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만 입장 가능” 돈많고 젊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VVIP룸
코로나19가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가운데 유독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업계가 있는데요. 손님이 붐비는 것으로도 모자라 혹시나 자신이 살 수 있는 수량이 부족할까 하는 걱정에 영업 개시 전부터 긴 대기 행렬이 문밖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에게 꿈같은 얘기로 느껴지는 이 사례의 주인공은 바로 백화점인데요.
백화점이 코로나19 사정권에서 빗겨 나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단연 MZ 세대가 꼽힙니다. 업계 사람들은 백화점 1층 명품관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대가 한층 어려졌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매출 상승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MZ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백화점의 노력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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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 해 유독 언론에 많이 등장한 단어를 꼽자면 상위 순위에 ‘MZ 세대’가 반드시 꼽힐 텐데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출생자들을 이르는 MZ 세대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경제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Z 세대의 머리글자를 따 ‘민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소비활동에 적극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들의 소비특성을 나타내는 예시로는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각종 SNS에서는 비싼 음식을 먹거나 명품을 산 인증샷을 올린 뒤 ‘플랙스 했다’고 표현하는 MZ 세대들의 게시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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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생각으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힘들게 모은 돈으로 자신에게 명품을 선물하곤 하는 일부 MZ 세대들이 소비 성향은 국내 명품업계의 몸집을 키우는데 한몫했는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명 ‘에루샤’라 불리는 명품업계 삼대장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라는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인 지난해에도 각각 4천190억 원, 1조 460억 원, 9천2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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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MZ 세대들의 큰손 행보는 백화점에서도 이어졌는데요. 현대백화점이 공개한 지난해 연령대별 명품 소비행태 자료에 의하면, 20대가 32.8%, 30대가 30.8%로 명품 소비의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에서 나타났으며,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명품 소비 매출의 48%가량이 2030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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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들은 2030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현대백화점의 경우 ‘영앤리치’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2030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한데 이어 아예 30대 이하 VIP 고객만 입장할 수 있는 ‘클럽 YP 라운지‘를 선보였습니다. 클럽 YP는 젊음을 뜻하는 영어 단어 ‘영(Young)’의 앞 글자와 우수고객을 뜻하는 ‘VIP’의 마지막 글자를 합한 것으로 가입대상은 현대백화점 카드로 3천만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 혹은 봉사활동·기부 우수자 등이 해당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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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간의 구매 실적에 기반해 다음 분기 혹은 다음 연도에 혜택이 적용되는 보통의 VIP 멤버십과 달리, 가입 신청 바로 다음날부터 명품 구매 시 6개월 무이자 혜택, 발레파킹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클럽 YP 내부 디자인은 미국 언론 ‘타임(TIME)’으로부터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에 선정된 바 있는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하이메아욘’이 참여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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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을 시작으로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클럽 YP 라운지를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위드코로나 이후에는 YP라운지에서 MZ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신상 쇼케이스, 소규모 파티 등의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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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MZ 세대들의 겨냥해 별도의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는데요. 지난 9월 일산점 1층에 들어선 ‘다락 별장’은 아늑한 인테리어에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의 상품을 고객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들로 채워진 것이 특징입니다.
일산점은 다락 별장 오픈 이후 MZ 세대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이외 신세계백화점도 MZ 세대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제품을 선호하는 데서 착안해 ‘홈스타일링 전문관’을 새로 선보인 이후 2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하는 효과를 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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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백화점 매출에서 MZ 세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국내 백화점들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2030세대 실무 직원을 배석시키거나, MZ 세대로 구성된 미래사업 팀을 조직하는 식으로 2030세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으려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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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영앤리치를 사로잡으려는 백화점들의 다양한 노력 그 이면에는 젊은 층에서 양극화 현상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2030세대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는 35배 가까이 벌어졌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30대에 비해 본격적인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20대의 경우 상속과 증여가 급증하면서 자산 격차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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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 관계자는 “20대의 열에 아홉은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특출난 능력이 없는 이상 부모님이 주신 상속, 증여 외에는 내 집 마련을 위한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젊은 층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한 경제학과 교수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심리적 효과뿐만 아니라 노동의욕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라며 “자산 격차가 발생하는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불균형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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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비 시장의 큰 주축이 된 MZ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각개 전투에 나선 국내 백화점들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백화점 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유통사들이 향후 2030세대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