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피로, 간 때문? ②] 20대, A형 간염에 무방비…10명 중 9명 항체 없어
-서울대병원, 5800여명 조사결과…10대 후반도 24%
-2016ㆍ2017년 환자 증가세…“항체 없으면 백신 접종”
우리나라 20대 10명 중 9명은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는 건 그만큼 A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뜻으로, 젊은 층이 A형 간염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몸에 항체가 있으면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임주원(국제진료센터)ㆍ박상민(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세 이상 5856명을 대상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을 조사한 결과 최근 이 같이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연구팀 연구 결과 20대(20∼29세)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11.9%, 15∼19세인 청소년도 24.0%에 불과했다. A형 간염 예방 백신 무료 접종 혜택을 보지 못한 청소년과 성인은 건강검진 때 A형 간염 검사를 받아 항체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헤럴드경제DB] |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72.5%였다. 문제는 사회활동이 왕성한 젊은층의 항체 보유율이 크게 낮았다는 점이다. 특히 20대(20∼29세)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11.9%, 15∼19세인 청소년도 24.0%에 불과했다. 다른 연령대는 ▷10∼14세 59.7% ▷30∼44세 46.6% ▷45세 이상 97.8% 등으로 항체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정부가 2015년 이후 영유아에 대한 A형 간염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을 시행하면서 10대 초반의 항체 보유율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봤다. 반면 해당 백신 지원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10대 중ㆍ후반과 20대는 항체 보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급성 염증성 간 질환으로, 감염된 환자의 분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이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전염성이 강해 직장, 학교 등 단체 생활공간에서 감염 위험이 크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에 피로감, 고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직 특별한 치료제는 없다.
특히 A형 간염은 어린이보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한 달 이상의 입원이 필요한 환자도 있다. 만성 간 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자주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새 A형 간염 환자가 증가 추세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감염병 통계치를 보면 2011년 환자가 5521명이었던 A형 간염은 ▷2012년 1197명▷2013년 867명 ▷2014년 1307명 ▷2015년 1804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환자 수는 반등하기 시작, 2016년 4677명으로 다시 폭증했고, 지난해에도 4419명을 기록했다. 2년째 환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A형 간염 예방 백신 무료 접종 혜택을 보지 못한 청소년과 성인은 건강검진 때 A형 간염 검사를 받아 항체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며 “유료로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접종 비용은 7∼8만원 정도다.
임 교수는 “A형 간염에 걸리면 간세포가 망가지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등 중증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20∼40대의 A형 간염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개인적인 예방 노력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A형 간염 유행을 막기 위한 예산ㆍ백신 확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온라인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 호에 게재됐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