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무슬림 시장, ‘할랄’이 뜨는 이유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18억 무슬림 시장이 전 세계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할랄 시장의 중요성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부각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조치와 중국에서의 사드 보복 여파로 국내 수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변수를 만나면서다. 이 같은 이유로 수출 다변화를 위해 두드린 문이 바로 ‘포스트 중국’으로 불리는 동남아 시장이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할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빠른 경제 성장률과 높은 출산율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할랄 식품 시장은 2016년 기준 1조 2450억 달러 규모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동 등 이슬람 국가들의 경제 수준 향상과 더불어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7.5%의 성장률을 기록, 2022년 할랄 시장은 세계 식품 소비시장의 18.7%에 달하는 1조 93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인구 성장률도 놀랍다. 미국의 퓨(Pew)리서치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이슬람 인구는 2015년 기준 17억 5000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24.1%를 차지한다. 이슬람의 출산율은 2.9명으로 세계 평균인 2.4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2050년이 되도 이슬람의 출산율은 1명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60년에는 무려 3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식품연구원 이현성 박사는 “무슬림 역시 저인구 추세로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우리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식품은 먹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시장이기에 할랄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고, 외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할랄은 무엇인가?
할랄(Halal)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h)에 따라 ‘허용되는 것(permissible)’ 또는 ‘합법적인 것(lawful)’을 뜻한다. 할랄 식품은 할랄에 의해 무슬림에게 허용된 식음료다.
할랄의 규정은 까다롭다. 할랄 식품은 과일·야채·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어패류 등의 해산물과 같이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한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의 종교 의식에 따라 도살된 고기(주로 염소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를 할랄이라고 부른다.
수산물의 경우 유독한 것, 중독성 있는 것, 건강에 우려를 줄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할랄 식품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슬람 율법 해석의 차이에 따라 교파별, 국가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선 원재료와 식품 제조 과정, 포장 등 전 공정에 있어 모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현성 박사는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보는 것은 교차 오염 방지”라며 “원재료의 제조 구획을 분리하고 작업자들의 동선 교차, 포장 구획을 나누는 것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케이터링 업체인 할랄푸드 코리아는 2016년 인도네시아 무이(MUI), 말레이시아 자킴(JAKIM), 국내 KMF 등의 할랄 인증을 취득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과 관광객을 상대로 시장을 공략, 연간 3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식을 기반으로 한 할랄푸드로 틈새시장을 파고 들자 길이 열렸다.
까다로운 할랄 규정을 맞추기 위한 준비는 무려 2년이나 걸렸다. 할랄 규정에 맞는 식재료를 공수해 한식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할랄 규정에 맞는 재료로 대체하는 것도 각업체의 노하우다.
김현주 대표는 “할랄 음식에는 알코올과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라며 “보통 육류의 경우 한식에선 알코올이 들어간 미림 등을 통해 냄새를 잡는데, 우리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천연 재료를 이용해 잡내를 잡는 방식으로 규정을 맞췄다”고 말했다.
■ 할랄 인증은 어떻게?
한식 기반의 할랄 식품을 만들고 있는 국내 식품업체 할랄푸드 코리아 |
‘기회의 땅’을 향한 국내 식품 업체들의 도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엔 전 세계적으로 ‘스파이시 챌린지’ 열풍을 몰고온 삼양의 ‘불닭볶음면’이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인 무이를 획득했다. 삼양식품은 앞서 2014년 국내 할랄 인증인 KMF를 취득했으나, 인도네시아와의 교차 인증이 되지 않아 별도로 취득했다. KMF는 현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과 교차 인증을 체결하고 있다.
할랄 인증을 취득하려는 국내 중소 업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교차 인증’ 문제다. 중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경우 눈에 보이는 매출을 담보한 상황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할랄 인증을 취득할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업체일 경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이현성 박사는 “국내 업체의 경우 한국 인증이 비용도 절감되고, 시간도 빠르고, 언어의 어려움도 없어 편하게 접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의 수출에는 제약이 따라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차 인증이 맺어지지 않아 두 나라에선 한국 인증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문제 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이유를 앞세우나, 그 이면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의 할랄 주도권 쟁탈전이 각 나라와의 ‘교차 인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국의 주도권 전쟁으로 인해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의 ‘외교 줄다리기’도 한창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세 나라에선 한국, 중국, 일본과 손을 잡아 할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판단도 있어, 향후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한국식품연구원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교차 인증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인증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은 많지만, 업체들 가운데에는 국내 인증이 더 편리하고 도움이 된다는 입장도 있다.
국내 장류 최초로 할랄(싱가포르 무이스) 인증을 취득한 옹고집 영농조합법인 이기원 대표는 “2016년 무이스 인증을 받고 현재 갱신 기간에 들어왔지만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무이스의 경우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에선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KMF의 경우 교차 인정되는 나라가 더 많은 데다, 인도네시아와 UAE를 제외하면 교차 인증을 체결한 나라가 아니어도 할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해서 모든 식품 기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현성 박사는 “할랄 인증은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가 아니라면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받을 필요는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동남아 시장을 진출하고, 무슬림을 타깃으로 삼는다면 향후 할랄 인증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할랄은 필수”라며 “무슬림 소비자들은 모든 식품과 제품을 구입하는 데에 할랄 여부를 가장 꼼꼼히 따지고 있어 할랄 인증은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