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애플'이라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린 업계1위의 몰락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10명 중 8명은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처럼 없으면 안되는 것이었죠. 이런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1위, 세계 점유율 2위를 기록한 회사가 있습니다. MP3 플레이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 ‘아이리버’입니다. MP3 플레이어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아이리버는 최근 과거의 모습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이리버의 근황을 살펴보겠습니다.
MP3 열풍을 이끌었던 '아이리버'
1세대 벤처기업의 성공 신화
전혀 새로운 디자인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는 레인콤이라는 이름으로 1999년 7명으로 출범해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의 80%,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MP3 플레이어의 최강자가 됐습니다.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해 5년 만인 2004년엔 매출액이 4,5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죠.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고 양덕준 전 레인콤 대표는 우수한 기술력과 특별한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벤처기업의 신화가 됐죠.
Youtube @Du-Seok Park @비디오머그 |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양 전 대표는 미국까지 찾아가 MP3 플레이어의 디자인을 의뢰합니다. 양 전 대표가 미국까지 건너가 만들어낸 제품이 삼각형의 특별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iFP-100’ 시리즈입니다. LCD 화면에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춘 이 작은 MP3 플레이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iFP-100시리즈 이후에도 목걸이형 MP3 플레이어와 미키마우스를 연상케 하는 예쁜 디자인의 MP3 플레이어를 선보였습니다.
끝내 넘어서지 못한 애플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정면승부
소프트웨어 앞세운 애플
Youtube @비디오머그 |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게이츠에게 최고의 혁신이라 극찬받은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는 2001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팟’을 내세우며 MP3 플레이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때 아이리버를 라이벌로 지목하기도 했죠. 이에 아이리버는 미국 현지에서 사과를 씹어먹는 광고를 내며 애플과의 정면승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못했습니다. 2004년 4,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아이리버는 2년 만인 2006년 1,000억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입니다. 반면 애플은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60%(2005년 매출 기준)나 장악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야말로 애플에 참패를 당하게 된 것이죠. 몇몇 전문가들은 아이튠즈 같은 소프트웨어와 아이팟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를 함께 공략한 애플이 하드웨어 개발에만 집중한 아이리버를 이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디바이스의 저변을 늘리다
사라지는 MP3 플레이어
다양한 라이프 디바이스 출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공략하던 애플은 2007년 MP3 플레이어에 휴대전화를 결합한 ‘아이폰 디 오리지널’을 출시하게 됩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MP3 플레이어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과 같았죠. 이후 MP3 플레이어는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리버의 디바이스에 대한 열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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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로 성공한 회사답게 보이스 레코더나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등 오디오 관련 디바이스를 꾸준히 생산했습니다. 게다가 선풍기나 음파 전동칫솔, 휴대용 충전식 손 난로, 스마트 체중계 등 라이프 디바이스를 제조해 판매하기도 했죠. 최근엔 중저가 TV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명싱살부 제조 명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음원 유통 사업의 강자로 부상
SKT에 인수된 후 급성장
SM·JYP·빅히트와 손잡다
애플에게 패배한 것을 만회하기 위함일까요. 아이리버는 디바이스 제조뿐 아니라 다양한 활로를 찾기 시작합니다. 2009년, 기존의 레인콤이란 사명을 아이리버로 변경하고 애플의 아이튠즈와 비슷한 음악 스토어인 ‘아이리버 뮤직’을 서비스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진 못했죠. 이후 2014년, 음악 사업을 재개하려는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인수했습니다. SK텔레콤의 인수로 아이리버는 적자행진을 청산하고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죠.
SK텔레콤 음악 사업의 교두보가 될 아이리버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FLO’의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음악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M, JYP, 빅히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3사의 음원 유통을 책임지게 됐죠. 아이리버는 단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나, 음원 유통에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IC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모습의 음악 소비 행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글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