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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못해낸 걸 성공했다” 대통령도 내돈내산한 국내 업체

노조와 기업은 사이가 좋을 리 만무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노사갈등은 유독 언론에서 자주 화제가 되곤 하는데요. 자동차 업계 노조는 고임금과 잦은 파업 탓에 여론도 고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그런데 최근 기득권 노조에 발목이 잡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온 자동차 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는데요. 노조가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기업은 미소를 띤 채 지켜보고 있는 혁신적인 시도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업계 근로자가 받는 평균 연봉의 40%만 받고, 노조의 파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산된 차량은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가 국내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재작년 오랜 기간의 진통 끝에 겨우 설립된 신생회사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지금껏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제조업계의 판을 뒤흔들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GGM은 그간 임금 인상을 이유로 매년 파업을 반복한 노조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온 현대차가 지분율 1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 있는데요. 최대 주주는 21%의 지분을 확보한 광주광역시가 돈을 내서 만든 광주그린카진흥원입니다.

지난 14일 현대자동차는 GGM이 생산하는 첫 차량 캐스퍼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배가량 1000CC인 캐스퍼는 1385만 원부터 판매를 시작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운전석 시트까지 완전히 앞으로 접혀 세계 최초 ‘운전석 풀폴딩 시트’를 장착하는 등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GGM의 주요한 특징은 국내 완성차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차량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다는 것인데요. 현대자동차 그룹은 그간 BMW·볼보·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온라인 판매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판매직 노조원들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 일자리가 불안정해진다”라는 이유로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외 노사관계와 임금 측면에서도 GGM은 그간 자동차 업계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GGM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5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는데요. 호봉제 대신 시급제를 도입했으며, 지난해 기아차와 현대차의 생산직 평균 연봉이 각각 9100만 원, 88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 연봉에 비해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GGM은 노조도 없습니다. 대신 근로자와 임원이 함께 참여해 꾸린 상생협의회가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는데요. 상생협의회는 GGM이 누적 생산 차량이 35만 대가 될 때까진 복지 수준과 임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즉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기 전까진 노조 파업과 단체협약 교섭에 나서지 않기로 한 것인데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본 병폐에서 자유로운 GGM이 성공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판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사실 자동차 노조는 GGM 출범을 놓고 꾸준히 거부 의사를 내비쳐 왔는데요. GGM은 지난 2014년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뒤 2018년 현대차가 지분투자 의향서를 광주광역시에 제출하면서 본격 논의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현대차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사업 방해에 나섰는데요. GGM 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해 기자회견을 열고 ‘GGM 사업 참여 중단과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한다’고 밝혀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GGM 사업 논의에 참여했던 한 고위 인사는 ”노조는 자기네들 연봉의 40%만 받고 일하는 자동차 회사가 만들어지면, 자신들의 고임금이 정당화될 수 없을까 봐 우려하는 것 같았다“라며 ”한국노총의 경우 노조 등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논의에 임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 듯 보인다“라고 평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 마침내 재작년 1월 GGM 투자협약식이 열리고 같은 해 9월 법인이 설립됐는데요. 올해 4월에는 GGM 생산공장이 완공됐습니다. 1998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이후 무려 23년 만에 국내에서 새롭게 완공된 자동차 생산공장이죠. GGM은 올해 1만 6천 대, 내년 7만 대를 생산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는데요. 이후 연 1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채용인력 역시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천 명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민주노총은 2018년 당시 GGM 사업에 대한 논평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렇다면 GGM 사업이 본격화된 현재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지난 14일 웹사이트를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GGM 1호 차 캐스퍼의 사전 예약 판매에는 현대차 내연기관차 가운데 최다 기록인 1만 8940건의 접수가 몰렸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가 예약 첫날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경쟁력 있는 가격은 물론 디자인, 공간성, 안전성 등 여러 가지를 갖춘 다재다능한 상품성 때문”이라며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고객 직접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등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광주형 일자리’로 처음 생산하는 캐스퍼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문 대통령은 캐스퍼의 사전예약 신청 첫날인 14일 오전 직접 인터넷을 통해 차량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두고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캐스퍼 사전예약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상생형 지역 일자리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노조의 훼방을 딛고 국내 최초 온라인 차량 판매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GGM에 대한 정보를 알아봤는데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캐스퍼를 시작으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자동차 업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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