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슈퍼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과일은?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구를 병들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2013)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13억톤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7500억 달러(한화 80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매년 33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온실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각각 7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놀라운 것은 음식물 쓰레기 중 ‘먹고 남은’ 쓰레기는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먹기도 전에 버려지는 음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16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 쓰레기의 57%가 식재료 유통ㆍ조리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보관도중 폐기(9%)되는 사례나, 먹지 않은 채 버리는 쓰레기(4%)의 상당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의 70% 가량은 ‘먹기 전’ 버려진다.
이른바 ‘먹을 수 있는’ 쓰레기 중 마트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것은 바로 ‘바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폐기물 자문 기구 랩(wrap)의 집계 결과 영국에선 매일 140만개의 바나나가 버려지고 있다.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한 해동안 약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193억 원) 어치에 이른다. 영국 대형마트 세인즈버리(Sainsbury)에 따르면 버려지는 바나나는 껍질에 멍이 들어 검게 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설문 결과 영국 소비자들의 30%는 바나나의 표면의 색깔이 변하면 버린다고 말했다.
영국의 사례만은 아니다. 북유럽의 대형마트에서도 바나나는 가장 많이 버려지는 과일이다. 스웨덴 칼스타드대에선 스웨덴 슈퍼마켓 체인인 ICA의 매장 세 곳을 대상으로 버려지는 식재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버려지는 종류에 대한 무게를 매긴 뒤 도매가를 기준으로 식재료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했다. 또한 식재료 폐기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파악했다.
스웨덴의 마트에서도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식재료는 바나나였다. 바나나는 버려지는 양도 많지만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도 상당할 정도로 많은 양이 버려졌다. 이 곳에서도 바나나가 버려지는 이유는 ‘외모’ 때문이다.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기면 버려지고 있다. 소비자가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바나나에 이어 사과, 토마토, 상추, 파프리카, 배, 포도 역시 판매되지 못 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보기에 좋지 않게 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바나나는 수확 이후 후숙 과정에서의 변화로 버려지는 대표적인 과일이지만 생산과 동시에 버려지는 농산물도 적지 않다. 매끄럽고 예쁜 모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UN FAO에 따르면 2016년 미국에서 수확되지 않거나, 판매되지 않은 과일과 야채는 90억 9089만 달러(한화 약 9조 7186억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는 ‘못생긴 농작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마트, 홀푸드마켓은 ‘못생긴’ 농산물 소비 촉진에 앞장서고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 쓰레기 저감을 위해 영국 세인즈버리에선 바나나로 빵과 머핀, 스무디 등을 만들어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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