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식재료 송로버섯: 셰프들은 왜 송로버섯에 열광하는가?
유럽(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송로버섯(truffle)을 푸아그라나 달팽이보다 앞서 거론하는 최고의 식재료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송이버섯이 최고이지만, 유럽에서는 땅속에 숨어있는 이 자그마한 버섯에 열광한다. 왜 그럴까?
이미 과거 로마 시대부터 프랑스 루이 15세에 이르기까지, 그 향기에 매료된 미식가들은 송로버섯을 역사에 기록할 정도로 최고의 식재료로 여겼다. 그러던 것이 기록에서 잠시 사라지고, 이후 18세기에 송로버섯의 진가가 세간에 재차 알려지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훈련된 사냥개로 찾아내는 송로버섯
주로 검은색을 띠는 송로버섯은 땅속에서 자란다. 보통 땅속에서 채취한다고 하면 뿌리 채소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송로버섯은 엄연히 버섯류다.
눈으로 보기에는 흙덩이처럼 생겨 분간하기 힘들지만, 그 향을 통해 존재를 알 수 있다. 송로버섯의 종균은 보통 30cm 정도 깊이의 땅속에서 자라며, 깊게는 1m 아래에서 자라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이 그 향을 맡고 캐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 사냥개가 사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에는 돼지가 이용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돼지는 사람이 다루기가 만만치 않은지라 현재는 훈련된 개를 통해 채집하고 있다.
훈련된 개들은 떡갈나무 숲에서 후각을 통해 송로버섯을 추적한다. 송로버섯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개들은 흥분하기 시작하고 이내 땅을 파기 시작한다. 채집꾼들은 개의 시선을 돌리고 나서 유물을 발견한 듯 조심스럽게 흙을 파헤친다. 이렇게 찾아낸 송로버섯은 호두알만 한 것부터, 성인 주먹만 한 것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송로버섯이 비싼 이유는?
송로버섯이 비싸고 유명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그 자체의 향이 가진 희소성을 들 수 있겠다. 송로버섯을 요리할 때 다른 재료의 향을 최대한 억제해 전체적인 풍미를 살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송로버섯에 대해 “위장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적당량의 섭취만으로도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고기든, 채소든 어떤 요리에 송로버섯으로 양념하면 가벼운 음식이 된다”라고 말했다. 폴 보퀴즈가 개발한 트러플 수프도 단순한 국물(부용)에 프랑스식 송로버섯과 거위 간을 얇게 썰어 넣은 게 전부다.
송로버섯이 비싸게 판매되는 두 번째 이유는 인공재배가 안 되고, 생산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만큼 수요는 꾸준히 높은데, 위에서 봤듯이 수확량은 예상할 수 없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수확량이 부족한 해에는 원래도 비싼 가격이 훨씬 더 오르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흰색 송로버섯은 검은색 송로버섯보다도 더욱 강렬한 향을 가지고 있다. 그 향은 우아하면서도 원초적이다. 글로는 차마 표현하기 힘든 이런 향과 희소성 덕분에 검정 송로버섯의 서너 배 높은 가격에 팔린다.
비싼 가격과 강렬한 향으로 인해 얼마나 사고가 많았으면, 이탈리아에서는 이 흰색 송로버섯을 휴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을 정도이다. 다만 프랑스 검정 송로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보관해도 향을 잃지 않으나, 이탈리아의 흰색 송로버섯은 날것으로만 그 향을 보존할 수 있다.
JTBC 요리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등장한 화이트 트러플 |
100g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이 송로버섯이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인공배양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재배에 성공해 세계 최초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면 국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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