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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만드는 전통차, ‘청태전’ 아세요?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식물의 잎을 말려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차(茶), 다 같아 보이지만 잎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중엔 발효차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잎을 미생물로 발효시킨 차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홍차 역시 발효차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즐기던 발효차가 있다. 청태전(靑苔錢)이 대표적이다. 남해를 끼고 있는 전라남도 지역에서 즐겨 먹었다. 문헌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청태전을 만들어 먹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전남 장흥의 특산물로 알려지며,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한다. 


청태전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숙성차인 만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갓 딴 잎을 실내에서 반나절 말린 뒤 찐다. 찐 잎은 잘게 빻아서 둥글 넙적한 틀에 밀어넣고 건조(1차)하면 마치 쑥떡과 비슷하게 굳는다. 이후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야외에서 2차 건조를 거친다. 마치 메주를 말리는 것과 비슷하다. 6개월 이상 숙성하는 게 필수다.


숙성 과정에서 겉이 마치 이끼가 낀 듯이 짙푸른 색으로 변한다. 청태전이란 이름도 ‘푸른 이끼가 낀 동전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르게는 ‘돈차’라고도 불린다. 역시 엽전과 비슷한 생김새에서 나온 명칭이다.

숙성을 마친 청태전은 그대로 주전자나 탕기에 물과 함께 넣고 끓여도 되고, 끓는 물을 부어서 우려 마셔도 된다. 생강, 오가피, 귤 껍질을 같이 넣고 우리면 향과 맛이 더 좋아진다.


청태전은 메주, 된장, 간장 같은 장(醬) 못지않은 역사적ㆍ문화적 가치가 있으나 한동안 잊힌 이름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지자체 차원에서 청태전 알리기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2008년에는 ‘세계녹차콘테스트’에 처음 출품했는데, 여기서 최고금상을 탔다. 2013년엔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지정하는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맛의 방주는 전통 먹거리와 식문화를 보전하려는 취지로 각 지역의 음식, 식재료, 종자 리스트를 작성하는 프로젝트다.


우리나라 전통차의 효능과 우수성을 연구하고 있는 농진청 산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최근 청태전을 연구한 결과를 내놨다.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숙성차인 보이차, 아와반차와 비교해서 청태전 속 혐기성미생물 비율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문두경 농업연구관은 “이번 연구에서는 청태전의 독창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우수성을 밝히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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