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제품 해외에서 사면 100만원 싸다…이게 말이 됩니까?
가전제품을 새로 들일 때 제품의 성능, 디자인, 제조사 등 여러 가지 기준을 놓고 고민하게 되지만, 결제하기 전 조금이라도 더 싼 값에 제품을 사기 위한 가격비교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요. 보통 국내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그나마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발 빠른 직구 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 LG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만든 제품을 해외에서 역수입하고 있는데요. 오랜 배송기간,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이 직구를 감행하는 이유는 미국 등에서 같은 제품을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업체가 자국민을 우습게 한다’는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꿋꿋이 해외에서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올해 3월 유튜브에는 ‘삼성 미국 공홈에서만? 반값도 안되는 역대급 초특가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해당 영상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초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발매한 태블릿 ‘갤럭시 탭 S7’의 핫딜을 진행했습니다. 핫딜은 짧은 시일 동안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하는데요.
삼성전자는 핫딜 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판매조차 되지 않는 512GB 대용량 모델을 한화로 약 50만원에 해당하는 440달러에 판매했습니다. 해당 모델의 국내 정식 발매 가격이 256GB 기준 115만원을 웃돌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좋은 성능의 모델을 미국에서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핫딜 혜택은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삼성전자는 핫딜기간동안 갤럭시 탭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국내에서 19만8천원에 판매되는 ‘버즈 라이브’를 사은품으로 얹어줬습니다. 국내에서는 이제껏 한 번도 시도조차 되지 않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문제는 당시 핫딜 소식을 발 빠르게 입수한 국내 일부 소비자들이 발빠르게 해당 갤럭시탭 해외 직구를 시도했으나, 최종 배송지가 한국일 경우 판매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제를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극소수의 소비자만이 직구에 성공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삼성한테 뒤통수 맞은 것 같다”, “갤럭시 탭 사려던 사람들도 애플 제품 사려고 할 듯”, “차라리 둘 다 비싸게 팔면 억울하지도 않지”등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같은 제품을 해외에서 더 저렴한 값에 파는 국내 기업의 행동이 대중에 입방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할인행사를 진행하더라도 미국 할인 폭이 국내보다 더 큽니다.
실제로 재작년 진행했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같은 해 진행됐던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놓고 비교해보겠습니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의 평균 할인율을 각각 33.9%와 32.1%로 책정했는데요. 두 기업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평균 33%의 할인율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죠.
구체적인 제품을 예시로 들자면, 행사 당시 삼성전자 제품 가운데 50%에 달하는 가장 높은 할인율이 적용됐던 모델은 ‘82인치 Q900 QLED Smart 8K UHD’ 모델인데요. 기존 1184만원에 판매됐던 제품을 행사기간 동안 592만원에 판매했습니다. 최신형, 고성능 8K TV를 반값에 내놓은 것이죠. LG전자에서는 ‘82인치 4K UHD AI ThinQ’모델이 46.6%의 할인율로 나왔는데요. 할인 전 335원이었던 모델이 행사기간 동안 189만원에 팔렸습니다.
그렇다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코리아세일페스타때 두 기업은 어떤 할인율을 국내소비자들에게 제공했을까요? 우선 두 기업은 블랙프라이데이행사 때와는 달리 정확한 할인율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평균 할인율이 14% 안팎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같은 달 진행된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삼성전자는 UHD TV 3종, QLED TV 3종 등을 판매했지만 정확한 할인율도,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모델도 명시하지 않았는데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판매 가격을 놓고 보면 평소보다 많아야 5~10% 할인된 가격이라고 본다”라고 평했습니다.
비교적 할인 관련 정보가 공개된 LG전자의 경우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75인치 UHD TV 1종과 65인치 OLED TV 2종을 판매했는데요. 당시 LG전자 관계자는 “출하가격 기준 최대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통상 출하가격은 매장 판매가격보다 높게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할인율은 평균 14%대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관련 종사자들은 추정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할인된 가격이 미국에서 할인 전 가격보다 더 비싼 때도 있다는 것인데요.
예컨대 LG전자의 OLED TV B9G 모델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동안 399만원에 팔렸지만, 미국에서는 할인 전 가격이 296만원입니다. 할인 혜택 없이도 미국에선 평소 100만원 가량 싼값에 팔리고 있었다는 건데요. 이밖에 행사기간 동안 할인이 적용된 모델 역시 국내에선 10개 안팎을 오갔지만, 미국에선 LG전자가 30여개, 삼성전자는 47여개에 달하는 제품에 할인을 적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판매 가격에 차이를 두는 것일까요? 두 기업의 관계자들은 “미국 시장이 국내보다 훨씬 크기에 박리다매 형식을 취해도 이득을 남길 수 있다”라며 “해외 수출용 제품은 몇 가지 기능이 빠진 경우도 있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가격과 해외 가격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데요. 실제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LG전자의 스마트 TV는 TV를 시청하면서 녹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인 ‘타임머신’ 기능이 빠져 있습니다.
이외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사후관리비용 및 배송비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라 국내 판매 가격과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사후관리 비용이나 배송비를 포함하더라도 여전히 한국보다 해외에서 싼값에 제품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컨대 아마존닷컴에서 LG전자의 47인치 LEDTV를 구매하면 5년간 무상방문 수리를 위해 5만5천원만 추가로 지불하면 되는데요. 배송비 역시 첫 구매일 경우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국내보다 싼 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해외에선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은 미국 내 대형유통업체들 앞에선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대형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할인율은 제조사보단 유통업계가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외 국내에선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기에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서울 소재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가격이 높은 제품을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기업들이 굳이 가격을 낮게 책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기업 제품이 해외에서 더 싼 값에 판매되는 상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은 ‘국내 기업이 자국민을 우습게 안다’는 의견과 ‘현지 상황에 맞게 가격을 설정한 것이다’라는 의견 사이 어느 의견에 더 동조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