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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엿보는 버스 회사 경영전략

눈치 보지 말고 뒤로 젖히자!

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엿보는 버스 회

‘달리는 일등석’이라고 광고하는 프리미엄 버스를 드디어 타보았습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2016년 11월 최초 공개된 이후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좌석이 전자동으로 최대 160도까지 기울어질 뿐 아니라 방향 조절식 목베개, 개인 테이블, 독서등, 개인 모니터까지 역시 ‘달리는 일등석’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기분을 내주는 건 역시 차 안 가득 풍기는 새 차 냄새였지요. 확실히 우등버스보다 좌석이 더 넉넉하게 확보되다 보니 조금 더 편한 기분은 들었습니다. 물론 가격은 더 비싸지요.

요금, 서울~군산 기준

  1. 프리미엄 24,300원 (+11,500원, 일반고속 대비)
  2. 우등고속 18,700원 (+5,900원, 일반고속 대비)
  3. 일반고속 12,800원

프리미엄 고속버스, 돈 되나?

일반 소비자로서 이런 프리미엄 서비스를 사용할 때 퍼뜩 드는 생각은 ‘야, 버스회사 돈 많이 벌겠다’입니다. 당연히 일반고속(12,800원)을 타다가 11,500원을 더 내며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이런 프리미엄 서비스를 사용할 때 드는 생각은 ‘수익성이 충분히 나오나?’로 바뀌었습니다. 그냥 궁금해하기만 할 수 없으니 나름대로 계산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뭐가 좀 이상합니다?

만차(예매율 100%) 시 매출, 서울~군산 기준

  1. 프리미엄 24,300원 × 21석 = 510,300원 (-65,700원, 일반고속 대비)
  2. 우등고속 18,700원 × 28석 = 523,600원 (-52,400원, 일반고속 대비)
  3. 일반고속 12,800원 × 45석 = 576,000원

분명 프리미엄 서비스로 1인당 11,500원이나 더 받아가지만, 만차 시 매출은 일반고속에 비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보다 일반고속이 돈을 더 번다고?

서울~군산 노선의 경우 하루 총 52대의 버스를 운행합니다. 100% 만차를 가정하고 일제히 일반고속에서 프리미엄으로 전환했을 경우 매출 손실은 1일 341.6만 원(65,700원 × 52회)입니다. 왕복으로 계산할 경우 손실은 2배가 되니까 하루에만 매출 손실 683.2만 원이 되겠지요. 30일 기준으로는 2.04억…

 

이상합니다. 주말이면 시간대에 상관없이 자리가 없어서 못 타는 고속버스인데 버스회사는 왜 우등으로, 프리미엄으로 운행을 하면서 매출 손실을 감수하는 걸까요?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평일의 경우의 고속버스 예매율은 급격히 낮아집니다.

 

체감상 평일의 경우에는 예매율이 약 40~60%로 급감하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일반고속 버스가 우등으로, 프리미엄으로 전환되는 것은 예매 인원의 변화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뜬구름 잡는 얘기 말고 구체적으로 예매 인원별 매출 시뮬레이션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엿보는 버스 회

예매 인원별 매출 시뮬레이션

숫자만 날아다니는 건 재미없으니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도 그려봤습니다. 그래프를 보니 딱! 이해가 되지 않으시나요?

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엿보는 버스 회

예매 인원당 버스 1대의 매출 그래프

27명이 되기 전까지인 A 구간에서는 프리미엄으로 운행해야 가장 매출이 많이 발생하고 B 구간(27명~41명 이하)에서는 우등고속, C 구간(41명 초과)부터는 일반고속으로 운행하는 것이 가장 이득입니다. 한 가지 미리 눈여겨볼 점은 B 구간에서 우등고속으로 운행하는 게 가장 이득이긴 하나 프리미엄과 우등 간의 격차가 13,600원으로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이 일반고속이 프리미엄보다 더 번다는 거였으니까 맨 끝부터 보겠습니다. 일반고속버스 100% 만차 기준인 45명의 인원이 예약할 경우 일반고속버스는 57.6만 원으로 셋 중 가장 큰 매출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직 C 구간(41명 초과~45명 이하)의 인원이 예매할 경우에만 일반고속버스로 운행하는 것이 가장 이득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 내내 모든 차가 45명 만차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예매율 4~60%, 인원수로는 약 15~20명 정도만 버스를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그 경우 당연히 프리미엄 버스가 압도적으로 수익성이 좋습니다.

 

이미 고속버스 시장은 일반고속에서 우등으로 재편되었습니다. 그런 시장에서 우등보다도 수용객수가 더 적은 프리미엄의 등장으로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었을 것’입니다. KTX, SRT 등 대체재가 워낙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이겠지요.

 

(※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계산기만 가지고 써본 소설입니다. 혹시라도 다른 정보나 다른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버스 회사의 수익성 카드, 프리미엄 버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서비스 지역을 넓히며 계속 확장 중입니다. 저는 프리미엄 버스의 탄생과 확장이라는 의사결정은 과거 대비 줄어든 시장 상황(고속버스 예매 인원의 축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제한된 고객들의 객단가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봅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엿보는 버스 회

다시 아까의 그래프를 볼까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예매 인원 21~27명 구간입니다. 프리미엄 버스는 단가를 24,3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21명을 초과하여 추가로 더 고객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등고속보다 더 높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추측건대 평균 고속버스 예매 인원은 21~27명 구간 중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여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증차하려면 일반 고속버스나 우등버스를 감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차츰차츰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늘려가면 실질적으로는 운임 인상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결정은 고객 입장에서 ‘난 불편해도 일반버스 타고 싶은데…’같이 선택권의 문제를 야기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일 서비스 운임 인상이 아닌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프리미엄 비용 지불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나름대로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습니다.

내가 버스회사 CEO라면?

버스업계는 언론을 통해 KTX, SRT 등 다른 경쟁상대가 줄 수 없는 ‘프리미엄’이라는 차별점을 제공하며 고객을 뺏어오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면 기대해볼 수 있는 효과이긴 합니다. 하지만 버스 대신 KTX를 사용하는 고객층이 추구하는 것이 편리성이 아니라 빠른 속도라는 것은 결과로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KTX, SRT, 심지어는 지방 공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만약 우리가 버스회사 CEO라면 어떤 경영전략을 채택할까요? KTX, SRT와 속도경쟁에서 명확한 한계점을 가진 버스회사에게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분명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객단가를 높이는 효과뿐 아니라 같은 이동수단이라는 공통점 안에서도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차별점은 분명하게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다음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KTX나 SRT 대비 고속버스의 첫 번째 강점은 오랜 기간 촘촘하게 다져온 국내 도시 간 노선입니다. 주요 도시만을 연결하는 KTX와는 분명히 차별되는 점이기도 하죠.

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엿보는 버스 회

두 번째로는 고속버스터미널이 대부분 KTX 역사에 비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터미널이나 역까지 가는 거리까지 이동 시간에 포함할 경우, 총 이동 시간은 비슷한 경우도 있거든요. 또한 고속버스업계가 이미 구축한 환승 시스템도 아주 강력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직접 City-to-City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중간 환승휴게소를 이용하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은 획기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고속버스만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할 텐데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현명할까요? 어차피 저도 비전문가인 마당에 혼자만의 개똥철학으로 잘난 척하는 것보단 같이 이런저런 아이디어 공유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댓글로 편하게 의견 남겨주세요.

필자 김경욱 (블로그)

파트타임 소상공인. 풀타임 몽상가. 답 없는 세상에서 나름의 답을 찾기위해 발버둥 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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