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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브라질산 오렌지 수만㎞ 여정…1만t 넘는 이산화탄소 발생

“미국 마트에서 파는 사과는 수확한 지 평균 11개월 된 것입니다. 항산화 물질 90%가 날아가죠. 그저 설탕덩어리예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칼렙 하퍼 교수가 지난 2015년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테드(TED) 강연서 발언한 내용일부다. 도시민이 접하는 먹거리가 불안전하다는 그의 주장은 큰 호응을 불렀다. 23일 현재 이 영상 조횟수는 172만건을 넘겼다. 실제‘ 설탕 되기 직전’의 사과를 먹는 현상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 수입된농산물도 기나긴 여행을 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악천후로‘ 국내산’ 가격은 오르기만한다.

▶너무나도 긴 푸드마일리지=‘ 유통기간 11개월’은 푸드마일리지(Food miles), 즉 식품이 생산ㆍ운송ㆍ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 식탁까지 걸린 거리가 그만큼 길었다는 뜻이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농림부ㆍ농촌진흥청 등이 운영하는 탄소정보사이트‘ 스마트그린푸드’에 따르면 칠레산 포도가 한국에 상륙하려면 1만8969㎞를 와야 한다. 브라질 산 옥수수의 수입 거리는 2만2171㎞에 달한다. 지구한 바퀴 거리(4만2000㎞)의 절반 이상이다.


거리만 길까‘. 관문’은 한두개가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작성한 2017 해외농산물유통현황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산 오렌지는 산지에서 최소 4단계를 지나야 국내 대형마트 진열대서 볼 수 있다. 1만㎞가까운 여정을 거친 결과다.


수천 수만㎞를 이동하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도 상당하다. 미국ㆍ브라질서 들여온 오렌지만 해도 1만t 넘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반복되는 악천후…값비싼‘ 국내산’이 대안일까= 길어진 푸드마일리지가 소비자에 끼치는 직접적인 우려는‘ 안전성’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펴낸‘ 농업·농촌에 대한 2017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91%는 식품 품질을 최우선시한다. 먹어도 몸에 나쁘지 않은, 나아가 먹으면 건강해지는 음식을 선호한다. 수확 후 보관 기간ㆍ유통거리 등이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산을 찾는 이유다.


그러나 질이 좋아도 비싸면 문제다. 국내 소비자 34%는“ 가격이 싸다면 수입산을 구매할것”이라고 답했다. 전년(29%)보다 늘었다.


국산 농산물 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 하나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ㆍ홍수 등 악천후다.


당장 지난 7∼8월 전례 없는 폭염에 야채는 그야말로 금값이 됐다. 한 단에 3000원 선이던 시금치는 지역에 따라 1만4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른 작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가 초래한‘ 어두운 내일’= 모두가 머릿속에선‘ 로컬푸드’를 외치지만 기후 영향에 의한 품질 하락과 비싼 가격표 앞에선 망설이게 된다. 식품 수입도 계속된다. 푸드마일리지가 갑자기 짧아질 수도 없다. 막대한 탄소배출량은 지구를 숨막히게 한다.


지난 6월엔 지구 온난화를 이대로 놔두면 기후변화ㆍ물부족 등으로 세계 채소 생산량은 3분의 1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끓어오르는 지구’가 글로벌 채소 작황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 앨런 댄거는 성명을 통해“ 우리가‘ 평소처럼’ 접근한다면 기후변화는 이 중요한 식량을 앗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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