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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할머니가 일하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5달러 티셔츠 구매는 고민하지만, 매일 아침 ‘카페라떼’를 마시기 위해 5달러를 쓰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다. 내게 스타벅스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 곳이다. 스타벅스는 흔한 매장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각 블럭 구간마다 하나씩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 스타벅스가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스타벅스는 늘 분주하고 사람들로 붐빈다. 커피 주문도 개인화돼서 복잡하다. “아이스 라테 그란데 사이즈, 디카페인, 두유(soy milk), 아이스를 적게 넣어주세요(light ice)”라고 주문하면 알아서 척척 그 많은 주문 사항을 입력한다. 가끔 대충 이야기해도 알아서 주문하는 걸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직원으로 일할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내가 매일 방문하는 캘리포니아의 한 스타벅스. 작년쯤이었던 것 같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주문을 받고 계신다. 다소 어색해 보이는 스타벅스 고유의 녹색 앞치마와 유니폼을 입고, 주문한 내용을 몇 번이고 다시 묻는다. “아이스, 디카페인, 잠깐만, 뭐라고 했죠?” 다시 천천히 주문을 반복한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기 줄이 길어지고 밀리게 된다. 바리스타들이 나서서 기다리는 분들의 주문을 구두로 먼저 받아 커피를 만든다.


정작 커피는 받았는데 지불을 못하게 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마음이 급해지니 할아버지 손이 더 떨리고 당황하시고 그래서 다시 주문이 늦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분명 모두가 불편한 상황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라도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슬쩍 앞에 메모를 봤더니 노인 고용 프로그램(Starbucks’ elderly employment initiative)을 운영하고 있으며, 훈련(training) 기간이라고 쓰여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지금도 할아버지는 주문을 받고 계신다. 이제는 직접 고객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아이들 이름도 불러주시고, 주문받으시며 농담도 건네주신다. 그렇게 그분은 처음부터 그곳에 계셨던 분처럼, 자연스럽게 스타벅스란 공간에 녹아드셨다.

2018년, 스타벅스가 정부(National Institute for Elderly People, INAPAM)와 협력해 미국 멕시코시티 (Mexico City)에 모든 직원이 50세 이상의 노인들로만 구성된 스타벅스를 오픈했다(50세를 노인으로 칭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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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도 일일 6시간씩 교대로 운영되고, 의료보험도 지원된다. 업무 적응을 돕기 위해, 매주 이틀은 젊은 직원이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일반 스타벅스와 모두 동일하게 운영되지만, 매장 배치에서 차이가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선반 높이를 낮춰서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곳의 목표는 젊은이들과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며 나이 드신 분과 상호작용(interaction)을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직원이 노인이면 젊은 사람들 눈치도 안 보게 되니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맞춰서 그들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 보장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배려인 것이다.

전원이 노인으로 구성된 스타벅스 오픈.

다른 선진국들이 그렇듯이 미국 멕시코시티도 출생률이 낮고 기대수명이 점점 길어져 노령화되는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2017년 기준, 60세 이상의 노인이 주(state) 인구의 10%를 차지하며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젊은 노동 인구가 급감하는 반면, 일자리 없는 노인이 늘어나는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되기 힘들다. 자연스레 빈곤과 사회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국도 급속하게 노령화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분들에게도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젊은이들과 나이 든 분들의 양 날개로 지탱되는 사회가 더욱 튼튼하고 깊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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