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 “이 컨테이너 안에서 적상추가 자라고 있어요”
- 컨테이너로 만든 엔씽의 ‘인도어 팜’ 가보니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200m 가량 떨어진 주택가. 오래된 주택이 맞붙은 골목길 사이에 새하얀 컨테이너 건물이 불쑥 나타난다. 적벽돌로 지은 건물들 틈바구니에 있으니 유난히 도드라진다. 99㎡(30여평)쯤 되는 대지에 컨테이너 2개가 1층을 이루고, 그 위에 컨테이너 하나가 더 쌓였다. ‘스마트 농업’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엔씽(nthing)이 최근 마련한 인도어 팜(Indoor Farm, 실내농장)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마련된 엔씽의 실내 농장. 컨테이너 3개로 구성됐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서울 주택가 속 농장 = 지난 6일 인도어 팜을 다녀왔다. 엔씽은 이곳을 ‘플랜티 큐브’라고 이름 붙였다.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를 ‘큐브’라고 부른다. 큐브의 바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투명한 중문이 또 나왔다. 그 안쪽에서 푸릇한 상추잎이 보였다. 실내화로 바뀌신고 중문을 열면 천장에 달린 에어 샤워기가 작동한다. 외부 공기에 섞인 불순물을 차단하는 장치다. 마치 반도체 공장의 무균실을 떠올리게 했다.
5단으로 제작된 재배모듈에는, 작은 화분(Pot)에 담긴 적상추와 로메인이 자라고 있다. 큐브 한 동에는 이런 화분이 500여개 있다. 3개 큐브엔 정확히 1650개 화분이 있다.
층층이 만들어진 재배모듈은 ‘버티컬 팜(Vertical Farm)’을 위한 시설이다. 우리말로 ‘수직 농장’으로 각종 작물을 심은 선반을 수직으로 쌓아서 키우는 개념이다. 우리보다 앞서 도시 농업을 연구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형태의 수직 농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협소한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해 식물을 대량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이곳 3개 큐브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양은 대지 100~400평에서 키우는 양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집약적 농업’이 가능한 것. 도심 농업에 고민하고 있는 서울시도 지난 2월 양천구 목동에 수직 농장을 조성하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컨테이너 안에선 로메인, 상추가 자란다. 총 1600여개 화분에 심어졌다. [사진=윤병찬 기자] |
▶“병충해ㆍ냉해 걱정 無” = 실내 농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재배할 수 있고 ▷물 사용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365일 균일한 재배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농업에 있어서 ‘혁명’적인 부분이다. 폭우에 농작물이 쓸려 내려가고 폭우에 냉해를 입을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김 대표는 “작물은 늘 날씨에 따라 수급, 가격이 출렁인다. 샐러드를 생산하는 업체에는 여름, 겨울마다 신선채소 가격이 몇 백%씩 널뛰기하는 게 골치 아픈 문제다”며 “실내 농장에서는 작물을 예정대로 생산할 수 있고 품질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라는 상추는 사람이 수시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잘 자란다. 작물이 자라는 상태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달되기 때문이다. 키우는 사람은 그저 스마트폰으로 큐브 속 온도와 습도, 빛의 강도를 올리고 내리면 된다.
김혜연 엔씽 대표. [사진=엔씽 제공] |
▶태국 바질도 키운다 = 엔씽의 계획은 올해 말까지 국내에 자투리땅을 활용한 실내농장을 100곳 마련하는 것이다. 빠르게 실내농장을 늘리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 엔씽을 통해 작물을 공급받으려는 식품업체나 급식소 등이다.
앞서 레스토랑 체인 생어거스틴은 ‘타이바질’을 엔씽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이 업체는 지금껏 냉동된 바질을 태국 현지에서 가져다가 썼다. 이렇게 하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바질의 식감이 뚝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엔씽은 지금 키우고 있는 상추와 로메인을 수확하는 대로 타이바질을 재배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 국내에서 재배하던 작물은 물론이고 지금껏 재배하지 않던 작물까지 우리 실내농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 타이바질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