월남쌈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요리 초보자들도 간편하게 색다른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된 계기다.

▶ 아침식사·음료·주류 시장에서도 ‘익숙한 새로움’이 미래=‘뉴밀리어 감성’이 눈에 띄게 나타난 또 다른 분야는 ‘아침식사 시장’이다.


푸드비즈랩이 오픈서베이와 약 5만 6000 건의 아침식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집에서는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집 밖에서는 음료류로 식사를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침식사 식단의 최강자로 선택받고 있는 것은 한식과 커피였다. 한식의 경우 가정에선 잡곡밥에 미역국, 김치와 계란 프라이 등의 메뉴가 가장 보편적인 식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누구나 커피 한 잔씩을 메뉴로 선택하며 노곤한 아침을 깨웠다.


문 교수는 “아침식사를 위한 신제품도 한식과 커피라는 익숙한 범주 내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음료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분야로 꼽히지만, 이 안에서도 ‘익숙함’이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쁜 현대인들의 한 끼를 해결해줄 수 있는 과채음료, 기존의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우유, 주스와 티를 조합한 음료와 같은 ‘뉴밀리어’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식물성 대체유 시장에선 아몬드 브리즈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서윤 푸드비즈랩 연구원은 “헤이즐넛, 코코넛과 같은 다양한 곡물과 견과류를 사용해 두유보다 부드럽고, 맛과 향이 우유와 더 가까운 제품을 출시한다면 국내 식물성 대체유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나친 새로움에 대한 거부 반응도 나타난다. 전 세계 시장에서 콤부차의 인기가 지난 수년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콤부차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


회식 문화가 줄고, 폭탄주 문화가 사라진 주류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성장세는 무뎌졌지만, 결코 감소하지 않았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주류 출고가 기준, 2018년 국내 주류 시장 규모는 약 8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 주류 시장은 맥주를 제외하곤 국내산 주류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통 증류주는 주류 시장의 새로운 ‘키플레이어’로 등장했다. 특히 2017년 7월부터 전통주의 온라인 유통이 가능해지며 전통주 시장은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문 교수는 “소비자 니즈 분석 결과 17~24조 사이로 오크통에서 숙성한 곡물이나 과일을 원료로 한 숙성주가 주류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며 “전통이라는 익숙함에서 찾은 새로움이 주류 시장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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