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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연봉’도 마다하고 여의도 떠난 금융맨들이 향하는 곳

한때 기업의 설립년도가 구직자들 사이에서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주요한 척도로 작용되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오래된 기업이니만큼 쉽게 망하지 않을 것 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죠. 그러나 최근에 기업이 설립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구직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조직을 떠나 스톡옵션, 비교적 수평적인 업무문화 등을 찾아 나선 이들이 증가한 것이죠. 이는 비단 국내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닌데요. 미국엔 ‘월스트리트가 지고 실리콘밸리의 시대가 왔다’라면 국내에선 ‘여의도 시대가 가고 판교의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수억원의 연봉을 올리던 여의도 증권맨들이 유니콘기업으로 몰리는 현 상황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카카오뱅크 야놀자 크래프톤 등 국내 유니콘기업의 주요 직책에는 이미 투자은행에서 이직한 주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있습니다 예컨대 현재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배동근 씨는  JP모건 홍콩  IB(투자은행 )본부장 출신인데요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출신입니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중인 야놀자의 최찬석 최고투자책임자는 본래  KTB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데요 .

유니콘 기업 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기업과 같은 신사업 분야로 직장을 옮기는 증권맨도 있습니다한화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소속 연구원이 지니너스랩지노믹스 등 바이오테크기업으로 이직해 인재유출을 겪었는데요.


구직시장에서 금융사를 떠나 테크 기업으로 향하는 금융맨들의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월스트리트에서는 능력있는 인재를 고용하고자 초봉을 16만달러까지 올렸음에도 금융업계의 인재 유출 현상은 가속화돼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젊은 인재들이 투자은행을 더는 자신을 갈아넣을 만한 가치있는 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미국의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가 최근 일 안하는 토요일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만 보더라도 휴일 밤낮없이 일해야했던 금융맨들의 노동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국내 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는 인력 이동 규모를 보면 한국도 테크 중심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풍부한 유동성을 무기로 한 유니콘기업들이 인재 유입에 지금처럼 계속해서 나서면 경력 인재난은 장기적인 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전문가들은 소위 금융맨증권맨들이 고액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이유로 과중한 노동강도 및 금융사 특유의 보수적인 업무문화를 꼽는데요.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사에선 규모가 큰 M&A를 동시에 여러건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최근엔 IPO(기업공개열풍으로 업무량이 평소보다 배로 늘었다고 지적합니다인력 충원은 쉽지 않은데 일은 많아지고 IPO, M&A 경험을 충분히 쌓은 대기업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은 많아지니 과다한 업무량이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증권사에서 일하는 주니어 연차는 출근시간은 눈치껏 퇴근시간은 새벽2라는 말도 나옵니다년차가 오래된 이들도 업무량이 과도하긴 마찬가지 인데요. 10년차 경력의 한 애널리스트는 억대연봉을 받는다고 하지만 연봉을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시급도 안될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업계를 떠나는 인재들이 속출하다보니 업계 내부에선 도제식 직업훈련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인정하고 고급인력을 단기 임대형식으로 접급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요국내 중견규모의 투자은행을 이끌고 있는 모 대표의 경우 올해 입사한 젊은 직원들을 따로 불러 3~4년 일해 성과를 내면 원하는 스타트업에 이직할 수 있도록 직접 나서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스타트업 만큼의 연봉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사람을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라며 적어도 우리와 함께 일할 때만큼은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해서 일하자는 개념을 접근해 직원들을 설득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빅테크 업계가 사업 분야를 넓혀 인재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자본시장 업계의 인재유출은 갈수록 심해지리란 전망이 나오는데요카카오의 경우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인보험은행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채용을 펼치고 있어 사업 영역이 겹치는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일부 계열사에선 사내 직원이 주변인맥을 활용해 개발자를 추천해 그 직원이 일정 기간 근무했을 시 추천인에게 1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네이버 역시 지난해부터 임직원 인재 영입 추천제도를 운영해 임직원이 추천한 인력이 입사했을 시 추천인에게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편경제적 보상 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 업계의 수직적인 기업문화도 인재유출을 가속화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심하고 있다는 3년차 현직 애널리스트는 억대 연봉을 받지만 매일같이 새벽근무에영업 문화에 시달리느니 새로운 환경에서 또래와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각자 고육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국내 한 증권사는 근속년수가 5년이상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안식년 휴가를 제공하는가 하면가족에 대한 지원제도강화성과급 상향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지금까지 인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스타트업 탓에 인재난을 겪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 업계에 대해 알아봤는데요새벽 근무가 일상인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자본시장업계의 인재유출 문제는 향후 더 심각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2021.08.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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