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좋아하지만, 홍차는 싫어한다면?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국제커피기구(ICOㆍ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세계 커피 소비량 1위 국가인 미국, 2위 브라질 등에 이어 6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커피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나왔는데요. 바로 쓴 맛의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특별한 ‘유전자’ 때문인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호주 의학연구기관인 QIMR 버그호퍼 의학연구소와 퀸즐랜드대, 미국 노스웨스턴의대, 영국 브리스틀의대 공동 연구진의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쓴맛에 대한 민감도를 결정하는 유전자 존재 여부가 커피·홍차·알코올에 대한 선호도를 가른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쓴맛을 느끼면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어 삼키면 안 된다고 감지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아주 자연스럽게 쓴맛을 꺼리고 단맛을 찾는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연구 결과 유전적 변이로 인해 카페인의 쓴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특히나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유전자 변이가 카페인, 키니네, PROP(프로필티오우라실) 등 세 가지 쓴 성분을 얼마나 예민하게 감지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영국 37~73세 성인 남녀 40만명을 대상으로 유전체 샘플을 분석했는데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 결과 카페인 쓴맛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커피 섭취량이 더 많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카페인에 민감한 미각을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의 씁쓸한 맛에 빨리 익숙해지고, 음료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을 즐기게 됩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몸에서 카페인의 쓴맛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것’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카페인 민감도가 높은 사람은 홍차의 쓴맛은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카페인 외에 키니네나 PROP에 민감한 사람은 커피를 피하고 홍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들의 경우 커피를 아주 쓰게 느끼고, 커피를 절제하거나 즐기지 않는 데 따른 반작용으로 다른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PROP는 주로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쓴맛인데요. 방울양배추나 브로콜리에 들어있습니다. 이 성분에 민감한 사람들은 커피는 물론 적포도주, 과실주에 대한 거부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