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 오덕, 월 20% 성장에 해외수출까지 하는 코스프레 샵을 만들기까지
앨리스이브 대표 이현주 인터뷰
1. 오덕이라 놀리지 말아요: 덕중지덕은 사업까지 합니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입니까?
이현주(앨리스이브 대표): 저희는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있는 앨리스이브입니다. 그리고 저는 앨리스이브의 대표 이현주입니다.
리: 지금 뭐 매출이라든가를 따졌을 때 한국에서 순위가 어느 정도 되나요?
이현주: 매출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다른 곳 매출을 몰라서..(웃음). 정확히 몇 위인지는 모르는데, 그래도 두세 손가락 안에는 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랬던 그녀가 (우측이 이현주 대표) |
이렇게 되었습니다 |
리: 월 몇 건 정도 주문이 들어오나요?
이현주: 월에는 한 1000건에서 2000건 넘게? 하루에 50건에서 100건 정도요. 시작한 지 2년 됐는데, 월매출이 20% 정도씩 성장하고 있어요. 제 생각보다는 진짜 빠른 속도로 많이 큰 것 같아요.
리: 생각보다 코스프레 하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
이현주: 예전에는 아무래도 폐쇄적이었달까요? 접근하기도 힘들고 처음 하시는 분들이 접할 정보도 잘 없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SNS로도 얻고, 유튜브만 봐도 메이크업 방법 같은 팁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 미국 아마존이랑 일본이랑 중국 쪽도 같이 함께하고 있어서 그쪽으로도 물류가 많이 늘어나는 중이에요. 지금도 30% 정도는 해외 매출이에요.
뭔가 무시무시한 걸 팔고 있다 |
리: 일본이나 대만도 코스프레 시장이 꽤 있을 텐데 왜 굳이 한국에 주문을 넣는 걸까요?
이현주: 저희의 가장 큰 강점은 퀄리티에요. 코스프레 옷이라고 하면 그냥 싸게 한 번 입는 용도로, 질 떨어지는 공장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운동복은 진짜 브랜드 운동복을 만드는 곳에서, 정장은 진짜 정장을 만드는 공장에서 만들다 보니까 퀄리티가 굉장히 뛰어나요. 그 부분을 인정받아서 판매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에요.
2. 시험도 버리고 코스프레하던 덕후, 안젤리나 졸리를 만나다
리: 본인도 덕후였나요?
이현주: 그렇죠. 지금도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리: 몇 살 때 입덕한 거에요?
이현주: 너무 오래되어서 작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코스프레를 접한 것 같아요. 아마 <건담 시드>? 특별히 어떤 캐릭터라기보다는 그냥 너무 어릴 때라 그냥 그 제복을 사서 입었던 것 같아요. 그땐 다 그냥 어려서 옷만 입고 그러고 말았지 정확히 무슨 캐릭터를 했고 이런 기억은 잘 안 나요.
리: 그때 처음 입은 옷은 산 거에요?
이현주: 네, 샀어요. 그때 8만 원 가까이 줬어요. 그때는 공장에서 만드는 의상이 하나도 없고 다 개인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에 단가가 되게 비쌌죠.
리: 저는 일반인이라 잘 모르는데, 뭐가 그리 재밌던가요?
이현주: 2D를 3D로 옮기는 작업이잖아요. 평면으로 보던 걸 원단, 부자재를 다 골라서 화려하게 바꾸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걸 또 찍어서 올리면 사람들이 공감도 해주고 같이 놀고 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그때부터 미친듯이 계속한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1주일에 3벌 정도 옷을 만들었어요. 그게 너무 좋아서 파슨스를 졸업하신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가서 옷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새벽 1~2시까지 옷 만드는 걸 배웠어요. 그 시즌에 제가 만든 옷이 세어보니까 300벌 가까이 되더라고요. 입었던 옷은 또 팔고 하며 용돈 벌이도 했어요.
보라카이 가서도 파이널판타지로 덕질을… |
리: 온갖 코스프레를 다 하셨을 텐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이현주: 말레피센트요. 새벽에 사람들 산책하시는 공원에서 촬영했어요. 약간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게 만들어놓고 촬영하니까 산책하시는 분들이 정말 ‘세상에 이렇게 사람이 놀랄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의 표정으로, 저를 귀신 본 것처럼 보셔서… 계속 사과드리면서 촬영했어요. 그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어서 <말레피센트>가 일본에서 개봉행사를 할 때 초청받아서 직접 안젤리나 졸리도 만났어요.
기겁할 만 하다(…) |
3. 창업하기 전 회사에서 모든 걸 배우다
리: 대학교 내내 덕질을 하셨다고 했는데 사실 또 졸업할 때는 현실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현주: 사실 그때 조금 급했어요. 취업할 때는 됐고 남들은 다 뭔가를 준비해왔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했더라고요.
리: 안젤리나 졸리 만났잖아요.
이현주: (웃음) 해놓은 거라고는 의상 300벌 만들고, 그런 것밖에 없어서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거에 솔직하게 그걸 썼어요. 그렇게 지원을 해봤는데 다행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고, 거기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데가 벤더였어서 거기를 가게 됐죠. ‘언더아머’ 라인에 들어가서 생산, 새로운 스타일 기획 디벨롭을 했어요.
리: 언더아머랑 일했으면 하이큐 체육복 만드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었겠네요?
이현주: 제일 편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지금도 운동복이 제일 인기가 많아요. 핏도 소재도 좋고요.
평상시 운동할 때에도 입을 수 있는 하이 퀄리티의 하이큐 운동복 |
리: 그 다음 일은 어떤 일이었나요?
이현주: 계속 똑같은 일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말씀드리니까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이불 브랜드의 무역팀으로 발령해주셨어요. 여기서 공장들을 새로 세팅하고, 관세, 해운 등까지 할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되게 좋았죠. 옷 디자인, 발주에서부터 마무리까지 배웠으니까요.
리: 중국 공장 뚫고 그럴 때 힘든 건 어떤 게 있었나요?
이현주: 중국은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면 되게 좋아요. 의리도 있고, 단가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고. 이제는 거기에 실력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되게 어려워요. 워낙에 ‘꽌시(关系; 관계)’ 문화가 크기 때문에, 외국인이 혈혈단신으로 찾아가면 안 받아주는 경우도 많고…
리: 그러면 지금 그때 뚫은 공장과 일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이현주: 아뇨, 그때 뚫은 공장은 다 이불같이 저희와는 상관이 없는 공장이어서, 지금은 새로운 공장들과 일을 하고 있습니다.
리: 회사 생활하는 동안에는 계속 탈덕 상태였던 건가요?
이현주: 네. 너무 바빠가지고… 생업이 있다 보니까 막 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당시 책상을 보니 일의 무시무시함이 느껴진다 |
리: 나름 유명한 코스프레어 출신으로 아는데, 다시 현역으로 뛸 생각은 없나요?
이현주: 아직은 없습니다. 이제 저보다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예쁜 분들, 멋있는 분들이 많아져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요. 또 저는 직접 하는 것보다는 의상을 만드는 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4. 작게 시작하고 기존 고객에 집중하다
리: 멀쩡하게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가 이런 일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현주: 일단 인생이 너무 지루하더라고요. 계속 회사를 다니다 보면 위에 있는 분들처럼 될 텐데, 사실 그게 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그냥 퇴사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리: 회사 다닐 때는 일반 옷들을 만들었을 텐데, 코스프레 만드는 거랑 어떤 게 더 재미있나요?
이현주: 코스프레가 재미는 있는데 진짜 힘들죠(웃음). 일반 옷을 만드시는 분들은 아마 ‘이렇게까지 만든다고?’ 하시면서 깜짝 놀랄 거에요.
이 옷을 보고 거울을 보자, 코스프레 옷 만드는 난이도가 느껴질 것이다 |
리: 퇴사 후에는 뭐 했어요?
이현주: 한 달 정도 놀면서 바로 이 사업을 구상했어요. 사실 그전에도 대학교 딱 졸업할 때쯤 이게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은 했어요.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는 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디자인하고 만들 줄만 알지, 대량생산할 줄 모르니까 할 수 없었죠. 이제 회사를 다니고 나서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이 든 거죠.
리: 처음에는 어떤 옷을 팔았어요?
이현주: 처음에는 속눈썹으로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그냥 일반적인 속눈썹으로 코스프레 화장을 했는데, 사실 조금 더 과장된 화장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서양인들이 쓰는 속눈썹처럼 좀 더 길고 숱이 많고 풍성하고 색깔도 좀 다양한 속눈썹이 필요한데, 그게 없는 게 제가 코스프레할 때 항상 아쉬웠거든요. ‘아, 뭔가 혜성처럼 이쪽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걸 던지면서 출발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옷은 너무 단가가 높기 때문에, 앨리스이브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 사기 망설여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속눈썹으로 시작을 했고, 지금도 그 속눈썹은 정말 잘 나가고 있습니다.
5차까지 입고된 앨리스이브의 초기 효자상품 속눈썹 |
리: 속눈썹은 시작하자마자 돈이 좀 됐나요?
이현주: 네, 많이는 아니지만 속눈썹으로만 월 700만 원 가까이 팔았었어요. 처음부터 속눈썹을 판 돈으로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속눈썹 판 돈이 들어오면 바로 옷을 만들고 그 옷을 한 번 판 돈이 들어오면 바로 두 벌 만들고, 다음엔 세 벌 만들고 그렇게 계속 키워온 거죠. 그렇게 월급 가져가기까지, 한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리: 기존 고객에 집중했나요? 아니면 신규 고객을 넓히는 데 집중했나요?
이현주: 기존 고객이요. 한 번 산 사람이 계속 사고, 주변으로 알아서 퍼져나가길 바라기 때문에 신규가입하면 얼마를 주고, 계속 데려오면 뭘 주고 이런 식의 마케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리: 그러면 수요조사도 엄청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조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현주: 저희가 스타일을 하나 제작하면 샘플이나 이미지를 올려서 예약구매를 받아요. 예약구매를 보고 본오더는 이 정도 되겠다 해서 생산에 들어가죠.
리: 그러면 재고 우려는 거의 없겠네요?
이현주: 재고가 일반 쇼핑몰보다는 낮은 편이에요. 전체 재고에서 죽은 재고가 한 7% 정도 되고요. 93%가 돌고 있어요.
앨리스이브 홈페이지의 예약할인 |
리: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이즈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다는 것 아닌가요?
이현주: 그렇지는 않아요. 애니메이션이 갑자기 확 떠버리면 이게 사이즈가 확 늘어요. 그러면 저희도 공장에 수량을 늘리죠.
리: 지금까지 이 회사가 살아남는 데 가장 큰 공을 준 애니메이션은 어떤 건가요?
이현주: 어떤 특정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세라복인 것 같아요. 기존에 한국에 있는 교복들은, 너무 섹시 코스튬이거나 저렴한 얇은 원단으로 한 번밖에 못 입는 것밖에 없었어요. 늘 불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이런 의상이 애니메이션에 되게 많이 나와요. 특정 작품이 아니라 어디에나 하나씩 껴서 나오는데, 사람들은 저퀄리티의 옷을 입고 싶지 않아 하는 거죠. 그래서 진짜 일본 교복 원단, 일본 교복 패턴으로 제작을 했어요. 지금은 이 상품이 어떻게 보면 가장 롱런하고 있고, 앨리스이브하면 많은 분들이 세라복을 떠올리실 정도로 많이 나가고 있어요. 제일 효자죠.
무려 8차에 10차… |
5. 옷에 대한 이해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리: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예전처럼 대작으로 빵빵하게 만들기보기다는 굉장히 다양하게 분류가 되고 있잖아요? 그러면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피곤하지 않나요?
이현주: 아무래도 그렇죠. 옷이 점점 더 많아지니까… 기본적으로 인기가 있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들은 다 보고, 갑자기 인기가 생기는 작품도 바로 보죠. 가끔 제 취향이 아니더라도 결국 옷을 해석하려면 다 봐야 돼요.
리: 그냥 옷만 따라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이현주: 왜냐하면 옷이 그 안에서 어떻게 나올지 몰라요. 그냥 캐릭터 사진만 보고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애니메이션들은 옷 자체가 굉장히 화려하기도 하고 그 캐릭터가 언제 나올지도 몰라요. 막 1초만에 나와서 휙 지나갔는데 거기에 있는 디테일도 놓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다 봐야 해요.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정말 디테일하게 만들긴 한다, 참고로 이현주 대표 본인이다 |
리: 코스프레 의상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디자인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이현주: 앨리스이브에서는 코스프레 의상만 7~8년 정도 작업하셨던 분이 디자인을 해요. 코스프레 복장은 옷을 만들 때 화려함과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결국 좀 괜찮은 단가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옷의 해석이 중요해요.
리: 해석을 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이현주: 이 제복 보면, 가슴 앞판에 금색 실로 장식을 해서 6개씩 버튼을 묶어놨잖아요. 이걸 다 정식으로 구멍을 뚫고, 단추를 다 박아서 안에 여밈 단추를 넣고… 그러면 도저히 단가가 안 나와요. 그래서 보통 코스프레 업체는 원단이나 부자재 가격을 낮춰서 단가를 맞추죠. 저희는 원단이나 부자재는 비싼 걸 쓰고, 봉제하는 방법을 자체적으로 쉽게 해석해요. 겉보기에는 똑같고 입기도 편한데, 단가를 낮추는 작업을 계속하는 거죠.
리: 몇몇 제복은 정말 개빡셀 것 같은데요…
이현주: 최근에 만든 보라색 의상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공장이 안 만들겠다고 두 번이나 손을 들었어요. 일반인이 봤을 때는 잘 안 보이지만, 거의 정장의 한 3~4배 디테일이 들어있어요. 한 사람이 정장 3벌 뽑을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공장이 안 한다고 손을 들어서 너무 힘들었었죠. 남색 의상도 처음 보는 스타일의 패턴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공장이 이해를 못 해서(웃음),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던 스타일이 이 두 개에요.
안 받은 공장장님이 참 현명한 분인 것 같다 |
리: 얼마에 팔아요?
이현주: 각자… 얘가 풀세트로 12만 원? 얘도 12만 원 가까이 하고요.
리: 그렇게 하면 남아요? 원단이 쓰레기인 건 아니죠?
이현주: 아닙니다. 저희는 싸구려 T/C(Tetoron/Cotton; 폴리에스테르와 면 혼방 원단) 절대 안 써요. 가격이 저렴한 건, 그래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되어 있는 가격이어서요.
리: 그런데 퀄리티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게, 코스프레를 한 품목으로 여러 차례 하지 않잖아요?
이현주: 그건 덕후의 마음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웃음). 대충하려면 할 수 있는 게 코스프레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려면 할 수 있는 게 또 코스프레에요. 이 순간이 정말 나에게 중요하고, 이 캐릭터를 연출하는 게 정말 나에게 중요하다면 비싸더라도 가장 좋고 뛰어난 옷을 입고 싶은 게 덕후의 마음이에요.
덕후의 마음으로 만들어야 이런 퀄리티가 나온다, 이현주 대표 본인 맞다 |
6. 코스프레 사업의 덫, 죽음의 물류를 중국을 통해 뚫다
리: 코스프레 옷이 대량생산을 할 정도로 주문이 많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식으로 하면 단가가 너무 올라가지 않나요?
이현주: 정말 많은 대량생산을 하기에는 당연히 수량이 부족해요. 하지만 공장과 잘 이야기를 해서 풀어가죠.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해서 완벽한 대량생산은 아니지만 중간단계의 생산가는 나오게 만들고 있어요.
리: 공장에 주문 넣을 때 주로 몇 벌 정도 넣으세요?
이현주: 인기가 많은 옷은 100벌에서 200벌 정도 들어가고요. 아직 인기 없는 옷은 30벌 정도? 10벌도 들어가기도 하고요.
리: 30벌 정도 넣으면 공장에서 되게 싫어하지 않아요?
이현주: 그래서 처음에는 안 해주려는 공장도 너무 많았어요. 게다가 생소하고, 어렵고, 하기 싫은 의상이기도 하고요. 설득하는 데 거의 1~2년 정도 걸렸어요.
리: 어떻게 설득했어요?
이현주: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국내 대형 의류 벤더와 무역회사에 있었어요. 그때 중국 공장을 찾아가서 발품 팔아 뚫는 걸 많이 배웠어요. 그 방식대로 사실 그냥 발품 팔고 부탁하고… 우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걸 공장들에게 설득시켜서 계속 같이 하고 있는 거죠.
리: 가발은 좀 잘 나가나요? 대량생산이 힘든 품목으로 아는데, 색상이 다양하네요.
이현주: 가발도 잘 나가요. 중국에 있는 가발공장과 협약을 맺고 생산하고 있는데, 대량생산은 안하고 적절한 수량으로 단가 맞춰서 하고 있어요. 저 가발 색들이 다 같은 원사를 써요. 가발 원사는 지구상에 저것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특이한 색상을 만들려면 저걸 대여섯 가지를 섞어서 맞춰서 색상을 뽑죠.
아예 전문 직원이 컷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
리: 일본이나 중국에서 제휴하자고 이야기 나오지는 않나요?
이현주: 많이 들어오죠. 그런데 저희는 자체적으로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 제휴 생각은 없어요.
리: 근데 중국이 판로를 열기가 굉장히 힘든 나라잖아요? 그냥 그쪽의 대형 셀러 하나 잡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이현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중국은 카피캣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나라이고 그러면 언제든지 저희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리: 사실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이미 나와 있는 옷 보고도 금세 따라잡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데요.
이현주: 베끼려면 베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1~2년은 필요해요. 옷마다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마다 저희 옷을 사서 봐서 따라와야 되니까요. 또 확실히 대형 셀러를 잡으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중국도 SNS나 판매사이트 같은 코스어들이 많이 쓰는 사이트가 있어서, 지금 타오바오에 저희 샵을 개설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리: 앞으로는 어떻게 계속 성장하실 생각이세요?
이현주: 아마존은 슬슬 자리를 잡는 단계이고요. 아마존은 미국인들 타깃으로 사이즈가 더 큰 걸 많이 만들려고 해요. 그쪽은 사이즈가 무조건 커야 해서 그쪽 타깃 아이템들이 조금 나올 예정이고요. 일본 사이트가 오픈 예정이고, 중국 사이트는 입점 대기하고 있어요.
리: 해외 사람들 평은 한국과 좀 다른가요?
이현주: 해외 쪽 훨씬 평이 좋아요. 약간 관대한 걸 수도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 분들은 여태까지 한국 코스프레 의상을 접해볼 기회도 없었고, 저희 퀄리티가 중국보다 많이 높으니까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이 퀄리티에 록키마저도 놀라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
리: 하지만 덕중지덕은 양덕이라고 미국은 원래 퀄리티가 높지 않나요?
이현주: 그분들이 갑주나 장갑 이런 건 진짜 멋있게 잘 만드시죠. 그런데 옷은 잘 만드시는 분들은 잘 만들지만, 보통은 타오바오나 아마존에서 그냥 사는 분들이 대다수에요. 그런 분들은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7. 한국 코스프레 퀄리티를 세계가 인정하는 그날까지
리: 코스프레 하면서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이거 인터뷰가 나가면 몇 명이나 알아볼 것 같아요?
이현주: 없기를 바래요. 아신다고 해도 모르는 척해주기…
리: 왜죠?
이현주: 부끄러우니까요.
리: 나름 CEO가 됐는데 자랑스럽지 않나요?
이현주: 그런 걸 떠나서 전 좀 조심스러워요. 앨리스이브라는 샵으로 바라보지 않고 제가 사장인 샵이라고 생각하는 게 너무 싫어서요… 제가 예전에 유명했던 누구더라, 그래서 저와 관련된 걸로 이 샵이 변질되기를 원치 않는 거죠. 그냥 앨리스이브라는 샵 이름 자체가 유명해졌으면 좋겠지, 제가 먼저 앞서가면서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3년 전 사진, 지금은 사업 때문에 개찌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
리: 올해 상반기 매출은 어느 정도 나왔나요?
이현주: 상반기 4~5억 원 정도인 것 같아요. 하반기는 더 컸으면 좋겠어요.
리: 얼마까지 키워보고 싶나요?
이현주: 딱히 목표치는 세우지 않았지만, 여기가 잘 되면 다른 서브 브랜드를 많이 생산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코스프레 샵으로 시작한 건 ‘나는 무조건 코스프레 샵을 차릴 거야’ 해서 차린 게 아니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라서 시작한 건데 이 옷들을 제작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이 세상의 옷들 중에서 가장 복잡한 옷들만 매일매일 만들잖아요. 게다가 이 정도 퀄리티에 낮은 단가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리: 다른 브랜드를 낸다면 어떤 가게를 내고 싶어요?
이현주: 일반 의상을 해보고 싶어요. 코스프레는 너무 재미있지만 가끔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드는 건 저희가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뜨는 대작을 기다리고 있고, 어떻게 보면 거기에 좌지우지를 많이 당하는데 순수한 창작의 영역까지 들어가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일반 브랜드들과 협약을 해서 단가를 많이 낮춰준다든가, 또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서 높은 퀄리티인데 중저가로… 저희는 SPA브랜드 정도의 단가도 뽑을 수 있다고 자신하거든요.
물류창고가 폭탄 맞은 수준이라 계속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
리: 일반 의상을 한다면 기존에 있는 브랜드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이현주: 저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코스프레 옷에 쓰이던 정말 극악의 난이도의 패턴과 디테일을 옷에 넣어서 좀 더 퀄리티 있는 옷을 만드는 거죠. 그런데 가격은 정말 일반인들 보시기에는 ‘이 가격에 판다고?’하는 거에요. 그래서 한 번 사보면 ‘거기에서 샀는데 동대문에서 샀던 티셔츠랑 가격 비슷한데 아무리 빨아도 해지지 않아’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리: 뭔가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이벤트하거나 그런 것도 하나요?
이현주: 언제든지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저희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공연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에게 소소하게 의상 지원 같은 걸 해본 적은 있어요. 연락 주시면 그런 건 지원을 해드립니다.
리: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실 건가요?
이현주: 일단 재미있어요. 한국 시장 이후에 중국, 일본, 미국 쪽을 잘 잡아서 한국 코스어분들이 앨리스이브가 한국 거라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퀄리티의 샵이 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계속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