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잘 나간다” 해외 접수한 K-푸드는 무엇?
-코로나19에도 K-푸드의 수출액 상승세
-라면과 소스, 김치, 전통 장류 등 국가별로 인기 품목들 다양
-‘코리안 푸드’로 제조하고 마케팅하는 현지 업체도 늘어나, K-푸드 입지 강화를 위한 노력 필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뉴욕타임즈가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선정한 신라면블랙을 끓이고, 코스트코에서 샀던 꼬북칩도 꺼낸다. 주말엔 페리카나 치킨을 배달시키거나 비비고만두를 간단히 데워먹는다’ 이 모든 장면이 서울이 아닌 뉴요커(New Yorker)의 모습이라면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
놀랍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의 심각한 위기에서도 K-푸드는 이러한 모습을 현실로 만들어내며 선방하는 중이다. 마늘 냄새와 매운 맛 때문에 예의상 ‘한 입 먹기’에 그쳤던 한국 음식이 아니다. 종류도 김치나 불고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마치 트렌드를 말하듯 K-푸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새로운 양념치킨 브랜드, 더 매운 라면의 도전, 중국 ‘덤플링’과 다른 ‘만두’ 후기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K-푸드 언급은 SNS에도 핫한 검색어들이다.
![]() 전통주 및 HMR식품 유튜브 영상 [사진=유튜브] |
▶트렌드에 힘입은 K-푸드=사실 K-푸드의 인기는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식품 트렌드가 K-푸드의 특징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매운 맛과 이국적 음식의 열풍, 주류가 된 식물성 식품, 급부상한 발효음식까지…K-푸드는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전염병 대유행속에서도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이 만든 ‘먹방’(먹는 방송)으로 K-푸드를 스스로 홍보해주는 외국인들 덕분에 온라인상의 노출도 많아졌다.
실제 수출액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누계 기준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55억1900만 달러(한화 약 6조 2541억 원)을 달성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수출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이 처음으로 41.2%를 기록했으며, 상대적으로 수출이 저조했던 동남아 국가에서도 수출실적이 대폭 증가했다. 가공식품은 면류(35.4%↑), 소스류(24.2%↑) 등의 지속성장에 힘입어 연중 최고 증가율(8.0%)을 기록했다. 특히 김치는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하며, 3분기만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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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다르다’ 국가별 인기 품목들=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일상이 되버리면 그 특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김치가 그렇다. 우리에겐 수저처럼 밥상에 늘 올려놓는 반찬이지만,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력 유지를 돕는 ‘스페셜’ 음식이 됐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김치 특유의 냄새를 신경쓰지 않게 된 상황도 매출 상승의 원인중 하나다. 현재 40여 개국에 김치를 수출중인 대상 ‘종가집’의 경우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증가했다. 대상 관계자는 “김치는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후에는 포장김치의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번 수출통계에서 상대적으로 성과가 저조했던 일본에서도 김치만은 예외다. 일본의 KSP-POS(전국 식품 슈퍼의 판매시점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내 김치 제품의 판매액은 3월보다 30~45%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도쿄지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산 숙성 김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산 김치 수입업체들은 ‘김치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에서는 한국산 ‘프라잉 스낵’(Frying snack, 가열해서 먹는 냉동식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홍콩 슈퍼마켓 체인 ‘테이스트’(Taste)는 한국산 프라잉스낵만을 모아 독립 판매대를 구성했다. 맛과 품질을 모두 갖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제품의 후기 동영상은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홍콩 슈퍼마켓의 한국산 에어프라이어 제품 전용 매대 [사진=aT] |
![]() 한국산 프라잉 스낵 제품 리뷰 동영상 [사진=유튜브] |
인도네시아에서는 떡볶이가 인기몰이중이다. aT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올해 인도네시아 떡볶이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60% 폭증했다. 식품 온라인몰 ‘토코피디아냠’(Tokopedia Nyam)측은 “입점된 한국식품 중 떡볶이 매출이 급증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홈페이지 메인을 ‘한국 식품관’으로 장식하거나 ‘한국식품 전용관’을 확산했다.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의 경우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인들을 긴 대기줄에 세워놓고 있다. 또한 베트남에서 한국 식품이 진열된 ‘GS25’ 편의점은 최근 한국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지난 6월 말부터 2주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했다.
![]() 베트남 내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 매장 [사진=두끼] |
독일에서는 한국의 매운 라면 시장이 확대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독일 라면 시장에서 기존 브랜드 강자들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반면 한국의 농심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라면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약하는 K-푸드 대표 분야가 됐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이후 붉은고기 대신 닭고기 구매가 높아지고, 배달음식 이용이 늘어나면서 한국 치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치킨의 본고장에서 역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새콤한 사각 무절임과 한국식 양념의 거부할 수 없는 맛”이라는 호평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 ‘본촌치킨’을 소개한 문구다. 미국에 진출한 ‘페리카나치킨’ 역시 “코로나19로 맨해튼 식당들이 도산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체인점 문의가 늘고 있다”며 코트라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미국에 진출한 ‘페리카나치킨’ [사진=페리카나치킨] |
최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0 BKF(Buy Korean Food) 수출상담회’에서도 K-푸드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aT에 따르면 중동지역의 바이어들은 비만과 당뇨에 좋다는 당조고추에, 미국은 유기농 식혜와 컵떡볶이에 수출 문의를 쏟아냈다.
▶‘정체성 없는 K-푸드?’ 현지 기업이 만드는 한식=하지만 K-푸드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이를 노리는 현지 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진다.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 입맛에 맞춰 직접 개발한 맛과 저렴한 가격 등이 경쟁력이다. 때로는 영국 식품기업 ‘아이슬란드’(Iceland)의 ‘한국식 우육면’ 제품처럼 도무지 한식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식품이 ‘한국 스타일’로 표시된 채 판매되기도 한다. ‘K-푸드’ 이지만 K-푸드가 아닌 음식으로 외국인이 처음 한식을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의 이지쿡아시아(Easycookasia)는 김밥 등의 한식을 최신 트렌드인 밀키트로 구성해 배달하며, 스타트업들은 김치, 비빕밥 등을 다른 아시아 음식과 결합한 퓨전 메뉴로 잇따라 내놓고 있다.
![]() 베트남에서 현지화된 김밥 |
![]() 베트남 현지업체가 설립한 한식 프랜차이즈 ‘King BBQ’ 홍보 동영상 [사진=유튜브] |
베트남에서는 현지 토종 기업들이 한식당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King BBQ’ 나 ‘서울가든’ 등의 한식 프랜차이즈를 자체 설립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aT 파리지사 관계자는 “코로나 19 이후 K-푸드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한식을 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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