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0종 야생버섯, 얼마나 아시나요?
- 샘표, ‘우리맛 연구팀’ 야생버섯 스터디 열어
- 국내 자생하는 야생버섯 24종 각종 정보 공유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국내에 분포하는 버섯이 2000여종입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야생버섯은 300여종 정도죠. 이 중에 우리가 아는 버섯이 얼마나 될까요?”
지난달 29일, 서울 충무로 샘표 본사 ‘우리맛 공간’에서 야생버섯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른바 ‘우리 야생버섯 스터디’. 샘표 우리맛 연구팀원들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 셰프들이 함께 모였다.
안형균 연구원은 연구팀원들이 지난 1년 남짓, 전국을 돌며 야생버섯을 취재한 결과를 소개했다. 300여가지 식용 야생버섯 중 24종(시장에 유통 중인 버섯 16종, 유통되지 않는 버섯 8종)을 선택해 연구한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16가지 야생버섯은 맛과 향, 식감, 활용법, 가격 등을 일일이 정리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샘표 우리맛 연구팀이 전국 각지의 재래시장에서 수집하고 조사한 야생버섯들. [사진=샘표] |
<노루궁뎅이>
▷맛ㆍ향 : 담백함, 달달함, 쓴맛
▷식감 : 어린 것은 부드러움. 익히면 스펀지와 유사
▷활용 : 중국의 4대 진미 중 하나. 말린 후 물에 불려 요리하기도 함. 생회, 숙회, 조림, 찌개, 전골, 초밥
▷가격 : ㎏당 14~20만원
이날 스터디에선 몇몇 야생버섯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땅느타리버섯, 잡싸리버섯, 밀버섯, 밤버섯(다색벚꽃버섯), 먹버섯(까치버섯), 송이싸리버섯 등이다.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새송이, 느타리, 팽이버섯과 비교해 색다른 식감이 돋보였다. 특히 먹버섯은 표면이 온통 검은색인 게 특징. 데치고 볶은 먹버섯을 직접 먹어보니 마치 ‘바다의 불로초’로 불리는 톳을 씹는 듯했다.
안 연구원은 야생버섯에 대한 ‘무지’(無知)를 말하기도 했다. 버섯 판매자부터 유통업자, 요리사, 소비자들 너나 할 것 없이 야생버섯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 능이, 송이버섯 정도가 그나마 알려진 야생버섯이다.
이날 야생버섯 스터디에 참석한 셰프들은 직접 야생버섯 맛을 봤다. [사진=샘표] |
안 연구원은 “팀원들이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을 둘러보니 산지에서도 야생버섯의 정보를 충분히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름조차 제대로 붙어있지 않는 게 많았고 이런 버섯들이 전국 각지로 유통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 상인들도 갖은 야생버섯을 뭉뚱그려서 ‘잡버섯’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얘기도 소개했다.
버섯은 어느 음식에 넣어도 풍부한 영양소와 감칠맛을 내는 일상적인 식재료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마트 판매대에서 만나는 버섯은 대개 시설에서 대량으로 자란 것들이다. 말 그대로 ‘온실 속 버섯’같은 것들 뿐. 산과 들에서 사람의 손 없이 저절로 피어난 야생버섯이 도시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일은 드물다.
이날 행사를 찾은 셰프들은 저마다 의견을 냈다. 외국 파인 다이닝들이 야생버섯인 산트렐(Chanterelleㆍ꾀꼬리버섯)과 모렐(morelㆍ곰보버섯)을 고급 식재료로 활용하는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신창호 셰프(‘주옥’ 오너 셰프)는 “야생버섯을 찾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야생버섯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구 셰프(‘밍글스’ 오너 셰프)도 “상업적인 측면에서 야생버섯을 대량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식용할 수 있는 야생버섯이 300가지가 넘는데 서양 레스토랑처럼 잘 포장해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