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합격’ 5시간 만에 취득 가능한 자격증, 알고 보니…
이어 관계자는 “자격증 1개 발급비용은 11만원이지만 5개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30만원으로 할인된다”라고 말했는데요. 막상 듣고보니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등록은 하지 않은 서 씨는 “동화구연은 몰라도 베이비시터나 산후관리사는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별 노력 없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건 좀 무서운 거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누룽지전문가, 군입대설계사, 출장세차마스터, 결혼상담사 등 이름만 봐도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지는 이 자격증들은 실제 발급되고 있는 민간자격증인데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하면 2020년 기준 8330개 기관에서 3만4590개 종목의 자격증이 발급되고 있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홈페이지나 문의할 수 있는 번호조차 없는 경우가 수두룩한데요.
아예 본인들이 만든 자격증으로 전문성을 입증하려고 하는 곳도 있습니다. 예컨대 한 필라테스 학원은 필라테스 관련 자격증을 만든 뒤 학원 소속 강사들이 이 자격증을 갖고 있다며 전문성을 홍보하는데요.
보통 민간자격증을 전문적으로 발급해주는 교육원들은 대부분 강의와 시험료는 무료로 진행된다고 수강생들에게 설명하는데요. 정작 시험에 합격하고나서 실제 자격증을 손에 들기 위해선 발급 비용이 듭니다. 민간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자격을 정하다 보니 발급비용은 몇만 원부터 몇십만 원까지 천차만별인데요.
여기서 문제는 정부가 민간자격증의 허술한 관리실태를 인지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다 한들 제재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민간자격증 영역은 국가가 나서기 쉽지 않다”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관리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는데요.
교육부 역시 “민간자격증제도는 자격기본법에 따라 큰 결격사유가 없는 한 국가가 나서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라며 “다만, 피해를 보는 분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개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대대적인 제도 손질은 어렵지만, 부분적으로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실제로 그간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에서 생기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관리요원 자격은 민간기관에서 관리해왔는데요. 수상구조 관련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단체만 하더라도 70여 곳 가까이 됐으며, 이들이 발급한 자격증은 2015년 기준으로 10만 건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수상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지난 2016년 수상구조사 관련 민간자격증 전부를 퇴출시킨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관리·감독체계가 다소 허술한 국내 민간자격증 발급 실태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돈을 들여 자격증을 땄음에도 어디서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