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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에 온도까지’ 놋그릇, 다시봐야 보인다

완성된 음식은 그릇이라는 옷을 다시 입는다. 담겨지는 그릇의 색감이나 질감, 모양에 따라 음식은 다시 탄생된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돋보이기도 하고 때론 식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예로부터 중국은 자기그릇에 음식을 담았으며, 일본은 나무그릇,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놋그릇을 사용했다. 하지만 형형색색의 그릇들이 등장하면서 한식당에서나 가끔 보던 놋그릇은 최근 젊은층에게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꼭 한식을 담아야 한다는 고집도 사라졌다. 너무 무겁지 않게 제작되거나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놋그릇은 파스타 볼이나 샐러드 볼, 아이 이유식 그릇 등으로도 이용되는 추세이다.

살균효과로 안전하게

전통 놋그릇의 다양한 활용은 그 기능성이 재조명되면서 시작됐다. 가장 부각된 기능은 ‘살균효과’로 이는 구리성분 덕분이다. 놋그릇은 구리에 주석이나 아연, 니켈을 혼합한 합금인 ‘놋쇠’를 망치질로 두들겨서 만든다. 구리 합금이 살균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인체에 유해한 리스테리아균,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비브리오균, MRSA 등을 억제하고 살균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대 페르시안인들이 구리 용기에 물을 담아 질병을 막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경원대 연구팀(2003)에 따르면 놋그릇에 일정량의 균을 증류수에 섞어 넣은 뒤 16시간 후 관찰하자 다른 그릇과 달리 놋그릇에서는 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음식의 온도를 지킨다

놋그릇은 음식과의 궁합도 좋다. 놋그릇이 ‘생명의 그릇’으로 불리는 이유는 살균효과뿐 아니라 ‘신선함 유지’ 기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놋그릇은 음식의 온도를 잘 유지시켜준다. 탕이나 국은 오랫동안 따뜻하게, 시원한 음식은 차가움이 지속되도록 돕는다. 여름철 팥빙수나 물냉면이 놋그릇에 담겨나오는 이유이다. 또한 놋그릇의 구리는 금속중에서도 높은 원적외선 방사율을 가져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준다. 다만 짠 음식이나 신 음식처럼 간이 강한 음식은 놋그릇의 색을 변하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관리가 편해지는 방법

놋그릇은 이러한 장점들이 하나의 단점에 가려진 그릇이기도 하다. 바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간편하고 편리한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에게는 다소 치명적이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만 알고 있어도 관리가 그리 번거롭지는 않다. 먼저 설거지를 할 때에는 놋그릇의 결대로 닦아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릇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며, 거친 수세미보다는 부드러운 재질로 닦는 것이 좋다. 또한 마른행주로 닦아내야 물기가 얼룩지지 않는다. 검은 얼룩이 생겼어도 방법은 있다. 케첩이나 토마토주스를 이용하면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이 녹을 쉽게 없애준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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