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대 빵집 탐방 : 1. 군산 이성당
국내여행을 할 때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는 빵집입니다. 신기하게도 지방마다 터줏대감 같은 빵집이 하나씩 있어서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지요.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광주 궁전제과, 대구 삼송베이커리 등은 그 지역에서 수십년 동안 빵을 만들고 팔아왔을 뿐만 아니라 기부활동, 채용 등 지역사회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어 사랑을 듬뿍 받는 곳입니다.
지금부터 4회에 걸쳐 빵집들을 하나씩 소개하겠습니다. 이미 많이 유명한 곳이고 가보신 분도 많겠지만 역사까지는 모르실 분들을 위해 창업 스토리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혹시 아직 가본 적이 없으시다면 해당 지역을 방문하실 때 꼭 방문해서 옛날 빵들을 맛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1. 국내 최고령 빵집 ‘군산 이성당’
군산 중앙로에 위치한 이성당은 국내 최고령 빵집입니다. 광복한 1945년에 지금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처음으로 문을 연 뒤 1948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습니다.
이성당의 역사는 한국 제빵의 역사이기도 한데요. 이성당이 이전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적색 건물이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일본 과자점 ‘이즈모야’로 사용되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군산에서 거의 100년에 육박하는 기간 동안 빵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빵집인 셈이죠.
이성당의 창업주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석우 전 대표입니다. 그는 이종사촌에게 가게를 물려주었고 1977년 사망한 뒤 그의 아내가 경영에 나서 이성당을 군산의 대표 빵집으로 키웁니다. 빵집이 커지면서 아들과 며느리도 합세했는데요.
현재 이성당의 대표는 2003년 시어머니로부터 이성당을 물려받은 김현주 대표입니다. 1962년생 군산 토박이인 김 대표는 1984년 22살에 시집 와서 20여년 간 시어머니를 모시며 이성당 살림을 도맡았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경영에 수완을 발휘해 이성당을 전국에서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2016년 매출은 15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3배로 늘었다고 하네요.
김 대표의 남편은 조성용 대두식품 회장입니다. 대두식품은 이성당의 빵에 사용되는 쌀가루와 앙금 등을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쌀가루 브랜드 ‘햇살마루’, 전통떡 브랜드 ‘화과방’ 등이 대두식품에서 만드는 제품입니다.
한국 고유 먹을거리를 브랜드화해 해외에 수출하기도 합니다. 김 대표와 조 회장 사이엔 1남2녀가 있는데 이들 모두 이성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성당의 직원 수는 빵 만드는 기술자부터 매장 관리하는 직원들까지 대략 80명 정도입니다.
이성당의 특징은 대부분의 빵을 밀가루가 아닌 쌀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2006년 이성당 최초의 쌀빵 ‘블루빵’이 대히트를 기록했고요. 샌드위치와 핫도그, 케이크 등 200가지가 넘는 제품의 80%를 국산 쌀로 만듭니다.
이성당에는 꼭 맛봐야 할 스테디셀러 빵 두 개가 있습니다. 단팥빵과 야채빵입니다. 빵 나오는 시간을 기다려 줄을 서야만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단팥빵(앙금빵)은 1300원, 야채빵은 1600원으로 가격도 착한데다가 쌀로 만든 빵 속에 앙금과 야채가 가득 들어 있어 가성비도 최고입니다. 앙금은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양을 줄인 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단팥빵은 평일엔 하루 1만5000개, 주말엔 2만5000개 이상 만드는 대로 동이 납니다.
오래된 이성당 건물 옆에는 새롭게 꾸민 이성당 신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전통 빵이 아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곳입니다. 2층에는 여유 있게 즐길 카페도 있고요. 이곳에서 요즘 가장 공 들이는 신제품은 아이스쌀찐빵이라고 하는군요. 이성당의 미래를 책임질 빵이 될 거라고 하니 한 번 도전해 봐도 좋겠네요.
이성당 로고는 하마를 닮았습니다.
이성당 내부 모습입니다.
전통의 이성당이니만큼 전통 과자도 인기입니다.
이성당 로고에는 1945가 함께 인쇄돼 있습니다.
야채빵을 가득 쌓아놓고 팔고 있습니다.
많아 보이나요? 맛있어서 금방 다 먹게 되더라고요.
건물 외관은 이렇게 운치가 있습니다.
구입한 빵은 이성당 쇼핑백에 담아가세요.
이성당 매장 옆에는 이렇게 세련된 신관도 문을 열었습니다. 2층에는 카페가 있는 구조입니다.
신관 매장 안은 구관보다 훨씬 쾌적하고 한적합니다. 신관에선 옛날 빵은 팔지 않고 새롭게 개발한 메뉴 위주로 판매합니다.
패스추리 위에 키위를 얹은 새로운 빵입니다.
호박열매를 닮은 초코빵도 있고요.
바게트와 올리브치아바타도 있습니다.
이성당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한 아이스쌀찐빵입니다. 과연 이 차가운 빵이 이성당의 미래가 되어줄까요?
지금은 신문을 만들고 있지만 언젠간 영화를 만들고 싶은 남자.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