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제 스마트폰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G7을 산지 2달이 지났다. 디자인은 여전히 이쁘고, 카메라는 여전히 좋다. 심지어 LG의 고질병인 발열도 상당 부분 잡았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방탄소년단의 광고가 너무 길어서 지겨운 것을 제외하면 이번 G7은 상당히 잘 만든 기기다.
그러던 어느 날, ㅍㅍㅅㅅ에 글을 발행하기 위해 갤러리 어딘가 저장해둔 짤을 찾으려던 순간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주 지멋대로 태그를 걸어놨다 |
이번에 LG에서는 ‘ThinQ’라는 것을 선보였다. 이것은 ‘사람이 중심인 AI’로, 맞춤형 진화를 통해 사용자의 습관과 환경에 따라 ‘스스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습격을 받은 존 코너의 심정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이세돌의 마음이 이랬을까.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진정하고 ThinQ가 사진에 달아준 태그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ThinQ가 ㅍㅍㅅㅅ 짤방 폴더에 저지른 일
1. 어쩐지 아이돌 팬들이 좋아하더라
ThinQ는 진정한 미학이 무엇인지 안다. 무슨 말이냐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사진을, ThinQ는 이렇게 인식했다.
어쩐지,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G7이 우리 뫄뫄를 조각으로 인식했다”는 말이 자주 보이더라. 매일 같이 난무하는 주작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엄연한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지능이 인정한 조각, 방탄소년단 지민을 찬양하라.
인간이 만든 자본 논리에 인공지능이 굴복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
2. 역시 신세기 인공지능, 편견이 없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집단 간 갈등, 넘쳐나는 혐오표현의 시대에서 ThinQ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바로 편견 없이 세상의 사랑과 수많은 관계를 끌어안는 것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짤로 바로 확인하자.
인간의 상식을 넘어 깔끔하게 커플로 분류하는 ThinQ의 모습이다. 성별은 애초에 문제 축에도 들지 않는다. 외계인도 기계도 인공지능의 편견 없는 시선 앞에서는 모두 사랑으로 묶일 수 있다.
물론 커플임을 인정할 뿐 그들을 응원한다고 한 적은 없다. 커플들에게 전하는 ThinQ의 마지막 메시지를 들어보자.
맞아! 커플은 다 사기꾼이야! |
3. 사회적 맥락을 완벽하게 파악한다
긴말이 필요 없다. 아래의 짤을 보자.
박근혜 탄핵 심판의 스타 이정미 권한대행의 가장 화제 되는 포인트를 콕 집어 분류하는 인공지능의 날카로움을 보라! 이쯤 되면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신인류가 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문학적 고민이 몰아닥친다…
ThinQ에게 물어봤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덥다고 말했을 것이다… |
4. 의외로 정확하다
물론 이렇게 장난만 치는 것은 아니다. ThinQ는 사진을 의외로 정확하게 해석해낸다.
‘건물’과 ‘건축물’ 태그가 따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틀렸을까 봐 플랜 B까지 준비하는 섬세함에 반할 지경이다. 아래의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사진 내 정확한 포인트를 감지하여 분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사진이 정확하게 분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
왜 모두 한 번씩 그런 상황이 있지 않은가. 적절한 상황에 빠르게 짤을 쓰고 싶은데 도저히 적절한 게 안 찾아져서 절호의 타이밍을 날려버린 안타까운 순간… 그런 상황을 방지하는 데 ThinQ가 선보이는 태그 기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ThinQ의 영특함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LG전자는 2003년부터 시작한 로봇청소기 사업을 통해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사업적으로도 LG전자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생활가전과 로봇에 집중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 종합 솔루션에, LG CNS가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큰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똑똑한 ThinQ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등 LG의 주력제품에 인탑재될 계획이다. 특히 LG 올레드 TV와 같은 경우 자연어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 말 한마디로 화면모드 변경, 채널 변경, 볼륨 조절 등 다양한 TV 기능을 손쉽게 제어한다고 한다.
ThinQ 님과 함께라면 이 더위도 이길 수 있다! |
단순한 AI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사회·문화·역사적 맥락을 파악해서 해석하는 AI가 필요한 때다. 왜, 알파고도 모든 대국의 수를 복기하며 인간이 생각해내지 못한 ‘신의 한 수’를 발견해냈다지 않은가.
ThinQ는 시작일 뿐이다. 이제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기계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고 탕탕 두드리는 야만적인 문화를 지양하도록 하자. 그것만이 언젠가 닥쳐올 피의 숙청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일지어다…
(…) |
필자 SCV
ㅍㅍㅅㅅ의 말 없는 일꾼. 지옥에서 온 건설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