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식재료 캐비어 : 바다의 검은 다이아몬드
2001년 4월 북한에서 한 일본인이 탈출했다. 그는 13년간 김정일 밑에서 요리를 하던 후지모토 겐지이다. 이후 그는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낸다. 거기에는 김정일이 좋아하던 음식 30가지가 소개됐고, 그중에는 세계 3대진미로 꼽히는 캐비어가 포함됐다.
지금은 그 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이어받았지만, 김정일은 살아생전 인민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고급 사치품에 매몰되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캐비어를 좋아해 자체 철갑상어 양식장을 만들 정도였다. 캐비어는 어떤 맛이기에 많은 미식가에게 주목을 받는 것일까?
보통 캐비어라고 하면 소금에 절인 생선의 알을 뜻한다. 그 중에 철갑상어의 검은 빛깔의 알들을 최상급으로 친다. 캐비어는 철갑상어의 종류와 알의 크기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한다.
흰 철갑상어라고도 불리는 벨루가(Beluga)는 뛰어난 품질의 캐비어를 생산한다. 가격도 제일 비싸고, 알의 크기가 크고 맛이 뛰어나다. 하지만 멸종 우려로 연간 포획 수가 제한되어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오세트라(Osetra)는 중간 정도의 크기의 철갑상어다. 오세트라의 알은 짙은 갈색, 회색 또는 금색을 띠며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캐비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크기가 가장 작은 종인 세브루가(Sevruga)의 알은 짙은 검은색을 띤다.
캐비어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캐비어가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철갑상어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캐비어는 어느 해안에서 수획되는 철갑상어의 알인지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로 나뉜다. 성숙한 벨루가의 경우 1kg에 5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물론 수입해서 국내에 소개될때는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캐비어는 캐스피 해안에서 생산된 철갑상어 알일수록 더욱 비싸다. 그리고 현재 유통되는 철갑상어의 95%가 카스피해에서 서식하고 있다. 캐스피 해안의 철갑상어가 높은 가격을 받게 된 이유로는 늘어나는 수요에 상응하지 못하는 생산량에 있다. 캐비어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러시아가 급격히 줄어드는 철갑상어 개체수를 우려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2011년 이 금지 조치는 해제됐다. 하지만 수출량을 조절하고 있어 지금도 유통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외에 수출국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이란, 카자흐스탄 등이 있다.
철갑상어는 15년의 성체가 되어야 알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암수 구별이 어려워 배를 갈라야만 알이 찼는지 알 수 있었던 과거에는 양식하기가 더욱 어려웠다고 한다.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로 알의 유무를 알 수 있는어 편이지만, 캐비어를 생산하고 상품화하기까지는 아직도 오랜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캐비어
캐비어는 그 가격만큼이나 먹을 때도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신선도의 유지를 위해 얼음을 담은 차가운 그릇에 담아 제공하고. 산화 방지를 위해 비금속 도구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와인을 즐겨 마시는 프랑스에서도 캐비어를 먹을때는 무색무취인 보드카와 같이 먹는다. 특유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서다. 미식가 중에서도 호오가 갈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캐비어의 명성 덕분에 다른 요리에 쉽게 어울리지 않으며, 캐비어 자체를 즐기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빵에 발라먹거나 카나페 형식으로 즐기는 게 보통의 캐비어 섭취 방법이다.
캐비어의 인기가 높아지자, 검은 식용 색소를 이용한 가짜 철갑상어 알이 등장하기도 하고, 캐비어 삼겹살이라는 정체 모를 메뉴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물론 판매하지 않는 메뉴이자, 가짜 철갑상어 알인 럼피시 캐비어라고 그 실체가 밝혀졌다. 럼피시 캐비어는 맛과 모양이 철갑상어의 알과 비슷해 저렴한 캐비어일 경우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미역이나 다시마 등의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드는 캐비어도 있으며, 우유의 유청 단백질로 만든 인조 캐비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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