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는 어떻게 보관할까…커피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 한 해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총 265억잔. 우리나라 인구수를 감안하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512잔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성인 남녀라면 하루 평균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는 이야기다.
믹스 커피 시대를 지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최근엔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홈카페 족이 늘며 커피 원두를 직접 구입해 다양한 방식으로 마시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올해 서울 카페쇼 사무국이 발표한 ‘대한민국 커피백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원두를 구입할 때 ‘신선도 및 숙성도(62%)’를 가장 많이 살폈고, 그 뒤로는 ‘개인적인 맛 선호도(51%)’, ‘가격(36%)’, ‘원산지(19%)’ 순으로 구매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카페 족이 보다 만족스러운 커피를 즐기기 위해선 몇 가지 노하우가 필요하다.
■ 원두는 어떻게 고를까
산지마다 원두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남북 회귀선을 따라 이어진 커피 벨트인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선 다양한 풍미의 커피를 만날 수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중남미 지역의 원두는 고소함과 단맛의 조화가 특징이다. 최근엔 남미 지역인 페루의 스페셜티 커피가 국제 대회에서 수차례 1등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페루는 같은 남미 지역보다 고지대에서 커피를 생산한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조안 바레나(Joan Barrena) 주한 페루무역대표부 상무관은 “페루는 토양의 특성, 강수량, 일조량이 지역마다 달라 다채로운 커피의 맛과 향이 나온다”며 “페루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전반적으로 단맛과 바디감이 풍부하고, 부드러움이 밀크 초콜릿 같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의 전문가들도 페루 커피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초콜릿 맛을 꼽는다. 커피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송호석 백석예술대학 교수는 “페루 커피는 초콜릿 향을 기반으로 그 위에 유칼립투스의 향, 멜론버터, 과일향이 더해진다”며 “초콜릿이 단단하게 받치고 있어 어떤 향이 더해져도 안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 고급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지역 원두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산미가 특징이고, 동남아시아 지역도 다크 초콜릿의 맛과 풍성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
원두를 고를 때는 로스팅 날짜를 유심히 살피면 좋다. 로스팅을 거친 원두는 산화가 빨리 진행된다. 보통 로스팅 이후 3-4일이 지난 원두가 가장 맛있는 것으로 치고, 14일이 넘으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먹을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라면 3-4일이 된 것을, 며칠 뒤에 먹을 예정이면 갓 볶은 원두커피를 사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원두의 크기는 깨진 것 없이 단단하고 균일한 것이 좋다. 원두 포장지나 원두 자체에서 오일이 묻어난다면, 오래된 원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배전도가 높은 원두일 수도 있지만, 오일은 원두를 산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 원두는 어떻게 보관할까?
보통 가정에선 원두를 오래 두고 먹기 때문에 보관방법도 중요하다.
전 세계 로스터들의 ‘스타’인 마이클 드 르느와르 유럽커피협회 트레이너는 리얼푸드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은 것은 원두를 갈지 않은 상태에서 사서 영하 18℃ 이하에서 냉동보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지 않은 원두 안에는 이산화탄소가 보존돼 고유의 아로마를 보존하고 있는데, 원두를 갈게 되면 산소와 만나 강렬한 풍미가 이산화탄소와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마이클 드 르느와르 씨는 “냉동실에서 넣었다 뺐다 할 경우 품질이 떨어지니, 250g식 개별 포장해 커피백에 넣어 냉동보관한 뒤 갈아 먹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원두를 상온에서 보관하게 될 경우엔 집안의 온도 역시 중요하다. 외부와의 산소를 차단한 커피백에 포장된 상태로 직사광선과 습도를 피한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마이클 드 르느와르 씨는 “부엌의 제일 시원한 자리에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더 건강한 커피를 마시는 법
커피에는 ‘카페스테롤’이라는 지방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로 변화한다. 건강상 이점은 많지만 아메리카노라고 해서 마냥 좋은 음료는 아니다. 대신 원두를 종이 필터에 걸러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브라질 캄파나스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2017)에선 종이 필터는 카페스테롤의 양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종이 필터는 카페스테롤을 무려 12.41%나 걸러냈다. 다만 우리 몸에 유익한 항산화 물질 역시 걸러질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의 양을 줄이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마이클 드 르느와르 씨에 따르면 카페인은 원두 가루와 물이 닿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이 나온다. 그는 “에스프레소와 필터 커피를 비교하면 필터커피에 카페인 함량이 더 높다”며 “에스프레소는 물에 닿는 시간이 25~30초인 반면 필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려 그만큼 카페인이 더 많이 녹아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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