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채식생활]“채식으로 키운 아이의 뇌는 다릅니다”-송황순 교수
-과도한 동물성 식품과 인스턴트 섭취, 아이의 전두엽 손상시킬 가능성 높아
-채식 식단은 아이의 성장과 뇌 발달, 질병 예방에 도움
-균형잡힌 영양소 공급이 중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채식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자녀에게는 채식 식단을 고민하게 된다. 성장에 방해되지 않을 지, 영양소가 결핍되는 건 아닌지 등 부모의 마음은 작은 부분까지도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과연 성장기 아이에게도 채식 식단을 제공해도 되는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을 듣고자 서울 역삼동 유기농문화센터의 강의실을 찾았다. 이곳의 교수진인 송황순 교수(63)는 채식 관련 강의를 통해 학부모들이 채식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힘쓰고 있다. 송 교수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트리니티대학교와 삼육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여성협회에서 환자들의 상담도 맡고 있다.
송황순 교수는 채식이 아이의 성장이나 건강, 뇌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단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채식이 아이의 뇌에 미치는 영향=“전혀 문제 없어요.” 송 교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채식으로 아이를 키워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송 교수가 완전채식(비건ㆍ고기는 물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식단)만으로 건강하게 키워낸 두 딸은 그 어떤 설명보다 설득력이 컸다. 채식에 대한 설명은 전두엽과의 관련성에서 시작됐다.
“전두엽은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제해결력이나 판단력 등 고도의 사고와 감정기능까지 담당합니다. 하지만 전두엽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기능이 위축돼 정신강박증, 식욕증가, 우울증, 주의력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납니다. 이를 손상시키는 요인도 여러가지인데 술이나 담배, 마약뿐 아니라 제초제를 뿌려 키우는 수입산 밀가루,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 설탕 등의 식품들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들이 체내에 다량 들어오면 전두엽을 손상시킵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은 뇌발달로 직결한다. 따라서 창의성이 발달되고 스스로 공부하는 의지를 갖도록 전두엽이 활성화되려면 동물성 식품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는 태아 때부터 채식으로 길러온 두 딸이 있어요. 고기 한점은 물론, 계란이나 우유, 치즈 등 동물성 식품은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빵도 손수 만들어 주고, 건강한 채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요? 예방접종이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았을 정도로 매우 건강하게 컸습니다. 키도 큽니다. 두 명 모두 의사인데 공부도 곧잘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피곤함을 덜 느끼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채식의 힘을 확신합니다.”
송 교수는 채식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균형잡힌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고기, 빵, 인스턴트를 먹고 자란 아이들=아이들 스스로 공부 의지를 갖거나 집중력이 높아지도록 키우는 것이 모든 학부모의 바람이지만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현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먹는 음식의 대부분이 고기나 빵,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치킨, 햄버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공장사육이라는 문제를 가집니다. 좁은 공간에서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아픕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닭을 살찌우도록 항생제나 성장호르몬도 투입됩니다. 이것이 아이들 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들어 성조숙증이나 조기초경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와 관련됩니다. 또한 식물성 식품에 비해 기름진 고기는 배출되는 시간도 느린데요. 장시간 아이의 뱃속에 남아 부패되면서 유해균을 증식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밥을 안 먹고 빵이나 과자를 자주 먹는다는 것도 문제다. 기름진 음식은 성인뿐 아니라 아이들도 소화시키기 어렵다. 소아비만, 소아당뇨가 많아져 성인병으로 불리는 질환을 ‘현대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상담을 진행하는 환자 중 소아암에 걸린 아이가 있었어요. 당장 먹는 것부터 동물성식품을 먹이지 말고 전부 바꾸라고 했더니 아이가 바닥에 뒹굴면서 ‘그럼 뭘 먹어요’라며 막 울더군요. 하지만 2년 후에 아이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음식을 바꿨더니 아이의 병이 이제 완치됐다며 울었습니다. 아이의 병은 성인보다 쉽게 낫기도 하지만 쉽게 걸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아이의 음식은 중요해요.”
유기농문화센터에서 ‘채식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는 송황순 교수 [사진=유기농문화센터제공] |
▶아이들 키요? 식물성 식품에 다 들어있어요=채식이 뇌 발달과 각종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여전히 의심을 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키이다.
“채식은 성장속도를 정상적으로 조절해 이른나이에 키가 멈추지 않고 제대로 다 자랄수 있도록 돕습니다. 식물성 식품에는 키가 자라는 데 필요한 철분이나 칼슘, 아미노산 등의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어요.”
우리의 편견과 달리 칼슘은 식물성 식품에도 많이 들어있다. 콩이나 두부, 시금치, 미역, 무청, 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칼슘 흡수율도 높다. 필수아미노산 역시 현미를 먹으면 다양한 아미노산 섭취가 충족된다. 더욱이 복합탄수화물인 현미는 체내에서 천천히 흡수되므로 식사 후 피로감을 덜 느끼며,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준다.
“중요한 것은 균형잡힌 영양이에요. 현미밥에 제철 채소반찬과 건강한 지방을 먹이고, 간식으로 견과류나 과일을 챙겨주면 아이들의 성장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영재들이 많이 나오는 실리콘 벨리의 발도로프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자진해서 채식 급식을 요구합니다. 채식을 한 아이들이 더 집중력이 뛰어나고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지난해 미국 연구논문에서 밝혀진 내용입니다.”
불안한 것은 채식의 영양소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이다. 송 교수는 채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으면 불안감 없이 아이들을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울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이 채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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