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도 프리미엄 시대…”중국 공략 위해 12가지 라면 레시피 개발“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하오츠 하오츠!(맛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시알 차이나 2019’. 134개 업체가 참가한 한국관에서 유달리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 곳이 있었다. 바로 한국 라면의 대명사인 오뚜기 부스였다. 오뚜기 부스에서 식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왕홍(온라인 상의 유명 인사)인 싸이에찌앙 씨의 라이브 방송과 라면 시식을 진행하자,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절로 멈췄다. 싸이에찌앙 씨는 “이 라면을 직접 사서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말했고, 현장에서 라면을 시식해본 한 중국인은 “진라면은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중국 농림수산식품 수출 실적에서 라면은 2년 연속 수출 실적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7년 국내 라면 수출 실적은 1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18년엔 1억 달러에 육박했다.
중국의 식품 전문 왕홍인 싸이엔찌앙 씨가 시알 차이나 2019 오뚜기 부스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라면의 인기는 전 세계에서 달아올랐다. ‘스파이시 챌린지’(Spicy challenge) 열풍으로 삼양의 불닭볶음면과 함께 신라면(농심), 진라면(오뚜기) 등 한국 라면은 북미, 유럽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에서도 식지 않은 한국 라면의 인기를 확인했다.
유튜브에서 확산된 한국 라면은 ‘매운맛’의 대명사로 꼽혔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최근 중국에선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가공식품의 대명사로 꼽혔던 라면 시장에서도 ‘건강 지향’ 성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aT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중국에선 라면을 건강하지 않은 식품으로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 건강을 강조한 새로운 라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식품 업체인 통일이나, 캉쓰푸, 백상 등에서 선보이고 있는 사골국물 라면이나 절인 배추 우육 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매운 라면’으로만 인식됐던 한국 라면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뚜기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진라면과 더불어 ‘프리미엄 라면’으로 리얼 치즈라면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뚜기 라면을 수입하는 장영희 상해 상영식품 대표는 “중국 사람들에게 라면은 건강하지 않은 식품이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인식됐다”며 “오뚜기 라면을 알리기 위해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중국 사람의 라면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뚜기에선 12가지 라면 레시피를 개발해 라면을 ‘고급 식품’으로 인식하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각종 해산물은 물론 전복까지 넣어 먹는 라면은 중국인들에게 라면에 대한 인식 전환을 끌어내고 있다.
장 대표는 “중국은 요리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수입 식품을 사먹는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춰 다양한 고급 요리를 먹어본 사람들이다”라며 “이들에겐 간편하게 먹는 식품보다는 다양한 식재료를 추가해 고급 요리로 바꾸는 레시피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인식을 깨기 위해 오뚜기에선 진라면에 대해 “국물까지 마실 수 있는 라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름기가 많은 중국 라면이나, 맵다고만 생각했던 기존의 한국 라면과 달리 기름기도 적고, 국물도 맛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잡았다. 리얼 치즈라면은 기존 30대 미만의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던 데에서 벗어나 어린이로 타깃층을 낮췄다. 장 대표는 “어린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체적인 라면에 대한 인식 전환과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전략은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안경욱 오뚜기 해외영업부 차장은 “2018년 기준 진라면과 치즈라면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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