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식재료에 녹인 레트로 감성, 젊은층에겐 신선함이죠”…정효진 투썸플레이스 마케팅 팀장
-투썸플레이스의 ‘레트로 스프링’ 시즌 컨셉트, 호평받으며 매출 상승
-흑임자, 인절미, 쑥등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
-취향소비ㆍ가치소비ㆍ스토리텔링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 반영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인절미 케이크에 쑥 라떼?” 시장 떡집에서나 보던 인절미, 흑임자, 쑥이 세련된 모습으로 카페에 등장했다. 케이크와 라떼등 서양식 옷을 입은 우리의 전통 식재료에 젊은층들은 흥미를 보인다. 프리미엄 디저트카페를 표방하는 투썸플레이스가 ‘레트로 스프링’ 시즌 콘셉트로 선보인 제품들이다. 맛은 기본, 비주얼과 감성까지 레트로(Retro, 복고) 열풍을 담아냈다. 정효진 투썸플레이스 마케팅 팀장은 “자신만의 ‘가치 소비’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를 반영했다”며 “카페는 이제 추억과 스토리를 함께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사진=정효진 투썸플레이스 마케팅 팀장. 그는 “전통 식재료를 활용해 투썸만의 방식으로 레트로 감성을 표현한 것이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의 입맛과 감성까지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봄에 어울리는 전통 식재료 통해 차별화한 레트로 감성=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효진 팀장은 지난 2017년 투썸플레이스 입사후 현재 브랜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해왔지만, 그는 식품 분야가 일반 마케팅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이전 분야는 새로운 트렌드를 리딩한다면, 식품은 현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해서 페이스를 맞춰 가는 게 관건이에요. 계절마다 제품이 달라야 하고, 매일 방문하는 고객에게 새로움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죠. 재미있기도 하지만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현재 대세인 트렌드는 단연 레트로이다. 복고 열풍은 패션과 드라마, 음악을 넘어 이제 소비자의 입맛까지 다다랐다. 느닷없는 디저트용 팥의 인기와 양갱 카페등이 그 예이다. 투썸플레이스의 전략은 전통 식재료가 가진 ‘옛스러움’ 위에 ‘새로움’과 ‘트렌디함’ 이라는 ‘뉴트로’(New-tro, 신복고) 감성을 입히는 것이었다. 여기에 ‘봄’이라는 시즌 분위기를 더해 ‘레트로 스프링’ 콘셉트를 완성했다.
사진=쑥과 흑임자를 활용한 음료. ‘쑥 라떼’(좌)와 ‘흑임자 카페라떼’(우) |
“지난해부터 봄에 가장 어울리는 식재료를 찾기위해 고민했어요. 대중성을 지니면서도 유니크한 개성을 살려야 했죠. 고민끝에 흑임자와 인절미, 쑥의 전통 식재료를 선택했습니다. 인절미 케이크의 경우 최근 SNS상에서 나타난 쫄깃한 식감 트렌드를 반영했어요.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신논현역 매장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인절미는 떡과 콩가루 생크림이 들어간 케이크로 변신했다. 봄나물인 쑥은 봄내음 가득한 라떼로 등장했으며, 흑임자는 케이크의 커스터드 생크림과 바삭한 튀일(프랑스식과자)에 사용됐다. 기자가 먹어본 메뉴들은 모두 살짝 맛을 흉내낸 수준이 아니라 전통 식재료의 풍미가 느껴질만큼 맛이 진했다.
▶‘가치 소비’ 찾는 밀레니얼 세대, 레트로 감성에 끌리는 이유=이번 콘셉트는 시기부터 달랐다. 지난해는 1월부터 봄까지 메인인 딸기 제품 판매가 계속됐지만 올해엔 3, 4월에 레트로 스프링 콘셉트가 시작됐다.
“이전에는 ‘봄이면 딸기, 여름엔 콜드부르’처럼 단품 마케팅을 진행했으나 올해엔 처음으로 기간을 나눠 시즌 콘셉트를 시도했어요. 매일 방문하는 고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고, 지속적인 말걸기를 시도하기 위해서죠.”
정 팀장은 ‘말걸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요구를 알아내도록 소통한다는 뜻이었다. 주요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가치 소비’ 요구가 높다는 점도 설명했다.
“‘나만의 것’을 원하는 개성·취향존중의 ‘가치 소비’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에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레트로 감성은 이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그 시절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인절미와 흑임자를 넣은 케이크. ‘인절미 클라우드 생크림 케이크’(좌)과 ‘흑임자 튀일 생크림 케이크’(우) |
정팀장 말대로 가치소비 트렌드는 레트로 감성의 콘셉트와 잘 통했다. 소비자 반응이 이를 보여줬다.
흑임자·인절미 케이크는 출시후 약 한 달이 된 현재까지 약 13만개 판매됐으며, 투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케이크(피스) 3, 4위에 나란히 오르기도 했다. 쑥라떼와 흑임자 카페라떼도 출시 한 달 만에 총 판매량 20만 잔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어 상시판매가 결정됐다. 재미있는 후기들도 쏟아졌다. SNS상에서는 ‘할매 입맛’ 등의 단어도 만들어지면서 화제가 이어졌다.
젊은층에게는 신선함이지만 중년층에게는 추억을 선물하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정 팀장은 ‘추억의 아이디를 올려주세요’ 등 다양한 SNS 이벤트를 진행하자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고 했다. 미니홈피 시절 촌스러운 아이디나 투썸플레이스 1호 매장인 신촌점의 에피소드 등 재미난 후기들이 올라왔다.
“이벤트와 더불어 손거울 같은 MD상품, 80·90년대 유행어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했어요. 단순히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재미와 공감을 즐길수 있도록 한 것이 출시후 인기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카페는 더이상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니까요.”
콘셉트를 담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지속될 계획이다. 정 팀장은 가치 소비 트렌드의 밑바탕에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한 잔의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자신만의 즐거운 스토리를 만든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는 카페가 “다채로운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팀장의 ‘즐거운 말걸기’, 그 최종 목적지는 저마다 다른 고객의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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