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납작 복숭아 구해요”…‘약켓팅’ 이은 ‘복켓팅’ 치열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온라인에서 유명 농원의 복숭아 판매 공지만을 기다리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 1분만에 품절돼 구입에 실패했다는 후기가 이어질 정도로, 지금은 ‘복숭아 전성시대’다. 구입 경쟁이 치열한 복숭아는 대부분 ‘희귀 품종’들이다.

복숭아 [123RF]

희귀 품종 복숭아들은 소량 판매가 많아 바로 품절되기 쉽다. 선 예약을 걸어놓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는 ‘오픈런(매장 개점 전 줄서기)’까지 벌어질 정도다.

복숭아 구입 전쟁은 지난해에도 뜨거웠다. 유명 약과 구매를 위한 ‘약켓팅(약과+티켓팅)’에 이어 ‘복켓팅(복숭아+티켓팅)’ 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인기가수 공연 티켓처럼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복숭아는 여름 대표과일인 수박을 제치고 일부 대형 마트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8월 18일까지 전체 과일 매출 중 1위는 복숭아가 차지했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납작 복숭아 모습 [123RF]

인기 복숭아들은 한 입에 먹기 좋은 작은 사이즈이거나 색다른 모양, 또는 기존 품종들이 교배된 이색 품종들이다. 특히 ‘납작 복숭아’는 이색 복숭아 바람을 끌고 온 ‘스타’나 다름없다. 마치 도넛처럼 눌려진 형태로,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권정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연구사는 “납작복숭아는 ‘반도(蟠桃)’라고 하는데, 납작한 복숭아 그룹을 총 지칭하는 말이다.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원산지는 중국으로 유럽과 북미에서도 품종이 개발되고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일부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원형 복숭아에 비해 수량이 다소 떨어지고, 키우기가 까다로워 재배지가 적다”고 부연했다.

납작 복숭아는 몇 해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극천’ 품종이 주목을 받았다. 대극천은 ‘K-납작복숭아’로 불려지고 있으나, 사실 납작 복숭아 품종은 아니다. 권 연구사는 “납작 복숭아인 ‘반도’의 국내 대표 품종은 ‘거반도’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극천’은 반도 품종이 아니며, 반도는 대극천보다 훨씬 더 납작하다”고 말했다.

올가홀푸드에서 판매중인 ‘신비 복숭아’ [올가홀푸드 제공]

다른 희귀품종인 ‘신비 복숭아’도 날개 돋힌 듯 팔린다. 겉모양은 새빨간 천도 복숭아이지만, 안에는 백도처럼 부드러운 연노랑색 속살이 들어있다. 천도 복숭아와 달리 시지 않고 크기가 작아 한 입에 먹기 좋다. 특히 1년 중 대략 2주만 생산하는 한정 제품이기 때문에 ‘사전 예약’ 경쟁이 뜨겁다.

친환경 식품전문점 올가홀푸드에서는 올해 6월 17~23일까지 신비 복숭아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9% 성장했다. 사전 예약 판매율 또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현룡 올가홀푸드 신선식품팀 PM(제품 관리자)은 “신비 복숭아는 6월 중순 이후부터 7월 초까지 출하시기가 짧고, 전체 천도 복숭아 생산량 중 1% 수준에 그치나, 높아진 수요로 매년 생산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비 복숭아의 구입에 실패해도 아직 기회가 있다. 이와 비슷한 이색 천도 복숭아들이 연이어 나오기 때문이다. 권정현 연구사는 “천도 복숭아이지만 속이 노란 ‘옐로드림’ 품종도 있다. 6월 말에서 7월 상순에 수확되므로 ‘신비 복숭아’ 유통이 끝나면 구매할 수 있다. 이후 7월 하순에 수확되는 ‘이노센스’는 속이 하얀 천도 복숭아”라고 소개했다.

유명 농원의 복숭아 판매 공지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댓글이 금새 달린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아래 사진은 신비 복숭아. 육성연 기자

이러한 이색 품종의 인기에는 MZ세대 트렌드가 반영돼있다. 주현룡 PM은 “신비 복숭아는 한정판 과일로, ‘새로움’을 찾는 트렌드가 잘 나타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장소원(31) 씨는 “동네 과일가게나 마트 진열대에 놓인 복숭아를 사는 것보다 내가 찾은 유명 농원에서 이색 복숭아를 직접 구매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과일을 주문하면서 처음으로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향에 맞는 고품질 과일을 찾아나선 ‘적극적인 소비자’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더욱이 이러한 희귀 품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누린다. 장씨는 “신비 복숭아를 어렵게 구한 스토리는 SNS에 올리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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