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항상 바쁘기만하고,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할까?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지금은 너무 바빠”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는 자랑거리로 보여지기도 한다. 더 바쁘게 일을 하고 있을 수록 더 생산적인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얼마나 바쁘게 일하느냐와 많은 일을 수행해 내느냐는 큰 연관성이 없다.
두 요소 사이의 적은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지식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바쁘게 일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이메일, 메신저, 그리고 미팅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방해요소들이 365일 내내 직장인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 상황 속에서 직장인들은 종종 여러가지일들을 한번에, 그리고 함께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 멀티태스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멀티태스킹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주어진 업무를 더 많이, 빠르게 끝낼 수 있게된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았다. 자연히 여러가지 일을 한 번에 수행해야하는 직장일수록 멀티태스킹의 중요도는 높아져만 갔다.
그러나 다양한 심리학 학술자료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런던 대학교 연구에 의하면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의 IQ 지수가 15점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일반 성인의 IQ 지수를 평균적인 8살 아이의 IQ 지수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의 IQ지수는 평균 15점 정도가 낮아진다. 이는 평균적인 8살 아이의 IQ지수와 유사하다”
출처: Multitasking Damages Your Brain And Career, New Studies Suggest — Forbes Magazine
미네소타 주립 대학의 소피 리로이 Sophie Leroy 교수 역시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 계속적으로 변경하는 행위가 생산성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그녀는 주의 잔류물(attention residue)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확립한다. 주의 잔류물이란, 특정 일에서 다른 일로 넘어갈 때 100%의 주의력이 따라가지 못해 잔류되는 주의력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한꺼번에 모든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의 방식은 결국 생산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 주장한다.
“특정 일에서 다른 일로 넘어갈 때 100% 주의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는 멀티태스킹이 실제 업무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Why is it so hard to do my work? The challenge of attention residue when switching between work tasks — Sophie Leroy
그러면 어떻게 일해야 할까?
딥 워크의 저자인 칼 뉴포트 Carl Newport 이에 대한 해답을 “몰입”이라고 제시한다.
몰입의 개념 자체는 간단하다. 정말 중요한 일에 100% 집중하는 것. 다른 방해 요소를 모두 제거 하는 것. 만약 방해 요소를 제거하기 힘들다면, 자신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모든 외부 요소들에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일을 빠르게 수행해내야하는 곳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모두 지켜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뉴포트는 뉴욕타임즈에서 아래와 같은 4가지 딥 워크의 기본 규칙을 설명했다.
1. 깊게 일하라
딥 워크는 깊은 주의력이 요구되는 활동에 방해요소를 모두 제거하여 온전히 집중하는 행위이다. 온전한 딥 워크를 위해서는 스스로 몇 가지 기본 방식을 설정하는 게 좋은데, 예를 들어 캘린더에 딥 워크 구간을 정해두고 그 구간 만큼은 다른 어떤 방해 요소에서 지켜내는 것이다.
2. 지겨움을 받아들여라
스마트폰, 타블렛등의 수 많은 모바일 기기가 있는 현대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히 지루한 시간을 갖기 힘들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지루할 때 항상 소셜 미디어와 같은 새롭고 빠른 자극제에 의지하는 것은 마치 뇌를 파블로프 효과에 길들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딥 워크는 긴 지루함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행동은 딥워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3. 소셜 미디어를 끊어라
소셜 미디어가 주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한 친구나 먼 친척과 연결할 수 있다던지, 유용한 뉴스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던지 하는 장점 말이다. 그러나 뉴포트는 스스로 온전한 딥 워크를 행하기 위해서는 방해요소가 많은 소셜 미디어를 온전히 끊어야 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딥 워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크고 많았기 때문이다.
4. 피상적 작업을 피하라
대표적인 피상적 작업으로는 이메일, 슬랙 혹은 비슷한 종류의 인스턴트 메시지, 그리고 미팅등과 같은 행정 업무가 있다. 피상적 작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딥 워크가 그 이상으로 매우 귀중하기 때문에 이를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능하다면 최대한 사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딥 워크가 자기 자신에게 가져올 수 많은 가치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딥 워크를 실생활에 적용했던 사람들
국내에도 유명한 오리지널스를 저술한 아담 그랜트(Adam Grant) 교수는 세계적인 명문 비즈니스 스쿨인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에 최연소로 임용된 교수이다. 그는 또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유명 작가이기도 하다. 2012년 한해동안 그는 7개의 학술 논물을 저술했고, 이들 모두 주요 학술지에 실렸다. 그 다음 해인 2013년에는 5개의 학술 논물을 발표했고 그를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링 작가로 만들어준 책 “Give and Take”를 출간했다. 그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생산적이며, 그의 학자적 성공을 자신의 딥 워크 능력에 돌렸다.
“한해 동한 7개의 학술 논문을 저술했고 오리지널스와 기브앤테이크 등 베스트셀링 작가로도 유명한 아담 그랜트(Adam Grant)교수는 그의 성공을 자신의 딥 워크 능력에 돌렸다.”
출처: Deep Work: The Secret to Achieving Peak Productivity
그는 유명 교수임에도 오로지 가을 학기에만 강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봄 학기와 여름은 그랜트 교수가 연구에 몰두하는 시기이다. 그는 연구 기간에 두 가지 시기를 반복한다. 하나는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이 그의 사무실에 찾아와 함께 논의를 하는 시기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외부 요소를 모두 차단한 고립 시기이다.
고립 시기에 들어간 그랜트는 이메일 자동 응답을 설정해두곤 한다. “제 이런 행동은 제 동료들을 헷갈리게 하곤 하죠. 왜냐하면 메일에는 제가 사무실에 없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라고 그랜트는 인터뷰했다. 그가 이러한 완전 고립 상태를 지향하는 것은 그의 연구에 완전 몰두하여 최고의 생산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이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하버드 정식 교수로 임용된 라디카 나그팔 교수가 있다. 그녀는 7년의 정식 교수의 코스를 밟아가는 과정 중 3년 만에 정식 교수로 승진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녀는 주에 단 50시간만을 업무에 할애했음에도, <사이언스>지와 같은 주요 학술지에 그녀의 연구 결과가 소개되는 등의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그녀 역시 딥 워크를 오랫동안 실천해온 장본인이다. 그녀가 하버드에 처음 임용되었을 때,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때문에 그녀와 같은 코스를 밟아가는 다른 교수들처럼 주에 80시간을 업무에만 할애할 수는 없었다고 회고한다. 대신 그녀는 주 50시간 동안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해야한다고 결심했고, 출장과 학술 컨퍼런스 참여등과 같은 피상적인 일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갔다.
딥워크의 작가인 뉴 포트는 다양한 방해 요소가 산재하고 있는 현대 사회야 말로 딥 워크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는 때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두 교수의 케이스는 모두 딥 워크를 통해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에 빠른 기간안에 정식 교수로 임용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회사 업무에서는 어떻게 딥워크를 적용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의 딥 워크
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의 개척자 회사들은 뛰어난 직원 복지로 유명하다. 회사에서 무상 지원되는 높은 퀄리티의 음식과 간식들, 탁구 테이블 (혹은 테이블 풋볼), 운동기구들, 그리고 이 모든것 위에 멋지게 디자인된 사무실들은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최근에는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좋은 복지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러한 복지는 사회에 진출한 밀레니얼들과 Z 세대들의 입맛에 회사들이 맞추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직원의 생산성을 최고로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투자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회사들은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 요인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에 뛰어난 직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복지 시스템 중 하나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근무 후 일에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이다. 국내에서도 카톡 금지 법과 같은 업무 시간 외에 개인의 시간을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업무 외 시간 뿐만 아니라, 현대의 지식 노동자들은 업무 시간 중 에서도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아야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직원들이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시지에 얼마나 신속하게 답변을 하는가와 같은 분주한 상태를 생산성의 척도로 삼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회사가 지금까지 분주함을 생산성의 대리 지표로 삼았던 이유는 그 편이 더 편리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질문에 대한 답이나 특정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다면, 그 순간에는 일이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즉각적인 응답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사전에 모든 여부를 계획해야 하고, 더욱 조직적이어야하며, 필요한 대상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일을 제쳐두고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릴 준비를 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업무 만족도와 성과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조건은 현재의 일을 어렵게 만든다. 슬랙과 같은 업무용 인스턴트 메신저의 부상은 이러한 태도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예다.
딥워크를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피상적인 업무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업무를 돕는 네트워크 도구의 선택에 신중해야한다. 뉴포트는 딥 워크에서 숙련 노동자인 농부의 예시를 들며, 그가 건초 포장기를 구매하지 않는 선택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 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한다. 그는 이를 도구 선택에 대한 장인 접근법이라 지칭하는데, 이는 직업적, 개인적 삶에서 성공과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를 파악한 다음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훨씬 큰 도구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했던 슬랙과 같은 그룹 챗, 메신저의 경우에는 딥 워크에 긍정적인 영향 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훨씬 많이 끼친다. 슬랙은 직원들간의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케하며 불필요한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메일에 비해 경쟁점을 가지지만,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매 분마다 울리는 슬랙의 알림 메시지라는 단점을 상쇄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회사와 지식 노동자 개인은 모두 업무에 이용하는 도구에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원문 : 우리는 항상 바쁘기만하고, 왜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할까?
글 : 이예린 / 콜라비 Contents Marketing Manager |
글: 외부기고(contribution@plat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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