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사먹는 김치, 한국인이 먹는 맛을 내기란 까다로운 일”…김성언 대상 김치기술연구소 개발팀장
김성언 대상 김치기술연구소 김치개발팀장 인터뷰
김치의 발효 특성상 수출용은 국내용과 제조 방식 달라
진공포장시 탄산가스 잡는 신기술, 캔김치 등 개발
빨리 시지 않으면서 맛을 내는 김치 유산균 선별
현지 입맛 겨냥, 젓갈 빼고 케일ㆍ당근 등도 활용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해외에서 김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김치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은 ‘한국 브랜드’의 ‘잘 만든’ 김치다. 국내 김치 수출을 이끌고 있는 대상그룹의 김성언 김치기술연구소 김치개발팀장은 “장시간 이동되는 수출용 김치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이를 위해 포장 방식이나 유산균 연구 등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용으로 내보내는 아이는 단순히 국내용 김치를 ‘살짝 덜 익혀서’ 포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먹는 맛있는 김치 맛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느끼게 하려면 고도의 포장 기술에 복잡한 발효연구가 필요한 일이었다.
김성언 대상 김치기술연구소 김치개발팀장은 “수출용 김치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장 방식이나 유산균 연구 등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상은 김치에 특화된 연구소를 별도로 운영중이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김치기술연구소에서 14년 째 일하고 있는 김성언 개발팀장은 우리나라 김치 수출 역사에서 최초의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이 만들어진 이야기부터 전했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둔 정부는 전통음식인 김치를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추진했어요. 이에 김치 장인들이 표준화된 조리법을 만들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뭉쳤습니다. 이를 통해 ‘종가집’ 브랜드가 탄생됐죠.”
탄생은 됐지만 ‘끝’은 아니었다. ‘일정한 맛’과 ‘맛있게 숙성’되는 특별함에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했다.
“개발 초기의 큰 난관은 탄산가스를 잡는 것이었어요. 김치는 ‘숨’을 쉬기 때문에 숙성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발생하는데, 진공 포장을 하면 포장재가 부풀어 오르는 일이 생긴 것이죠. 이에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흡수제’ 신기술을 개발했고, 특허도 받았습니다”
유통 기간이 짧은 내수용은 대부분 ‘대용량’ 비닐포장이지만, 수출용은 페트(PET), 미니컵, 파우치 형태의 소용량 제품이 많다. 지난 1993년에는 캔김치도 개발했다. ‘상온 유통’이 포인트로, 가장 맛있을 때의 김치를 조미·살균 처리한다. 냄새가 나지 않고 간편해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김 팀장은 “냉장유통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거나 상온 제품 수요가 큰 국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캔 외에도 다양한 상온 보관 형태를 연구 중”이라고 했다.
종가집 수출용 맛김치, 페트(PET)와 파우치 형태 [대상 제공] |
수출용에는 포장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는 “맛 유지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연구 대상은 바로 ‘김치 유산균’이다.
“김치 유산균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어요. 2005년 배양에 성공한 ‘류코노스톡 DRC0211’ 김치 유산균의 경우, 김장김치의 깊은 맛을 구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유산균이 줄어들면 맛이 급격하게 시어지는 것이죠. 이처럼 가장 맛있으면서도 빨리 시지 않는 유산균을 찾아내고, 이들이 발효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발효 조건도 연구합니다”
2017년부터는 특허출원한 김치생산종균을 종가집 김치에 적용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에 게재된 이 종균의 이름은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종가집김치아이’다. 김치 유산균을 활용한 항균제도 특허출원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국내산 배추를 발효한 천연항균제로, 유해하거나 부패 유발의 미생물을 억제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늘리고 합성 첨가료를 대체할 수 있다.
글로벌 김치 신제품, (왼쪽부터) ‘마일드 김치 비건’, ‘당근 김치’, ‘케일 김치’ [대상 제공] |
이러한 노력 끝에 현재 종가집 김치는 국내 총 김치 수출액의 42%(농림축산식품부, 2021)를 차지하며, 40여 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트렌드에 맞춰 현지 입맛을 겨냥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배추 김치 외에 다양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요. 이에 현지인이 선호하는 채소인 양배추·케일·당근으로 김치를 만들고, 순한 맛의 ‘마일드 김치’도 출시했죠. 액젓의 경우 비건(vegan, 완전 채식)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비건 맛김치’에서는 제외하고, 감칠맛을 내주는 대체 원료를 첨가했어요”
미국에서 한 소비자가 종가집 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대상 제공] |
김 팀장은 김치의 ‘표준화(Standard)’ 정립을 위해 해보고 싶은 연구들이 아직 많다고 했다. 김치는 식품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품목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가장 우수한 음식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세계의 발효식품을 공부해온 그는 “김치처럼 다양한 맛과 우수한 기능을 가진 발효식품은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김치가 최근 들어 글로벌 건강식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직접 만드는 현지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치 종주국 다운 우수한 품질을 선보이도록 국내 브랜드의 연구개발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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