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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수산업, 미래 세대를 위한 바다를 남기는 일”

-전세계 수산물 14%가 지속가능 인증…소비자 인식 빠르게 변화

- 지속가능한 수산업은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1990년 초반. 유럽과 북미 지역의 ‘국민 생선’인 대구의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대구 어장 중 하나였던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그랜드뱅크스는 남획으로 자원량이 급감했고, 이에 1992년 캐나다 정부는 대구 조업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뉴잉글랜드에서도 대구는 상징적인 어류였다. 항구가 발달한 뉴잉글랜드는 과거 1000톤 이상의 해산물이 항구로 들어오는 곳이었지만 1990년대를 지나며 수산업이 무너졌다.


딕 존스(Dick Jones) 오션 아웃컴스(Ocean Outcomes) 대표는 “1990년대 초반 남획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어획 관리는 수산자원 고갈의 시작점이었다”며 “미래에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지속가능한 수산물 운동이었다”고 지난 22일 열린 지속가능수산물 포럼에서 설명했다. 


그랜드뱅크스 어장의 황폐화로 수산물 공급이 차질을 빚자, 대구 가격은 급등했다. 1992년 1톤당 84달러였던 영국의 대구 가격은 1993년 1083달러, 1994년 3045달러, 1995년 3790달러까지 치솟았다. 남획과 불법어업으로 빚어진 수산 자원의 고갈 위기는 MSC(해양관리협의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MSC는 무분별한 수산물 남획에 대처하고 전 세계 수산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다. 자원 보호 규정 준수, 환경 영향 최소화, 남획 금지 등의 기준을 준수한 수산업체의 제품에 MSC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서종석 MSC 한국사무소 대표는 “MSC는 지속가능한 어업의 규격을 제시하고, 개선을 노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현재 자연산 수산물에 부여하는 MSC 인증이 빠르게 확대돼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14% 가량이 MSC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종석 MSC 한국사무소 대표가 지속가능한 수산물 포럼에 참석, “지속가능한 수산업은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도 풍부한 바다자원을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MSC 제공]

서종석 MSC 한국사무소 대표가 지속가능한 수산물 포럼에 참석, “지속가능한 수산업은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도 풍부한 바다자원을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MSC 제공]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 변화가 놀랍다. 유럽과 북미 국가에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지도와 시민의식이 높다. ‘지속가능한 수산물’(Sustainable Seafood)은 ▷ 각종 수산자원이 장기간 보존되고 ▷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어민과 어업 종사자들의 사회ㆍ경제적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 방식의 어업ㆍ양식으로 생산된 수산자원을 말한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 미국 시장에선 해양관리협의회(MSC Marine Stewardship Council) 인증마크가 부착된 수산물의 판매가 27% 늘었다. 한 끼 식사를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소비하려는 인식이 높아지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산자원 보호와 관리에 응답했다. 월마트, 세인스버리, 까르푸, 이케아, 코스트코 등 유통업체는 물론 하얏트, 힐튼, 샹그릴라 등 글로벌 호텔체인, 맥도날드, 서브웨이 샌드위치 등 외식기업이 MSC의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유통업체인 세인스버리는 2020년까지 매장의 모든 수산물을 MSC인증제품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본 이온그룹은 2020년까지 매장에서 판매되는 수산물의 20%를 인증수산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수산물의 지속가능성 인증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수산업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사실 국내 수산업계에서도 위기의 목소리는 크다. 서종석 대표는 “우리나라는 2016년 44년 만에 처음으로 연근해어업생산량이 100만톤 미만으로 감소했다”며 “연근해 오징어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오징어 한 마리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훨씬 비싸지고 있다. 오징어는 물론 명태, 쥐치, 정어리, 노가리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수산자원 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다소 미진한 편이다. 수산자원이 공유재라는 인식도 약하다.


국내 수산업계에서 MSC 인증을 받은 곳은 삼진어묵과 한성 등 일부 가공·유통기업이 뿐이다. 생산 단계에선 동원산업이 MSC 인증을 진행 중이다. 미역 생산업체인 기장물산은 해조류에 대한 MSC와 ASC(양식관리협의회ㆍ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엔 완도에 있는 전복 양식장 14곳이 ASC 인증을 받았다. ASC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행하는 양식장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업계에선 수산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 세계적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적용은 쉽지 않다.


김경원 청산바다환경연구소 소장은 “어민들이 ASC 인증을 선뜻 선택하지 못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인증을 받으면 가격을 비싸게 팔 수 있냐’, ‘인증 비용은 누가 지불하냐’,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유도하는 인증이냐’는 현실적 어려움을 담은 질문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청산바다환경연구소 3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지역 어민들과 양식장 환경을 개선하고, 지속가능 인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증진 교육을 거치며 ASC 인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산자원 보호에 대한 전 세계적 인식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업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은 한국 사회의 맥락 안에서 고민해야 할 우리의 몫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 대표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은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도 풍부한 바다자원을 남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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