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폐암인식증진의 달 ①] ‘맨발의 청춘’도 이기지 못한 폐암, 암 사망률 1위
-흡연자 발병률, 비흡연자 30배…금연 최선 예방법
-비흡연자도 안심 못해…고 신성일 경우 35년전 금연
-미세먼지ㆍ라돈ㆍ가족력 등 영향…기침 등 살펴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성일)이 지난 4일 오전 별세하면서 사인 원인인 ‘폐암’에 대한 예방법과 치료법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고(故) 신성일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전남 화순의 한 요양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국영화배우협회 주최 ‘2017 한국을 빛낸 스타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내 몸에 있는 암세포를 모두 떨쳐 버리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영원한 맨발의 청춘’도 결국 폐암과 싸움을 이기지는 못했다.
폐암은 ‘암중의 암’이라 불릴 만큼 사망률이 높다. 국내에서도 사망률 1위 암이다.
매년 11월은 대한폐암학회(이하 학회)가 제정한 ‘폐암인식증진의 달’이고, 11월 17일은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ACCP)에서 처음 제정한 ‘세계 폐암의 날’이다. 폐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이고, 예방법도 금연이다. 비흡연자 중에서도 폐암이 발생하지만, 환자 중 약 70%는 원인이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발생 위험이 최대 30배나 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기침 4주 이상 지속되고 객혈 있으면 의심=폐암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암종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폐암의 발생률은 위암ㆍ대장암ㆍ갑상선암에 이어 4위다. 그러나 폐암의 사망률은 주요 암 중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한다. 폐암의 생존율은 36~64%로,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2015년 국내에서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1만7000여명으로 2위인 간암에 비해 약 6000명이 많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조기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승현 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 안에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폐 안에서 암 덩어리가 자라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며 ”암이 커져서 감각신경이 분포하는 가슴벽, 뼈, 기관지를 침범을 해야 비로소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암이 진행돼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다”고 했다.
이계영 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도 “폐암은 환자 중 약 50%에서 이미 진단 당시 전이가 있는 4기로 진단된다”며 “뇌, 뼈, 간, 부신 등이 호발 전이 장소다. 전이에 의한 증상 때문에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을 통해 환자가 넘어오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폐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암덩어리 자체에 의한 증상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으로 기관지가 막히면 호흡곤란이나 객담이 발생할 수 있다. 암덩어리에서 출혈이 생기면 객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승현 교수는 “기침은 폐암 뿐 아니라 다른 호흡기 질환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라 간과하기 쉽다”며 “기침이 4주 이상 지속되고 갈수록 심해지면 폐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나타나는 증상도 있다. 전이된 장기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승현 교수는 “뇌로 전이되면 두통과 신체 일부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 변화, 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폐암을 특정하는 결정적 증상은 없다. 이계영 이사장은 “폐암에 발생한 위치에 따라 중심성 폐암과 말초성 폐암으로 분류한다”며 “일반적으로 기침, 호흡곤란, 혈담, 흉통 등의 호흡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말초성 폐암은 대개 증상이 없고 우연히 혹은 건강검진에 의해 폐암을 의심하는 폐결절 혹은 종괴가 발견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비흡연자, 간접흡연 주의해야=폐암의 직접적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에는 약 4000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그중 60가지 이상이 발암물질이다. 이승현 교수는 “모든 폐암의 70%가 흡연과 연관돼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0~30배가량 높다”며 “폐암 발생의 위험은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높다”고 했다.
이계영 이사장도 “흡연자라도 40세 이전에 금연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다”며 “평생 흡연자라도 폐암의 발생률은 18% 정도로, 평생 흡연자라도 80% 이상은 폐암이 발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흡연자 폐암 발생률은 더 현저히 낮아 금연이 가장 중요한 폐암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몇년 사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역시 폐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준다. 이승현 교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다양한 호흡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기도의 자극으로 기침ㆍ호흡곤란이 일어날 수 있고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을 가진 환자는 급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호흡기ㆍ심장 질환자, 영유아, 노인, 임산부는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영향이 일반인에 비해 크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3년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여러 연구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폐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계영 이사장은 “평생 흡연자라도 폐암 발생률이 20% 미만이라는 것은 담배라는 발암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더라도 발암물질을 해독할 수 있는 유전자 기능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라며 “가족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 암 환자가 있다면 조기 진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때문에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흡연 폐암 환자가 30%나 된다. 고 신성일도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담배를 끊은 지 35년이나 됐다”고 했다.
이계영 이사장은 “비흡연 폐암의 빈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간접흡연에 대한 주의, 주방에서 요리 시 연기에 대한 환기, 미세먼지 경보에 대한 관심, 실내 라돈 농도에 대한 주거환경 체크 등 생활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기 검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양에서는 폐암 환자의 90%가 흡연자이지만 국내 등 동양권에서는 인종적 차이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비흡연 여성 폐암의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며 “여성도 50세 이상에서 한 번쯤 저선량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