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라는 마케팅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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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꾸준히 인기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통쾌하고 교훈적이며 때론 감동적이다. 시청자는 보는 내내 혼쭐 나는 사장님들을 보며 공감하고 변화를 겪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같이 성장통을 느낀다. 시청자는 백종원의 분노에 같이 분노하고, 사장님의 울음에 같이 눈물을 흘린다. 치열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혼란을 겪는 골목식당 사장님을 향해 던지는 백종원 선생의 ‘솔루션’은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솔루션을 통해 가게 사장님은 변화되고 결국에는 작은 성공을 체험한다.
많은 사람이 마케팅을 오해한다. 마케팅이란 대기업 브랜드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거창한 전략쯤으로 오해한다. 마케팅의 현학적인 세계는 자본도 없고 정보도 부족한 소규모 영세 상인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단연코 오해다. 마케팅은 소규모 영세 상인의 모든 비즈니스의 영역을 담고 있다. 다만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전략적으로 풀어낼 수 없기 때문에 머리 아파하고 있을 뿐이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을 “기업이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강한 고객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그 대가로 고객으로부터 상응한 가치를 얻는 과정이다.”라고 어렵게 정의했다.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풀어보면 ‘맛있는 메뉴를 만들고 조정해서 단골을 만들고 그에 따라 장사가 잘되어 부자가 되는 과정’이다. 이 말에 따르면 백종원의 솔루션은 사실 하나의 마케팅이다.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다. ‘솔루션’이라는 마케팅 전략은 그만큼 마케팅이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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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최종 지향점은 성공적인 고객 경험이다. 포방터 시장 편은 사장님들이 겪는 비즈니스 상황이 유난히 천차만별로 달라 인기 있었다. 장사의 모습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솔루션은 더더욱 극단적이었고 효과적이었다. 포방터 시장 편에서 백종원 선생이 제공하는 솔루션, 즉 마케팅 전략을 하나씩 해체해 분석해보았다.
1. 고객 경험을 구체화하라: 갈막구이와 소스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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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방식당 막창집 사장님은 매출이 걱정이다. 특이할 것 없는 막창의 매출은 몇 년째 그대로다. 맛은 그럭저럭. 백종원 선생은 이 부분에서 특이한 솔루션 제안한다. 이름하여 ‘갈막구이’. 갈매기살과 막창의 콜라보다. 사장님은 의아하지만 수긍한다. 결과적으로, 반응은 매우 뜨겁다.
따지고 보면 갈막구이는 갈매기살과 막창이 반반 나오는 메뉴다. 하나의 음식으로써 시너지가 나오는 요리가 아니다. 갈매기살 1인분과 막창 1인분을 시킨 뒤 섞으면 갈막구이 2인분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다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다.
하지만 백종원은 두 부위의 고기를 교묘히 섞음으로써 하나의 트렌드 메뉴를 만들어낸다. 고객에게 ‘인지되는 개념’을 만들어 낸다. 평범했던 막창은 특별해 보이는 갈막구이로 재탄생한다. 고객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고객의 머리에 하나의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고객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히트 제품은 많다. 유니클로는 촌스러운 내복을 히트텍으로 명명하며 새로운 이너웨어 시장을 만들어냈다. 스타벅스는 단순 슬러시로 명명할 수 있는 음료를 프라푸치노라는 개념으로 탈바꿈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모든 제품은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어지고 흘러갈 때 고객의 인지를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마케팅의 첫 번째 핵심은 고객의 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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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솔루션은 특제 소스다. 사장님 20년 노하우가 녹아 있는 특제 소스는 막창집의 핵심 역량이다. 허나 특제 소스는 고객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다. 된장처럼 버무려 나오는 특제 소스는 고객에게 소중하지 않다. 백종원은 여기에서 특제 소스의 해체를 주문한다. 싱싱한 원재료 상태의 특제 소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라는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다.
고객은 원재료 상태의 특제 소스를 버무리면서 하나의 경험을 인식한다. 버무려지는 특제 소스와 구워진 고기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고객의 머릿속에 하나의 과정으로 전달된다. 먹기 전에 머리에서 한 번 더 먹는 것이다. 특제 소스를 버무리는 과정은 고객의 인식 속에서 애피타이저 역할을 해낸다.
이것이 포인트다. 대다수의 제품의 전달 형태는 고객에게 전혀 경험되고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제품의 온전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선 고객의 경험 과정을 설계하고 요소요소마다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요소를 심어줘야 한다.
2. 고객 경험을 제한하라: 돈가스집 메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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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후 돈가스집은 대박이 났다. 흘러내리는 치즈 돈가스는 이제 줄을 서야 겨우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돈가스집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메뉴로 인해 하루 치즈 돈가스 생산량은 고작 8개 남짓이었던 것. 백종원은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에서 다양한 메뉴를 2–3개로 줄이라고 조언한다. 만약 매출이 줄면 자신이 모두 보상해주겠다는 보증서까지 써 준다.
여기서 백종원 씨가 훌륭한 요리사이면서 동시에 영리한 비즈니스맨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알고, 생산 효율을 계산한다. 그리고 최상의 고객 경험을 큐레이션 한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상으로 확신한다.
다양한 메뉴는 생산효율을 떨어트리며 궁극의 고객 만족은 만들어 낼 수 없다(김밥천국이 그렇다). 2–3개로 메뉴를 줄일 경우 음식 품질과 고객 서비스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기 제품인 치즈 돈가스의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서비스의 개선, 규모의 경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메뉴가 다변화되면 고객의 경험은 효과적으로 제어되지 못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사용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이 감히(?) 아이폰을 해제할 수 없도록 단도리했다. 또한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애플사의 입장에서 단속했다. 잡스가 언급한 ‘매끄러운 소비자 경험’을 고객이 오롯이 경험하기 위해선 때로는 고객 경험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뉴의 다양성이 음식점의 실력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고,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다. 마케터는 제품의 수를 줄이거나 늘리면서 최상의 고객 경험을 만들어 내야 하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3. 매끄러운 고객 경험을 제시해라: 홍탁집 아들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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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탁집 아들은 시종일관 형편없는 서비스로 고객을 응대한다. 고객은 음식의 맛보는 과정까지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고객이 필요한 순간마다 홍탁집 아들은 기대에 어긋난 서비스를 선사한다. 이쯤에선 음식이 맛있어도, 그 집은 두 번 다시 가기 싫어진다.
경험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할 때 병목 없이 매끄러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제품까지 도달하는 길목에서 순조로운 경험이 막히는 순간 공간과 제품 서비스에 대해 심리적 불안감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그런 불안감은 그 공간과 함께 고객의 머릿속에 잠정적으로 기억된다.
품질 경영의 대가 에드워드 데밍은 제조 공정 1라인의 생산성은 그 라인에서 일하는 최소 생산성을 발휘하는 작업자로 결정된다고 단언했다. A, B, C라는 3명의 작업자가 1개 공정의 라인에서 일한다면 A와 B의 작업자가 아무리 빨리 일 처리를 하더라도 결국은 C 작업자의 앞에서 병목이 발생하며 결국 1개 공정의 리드 타임은 C라는 사람이 모든 일 처리를 끝날 때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음식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최종 결과물은 그 음식점에서 일하는 최소 생산성을 발휘하는 구성원으로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음식점은 하나의 프로세스로 움직인다. 손님에게 주문받고, 재빨리 음식을 서빙하고, 손님이 나간 자리를 빨리 치워야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있다. 1개의 프로세스 과정에서 심한 결손이 생긴다면 고객이 느끼는 최종 서비스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고객의 경험 회로에 문제가 생길 때 적절한 보상과 친절로 그 회로가 굳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제일 좋은 건 고객 경험 회로에 문제 자체를 발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화두가 되는 경험 마케팅의 최종 목표다. 마케터는 끊임없이 ‘매끄러운 소비자 경험’을 고민하고 설계해야 한다.
마케팅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마케팅은 집 앞 카페에도, 동네 슈퍼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마케팅의 최종 목적은 결국 고객 만족이다. 고객 만족이라는 목적 아래 다양한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모두 마케팅 범위에 속한다. 다만 주인이나 손님이나 인식하지 못할 뿐. 손님이 인지하지 못하면 다행이지만, 주인이 그 요소를 못 깨달으면 뭔가 불안하다. 어떻게 보면 골목식당은 마케팅 요소에 대한 사장의 무지를 일깨워 변화시키는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백종원 선생의 날 선 눈매와 재치 있는 입담은 골목 시당 사장님들을 향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겨냥한다. 우리는 도처에 널린 마케팅 요소를 쉽게 지나친다. 마케팅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것은 마케팅 교과서 속 일류 기업의 모범 사례뿐 아니라 집 앞 작은 술집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잡아내고 활용해야 한다.
필자 밤은부드러워 (블로그)
더 좋은 브랜드, 마케팅, 기획, 지혜, 인사이트, 경험, 가치, 혁신을 생각하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