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열전]김명수 셰프 “요리는 하나의 예술작품…맛·색상·정성 삼위일체 돼야”
강원 강릉 씨마크호텔 총괄 셰프
섬세한 예술적 감각을 요리에 가미
파인 다이닝에 산지 재료로 ‘변주’
음식의 풍미 더하는 ‘소스’에 자신
김명수 씨마크호텔 총괄 셰프. [씨마크호텔 제공] |
[리얼푸드=신소연 기자]“요리는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다.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과 그 가치가 달라지듯 요리 역시 먹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발전한다”
강원도 강릉에 있는 씨마크호텔은 경포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풍광 만큼이나 파인 다이닝으로도 유명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진두지휘 아래 개관한 ‘호텔현대 경포대’가 전신이다 보니 다른 지방 호텔들보다 각국 정상 등 VIP 고객 접대나 글로벌 행사 진행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 이곳이 5성급 ‘씨마크호텔’로 재탄생한 후 이곳의 주방은 김명수 총괄 셰프가 책임지고 있다.
씨마크호텔 1층에 위치한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 [씨마크호텔 제공] |
김 총괄 셰프는 ‘요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그림을 그리거나 창작물을 만드는 데 소질이 있었던 그는 사실 파인 다이닝의 예술적인 면에 이끌려 요리를 시작했다. 덕분에 그의 요리는 색감이 뛰어나고 플레이팅이 감각적이다. 특히 그는 계절마다 어울리는 제철 식재료와 색감을 찾아 새로운 메뉴로 선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음식의 맛과 색감, 정성 등이 삼위일체가 되었을 때 고객이 맛있게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특히 ‘오직 씨마크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제철 산지 식재료 발굴에 적극적이다. 파인 다이닝의 재료와 형식을 따르되 현지 재료로 살짝 변주를 주는 식이다. 횡성한우 스테이크나 강원도산 민물송어 생선요리는 양식의 조리법을 따랐지만, 강원도산 현지 식재료를 사용하다보니 맛이 익숙하면서도 색다르다. 그는 이곳에 와 고랭지 잎채소와 산나물, 감자, 초당 순두부, 황태, 두루묵, 물곰 등 강원도 대표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다. 그는 “강원도산 신선한 재료를 활용하면 오직 그 지역, 그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요리가 된다”고 말했다.
김명수 총괄 셰프가 횡성한우 스테이크를 플레이팅하고 있다. [씨마크호텔 제공] |
김 총괄 셰프가 사용하는 현지 식재료는 모두 산지 직송으로 받는다.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선함인데, 최상의 신선함은 산지에서 농사꾼에게 직접 받아야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른 지방 소재 호텔들이 서울 본사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는 점을 고려하면 씨마크 호텔은 보다 신선한 재료를 빨리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횡성한우 스테이크 뿐 아니라 감자 옹심이, 황태 탕수육, 곰치국 등 다양한 강원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는 “식재료를 고를 때 해당 지역(호텔 소재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재료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덕분에 현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내 요리의 특징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요리를 할 때 메인 식재료인 고기나 생선을 다루는 것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소스’다. 음식의 풍미를 좌우하는 소스를 만드는 일은 작은 차이 하나로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소스는 누구나 잘 만들 수 없고 셰프마다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보니 그에게 소스 개발은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주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소스의 힘이다. 예컨데 그가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데미글라스 소스는 살구나 말린 자두를 으깨 넣어 상큼한 맛을 가미해 느끼한 맛이 없다. 시금치 스프는 취나물을 갈아 끓여낸 물을 섞어 스프의 색이 다른 레스토랑보다 선명하고 나물 특유의 향이 가미돼 풍미가 좋다.
강원도산 감자로 만든 전체요리. [씨마크호텔 제공] |
김 총괄 셰프는 “사실 셰프가 선보이고 싶은 요리를 일방적으로 내어주기 보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맛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신메뉴를 개발할 때 조리팀 직원들은 물론, 총지배인부터 각 부서의 팀장 등 호텔 직원들을 모두 모아 2~3번씩 품평회를 거치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람이 있다면 씨마크를 방문하는 전 세계 고객들에게 강원도 특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색다른 요리로 K푸드를 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