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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피클코

회삿돈 50억원 횡령한 회장님이 유통업계 연봉킹 등극한 까닭

큰 힘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명대사를 들어보셨나요? 이 말은 큰 권력을 가질수록,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그만큼 큰 책임감을 견뎌야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최근 한 국내 대기업 총수가 큰 비리를 저질러 옥중에 있는 상태임에도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에 대중들은 ‘오너리스크의 결정판’, ‘총수가 회사 주가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부부가 나란히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면서도 어떻게 유통업계 ‘연봉킹’에 등극할 수 있었는지 그 내막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4월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 삼양식품은 지난  2020년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에게 퇴직금  118억 1700만원 , 근로소득  23억 5800만원 도합  141억 75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는데요 . 전인장 전 회장의 아내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퇴직소득  40억 6600만원에 근로소득  3억 4100만원을 더해  44억 7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

이들 부부는 작년  1월 검찰 조사에서  2008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박스 및 라면 제조 원료를 본사에 납품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50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난 바 있는데요 . 전 전 회장은 여러 곳의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월  3천여만원의 월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조사로 해당 범죄가 드러난 이후 전인장 전 회장은  3년형을 받고 재작년부터 줄곧 복역 중인데요 .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역시 횡령 혐의로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취업이 제한됐습니다 . 그러나 삼양식품에서 김 사장이 삼양식품의 매출증대를 이끈 불닭볶음면 기획 및 수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경영성과가 있다며 취업 승인을 요청함에 따라 그녀는  7개월 만에 복귀에 성공하게 되죠 .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녀가 복귀한 자리는 다름 아닌 ESG위원장 자리. 작년부터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ESG는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두루 지키고자 하는 경영가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삼양식품 측에선 “오너 일가는 횡령 금액을 이미 다 배상했고, 오너의 책임경영이 필요해 김 총괄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도 올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재계에서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회사 내부 ESG조직 최고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 맞지 않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돈을 빼돌려 회사에 피해를 준 사람이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 ”라며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복귀한 경영진이 또다시 고액의 보수를 받으면서 과거의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
소액 주주들 역시 김 사장의 복귀에 반발하고 있는데요 . 삼양식품 소액 주주들은 법률 대리인을 선임한 뒤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방지 , 준법 감시체계 구축 ,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

한편, 오너 일가 부부의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삼양식품 측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요. 삼양 식품 측은 “작년 전 전 회장과 김 사장이 받은 급여에서는 퇴직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연봉 개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전 전 회장은 퇴직금으로 일반인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140억원 상당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기업 임원들의 퇴직금 산정 기준은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데요. 보통 1년 일하면 한 달분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전 전 회장은 4.5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았습니다. 한국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보통 직원들 지급률을 1로 봤을 때 임원들은 통상 3으로 잡는다”라며 “4.5는 아무리 임직원이라 할지라도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옥중에서도 100억 단위의 연봉을 받거나, 업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총수들의 연봉은 계속해서 오르니 지금껏 기업 총수들이 연봉 적정선을 놓고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예컨대 롯데그룹은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신동빈 회장은 112억원 이상의 보수를 가져갔습니다. 또한, 이부진 대표가 이끄는 호텔신라 역시 직원들의 임금은 삭감한 반면 이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전년 대비 17억원이나 뛰었는데요.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총수들이 자신이 받을 보수를 직접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받을 연봉 상한선을 정하면 이를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구조인데요 . 이사진들의 의견이 주주총회에서 거절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셀프 연봉 책정 ’이 가능한 것이죠 .


책임과 성과에 따른 보상은 당연하나, 단지 기업의 총수라는 이유로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묻지마 고액 연봉’은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사외 이사들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소수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식으로 총수들의 임원 보수 승인에 대한 견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스라엘의 경우 기업 오너들이 받아가는 연봉에 대해 소액 주주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도 이런 식으로 임원 연봉 산정에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해야 총수들의 연봉을 둘러싼 논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옥중경영을 하면서도 유통업계 연봉킹으로 등극한 진 전 대표에 대한 얘기부터 기업 총수들의 셀프연봉책정에 대한 논란까지 다뤄봤는데요. 여러분은 기업 임원들의 연봉 책정 논란이 줄어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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