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술술 들어가면 큰일 ①] 알코올성 지방간, 하루 평균 소주 반병 1주일 마시면 발병
-11월 ‘음주폐해 예방의 달’…각종 술자리 잡힐 시기
-습관적 음주, 간 건강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 치명적
-과음이 반복되면 알코올 내성 생기고 중독까지 발전
매년 11월은 ‘음주폐해 예방의 달’이다. 사실 음주는 흡연ㆍ비만과 같은 건강 위해 요인이다. 최근 만취 상태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군인 윤창호 씨를 치어 숨지게 하는 등 음주 관련 교통사고, 폭력. 자살 등이 이슈가 되면서 정부에서는 2020년부터 주류 광고 모델이 직접 술을 마시는 장면을 금지하게 하는 등 ‘음주폐해 예방 실행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달력에는 송년회 등 각종 약속과 모임이 빽빽하게 들어차는 시기도 지금이다. 이들 일정은 대부분 술자리다. 술자리에서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하루 평균 소주 반 병 이상 음주를 일주일 이상 지속하면 알코올성 지방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간뿐 아니라 뇌 등 전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른바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아웃이 최근 6개월 이내에 2~3회, 10회 음주 시 2~3회 발생했다면 조심해야 한다. [헤럴드경제DB] |
▶습관적 음주, 온몸에 질환 야기=술을 마시면 이를 해독하는 간이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반사다. 하지만 습관적 음주는 간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 치명적이다.
지속적 음주는 뇌에 손상을 일으켜 정신병, 중추신경 마비, 치매, 뇌출혈 등을 야기하고, 말초신경에도 손상을 줘 말초신경병증이 발생시킬 수 있다. 심장 근육 손상에 의한 심부전, 위장ㆍ장ㆍ간 질환 등 복부 질환, 불임, 각종 암 발생 증가, 고관절 괴사에 의한 보행 장애 등 많은 육체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은 지방간부터 간염, 간경변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만성 음주자의 대부분은 지방간이 발생하고, 10~35%는 간염, 8~20%는 간경변이 발생한다.
김병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성 간 손상의 임상 경과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영양상태, 유전적 소인, 바이러스성 간염 동반 유무 등 다른 인자가 관여하기 때문”이라며 “한 환자에게 지방간, 간염, 간경변 등 어느 한 가지가 순수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개인마다 다양하게 혼합돼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비교적 가벼운 형태의 간 질환이다. 하루 평균 소주 반 병 이상의 음주를 일주일 동안 지속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지방간은 증세가 미미해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1~2개월의 금주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알코올성 간염은 식욕 감퇴, 구역질, 구토, 무력감, 체중 감소, 복부 불쾌감, 발열, 황달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복수가 차거나, 부종, 출혈, 뇌기능 장애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술을 끊어도 간 손상이 계속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황달이 심할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 특정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말기로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김병호 교수는 “알코올성 간경변증 증상으로는 피부에 거미상 혈관종이라 하여 조그맣고 빨간 반점이 나타나고, 간이나 비장이 커져서 상복부에서 혹처럼 만져질 수 있고, 가슴이 여성처럼 커지기도 하며, 심하면 복수가 발생하고 출혈이 잘 멈추지 않게 된다”며 “나아가 식도나 위에 혈관(정맥류)이 터져서 토혈이 발생하거나 간의 해독력이 떨어져 의식이 떨어져 혼수에 빠지기도 하며, 간암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습관적 음주는 간경변을 일으킨다. 일단 간경변이 발생하면 간암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만성 간염(B형이나 C형 바이러스성) 환자가 습관적 음주를 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훨씬 증가하므로 만성 간염 환자는 철저히 금주해야 한다.
간 질환 치료는 상태에 따라 다르다. 지방간 정도의 병이라면 금주나 영양 보충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간염이나 간경변까지 진행됐다면 합병증 발생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병호 교수는 “간부전이 심한 경우 간 이식이 필요하고, 간암이 발생한 경우 관련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알코올성 간 질환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무엇보다도 금주이므로, 금주 재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6개월 이내 2~3회 ‘필름이 끊겼다’면 조심해야=알코올은 중추신경계 활동을 억제한다. 뇌신경계 중 통합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부터 억제가 시작된다. 김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게 되면 뇌의 정신과 행동의 억압을 담당하는 기능이 떨어져 다소 흥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평소 해서는 안 될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혈중알코올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흥분감, 도취감과 함께 말이 많아지고 공격적으로 변하며 행동 조절력이 상실된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적ㆍ운동 능력이 오히려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상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비례하며, 주위 환경이나 자극과 상관없이 울거나 웃는 정서 장애까지 동반된다. 김종우 교수는 “알코올은 비특이적 중추신경 억제제이기 때문에 많이 복용하면 전신 마취제나 수면제처럼 깊은 마취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며 “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르고 호흡이 힘들어져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흔히 술 마신 후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 현상을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알코올 때문에 오는 일시적 건망증으로, 급성 알코올 의존증(알코올 중독)과 연관돼 있다. 대부분 필름 끊기는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뇌가 손상돼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김종우 교수는 “블랙아웃이 최근 6개월 이내에 2~3회 발생하거나, 10회 음주 시 2~3회 이상 발생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며 “특히 젊어서 블랙아웃이 자주 반복되면, 50대 이후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술을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알코올이 간에서 충분히 분해될 수 있도록 마시는 양을 줄이고, 충분한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며 폭탄주와 원샷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술을 마시는 횟수를 줄이거나 끊는 것이 가장 좋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술을 마시는 것을 과음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은 소주 3분의 2병, 여성은 반병 이상을 한 번에 마실 때 과음에 해당한다. 김종우 교수는 “과음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흔히 ‘술이 는다’고 말하는 알코올 내성이 생기고, 알코올에 의존하게 하는 알코올 의존증을 일으킨다”며 “알코올 의존증은 금단증상을 동반한다. 알코올이 신체에 어느 정도 남아 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손을 떨거나 식은땀을 흘리며, 심하면 헛것을 보는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고 조언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