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신현빈 “무뚝뚝한 장겨울 캐릭터 덕에 제가 편안해졌어요”
배우 신현빈. 최성현스튜디오 제공 |
“장겨울 캐릭터에 맞춘다고 화장 안 하고 안경 쓰고 있었더니 감독님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캐릭터마다 달라 보이고 싶은 건 배우 욕심이긴 한데, 그래도 저는 저니까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보는 분들이 달라 보인다고 말해주시니 감사하죠.”
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현빈(34)은 자신이 최근 연기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처럼 무덤덤하게 말했다. 연기 변신에 대한 칭찬도 “캐릭터가 주는 영향이 아닐까 싶다”고 조용히 받아넘겼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같은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99학번 의대 동기 다섯 명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 신현빈이 맡은 장겨울은 다섯 주인공 중 정원(유연석)을 짝사랑하는 무뚝뚝한 성격의 외과 레지던트다.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에 안경 쓰고 머리를 질끈 맨 스타일이, 외모나 옷차림에 신경쓰지 않는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다. 신현빈은 여기에다 무심하고 무뚝뚝한 말투까지 덧입혔다.
이는 신현빈의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지난 2월 개봉했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기한 미란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여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장겨울 캐릭터는 도전이었다. 평소 자신의 연기에 있어선 스스로를 괴롭힐 만큼 예민한 스타일이어서다. 그런데 장겨울에게서 이물감을 느끼기 보다는 의외로 위안을 얻었다 했다. “장겨울이라는 캐릭터가 저를 예민해지지 않도록 해줬고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는 식으로 무던하게 우직하게 만들어줬거든요.” 그 덕에 슬의생 촬영은 즐겁고 편안했다.
정작 어려웠던 건 짝사랑하던 정원에게 고백하던 장면. “너무 오랫동안 억누르며 참고 눌러왔던 감정을 마지막에 터트리는 장면이에요. 너무 과도하게 울먹이며 눈물을 흘려버리면 안 되고 제가 느낀 만큼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어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한 배우 신현빈. tvN 제공 |
‘슬의생’은 주요 등장인물만 40명에 달한다. 다섯 명의 주인공에 비해 다른 배역은 비중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신현빈은 “배역 크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좋고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 그간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는 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친구들의 드라마에 대한 높은 관심은 친구들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단다. 그는 “드라마 방영 중엔 주위 친구들이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면서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를 세세한 부분까지 궁금해 했다”며 “심지어 제 친구들과 스태프들에게도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슬의생’ 덕에 데뷔 10년,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슬의생 방영 중엔 친구들이 드라마의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걸 보곤 인기를 실감했다. 이런 인기에도 신현빈은 ‘장겨울스러운’ 대답을 내놨다.
“연기를 시작할 때 딱히 계획이나 목표는 없었어요. 5년 정도 하다 보면 마음의 결단이 서겠지 하는 정도였죠. 그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으니, 이제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하며 앞으로의 시간도 또 잘 만들어가야죠.”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