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뛰어든 참치액 시장, 원조·프리미엄으로 승부”…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국내 최초 ‘참치액’ 만든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20년 간 ‘입소문’과 ‘맛보기’ 전략으로 고객 만들어
코로나 이후 ‘만능 소스’로 젊은 층 주목
감칠맛 높이는 액상 조미료, 한식에 어울려
최근 대기업 뛰어들며 파이 커져
식재료 가공추출 기술과 고품질로 승부
미역국 조리에 사용하는 참치액 [한라식품 제공]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미역국에 참치액 넣었어?”
한 때 김치볶음밥 등의 각종 요리에 굴소스를 넣었던 것처럼, 현재는 이 제품이 ‘만능 소스’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한라식품의 참치액이다. 최근에는 굵직한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만큼 주목받는 품목이다.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속에서 “원조와 프리미엄을 앞세워 매출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한라식품 제공] |
▶“PPL 아니라구요?” 요리 고수들이 챙겨온 참치액
“PPL(간접광고)이 아니라구요?”. 경기도 하남시 한라식품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한 대표에게 기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재차 물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비롯해 배우 류수영과 차승원 같은 ‘요리 고수’들이 참치액을 방송에서 사용했지만 이러한 TV 장면들의 대부분은 광고가 아니었다.
“광고를 하지 않았던 일부 프로그램에서 제품이 나오더군요. 이후에는 확실히 젊은 층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요리를 잘 못하는 이들도 참치액 몇 방울만 넣으면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참치액을 비롯한 ‘만능 조미료’ 분야는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이후 심상치 않은 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다. 유통기업 이마트에서는 지난해 만능 조미료 매출액이 간장, 고추장을 처음으로 제치고 전체 조미료중 매출 1위(30.5%)를 차지했다. 이러한 매출 성장을 이끈 대표 제품은 참치액이다.
▶“일단 먹어 보세요“…아파트 알뜰장부터 이마트 입점까지
참치액을 활용한 한식 요리들 [한라식품 제공] |
‘만능 소스’ 별칭까지 붙여진 현재와 달리, 판매 초기 시절에 제품을 홍보하기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20년간 시식 행사와 입소문으로 버텼어요. 아파트 부녀회장을 만나려 무작정 기다리고, 직접 삶은 면을 가지고 아파트 알뜰 시장에서 국물을 부어주며 시식행사를 했죠.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200병 씩 팔리기 시작했어요.”
잡상인으로 취급받아 내쫓긴 적도 많았지만 이 대표는 그 때마다 “일단 맛을 한 번 보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맛보기 전략은 우리나라 궁중음식의 대가에게도 통했다.
“하루는 궁중음식연구원에 찾아갔는데 직원이 저를 막더군요. 이를 본 한복려 원장이 ‘한 번 맛을 보시라’는 제 요청을 들어주셨고, 시식후 분위기는 확 바뀌었습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한식 활용 소스로 소개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어요.”
이 후에는 이마트 입점까지 성공했다. 이 대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맛 보기를 권하며, ‘차곡차곡’ 쌓아올린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에도 없는 개념”…‘참치액’ 단어 최초 만들어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참치액은 일본에도 없는 개념이며, 처음부터 한식의 감칠맛을 높이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라식품 제공] |
그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판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대가 운영하던 국내 최초 가쓰오부시(훈연참치)생산 회사가 기반이 됐죠. 하지만 가쓰오부시의 납품에 한계를 느끼면서 이를 활용한 소스를개발하게 됐어요. 13번 훈연 과정을 거친 가쓰오부시와 국내산 가을무, 표고버섯, 완도 다시마 등 감칠맛을 내는 천연 식재료만 모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액상 조미료’를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다시다’처럼 과립형 조미료밖에 없었거든요.”
‘액상 조미료’ 외에도 제품을 설명할 명확한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참치액’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오해도 생겼다. 참치액젓으로 혼동하거나 일식에 어울리는 일본식 소스로 오해하는 경우이다. 이 대표는 참치액에 대해 “일본에서도 없는 제품으로, 한식에 어울리도록 만든 소스”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각종 요리에 맞는 간장 베이스의 소스가 종류별로 있기 때문에 참치액을 따로 넣지 않으며, 이에 따라 참치액 개념도 없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까지 뛰어든 시장, “프리미엄·전문 노하우로 승부”
또다른 오해도 있다. 지난 5년 간 4개의 굵직한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든 후, 참치액을 ‘대기업 개발 제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또한 시장 규모는 커졌으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어려움도 생겼다.
이 대표는 “현재 참치액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400억 원에서 500억 원 대로, 이 중 한라식품이 지난해 약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위(약 40% 비중)를 차지하고 있다”며 “모든 원료를 직접 가공추출하는 원조 기술력, 맛의 균형 등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라식품은 참치액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 중소기업 기술혁신 대전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역국, 김밥, 나물무침, 김치 등 대부분의 한식 요리에 어울리는 참치액으로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일본 간장과 제대로 경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떠오른 글로벌 소스 전쟁과 더불어, 참치액이 이끄는 국내 만능 조미료 시장의 뜨거운 경쟁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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