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인기’ 창문형 에어컨, 중고시장에 쏟아지는 이유는 바로…
올여름 예년보다 짧은 장마 이후 하루 최고기온 35도 이상의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사태로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방마다 에어컨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방냉방’ 트렌드가 새롭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폭발적인 수요를 자랑하는 가전제품이 있는데요 바로 창문형 에어컨입니다.
실외기가 내부에 탑재돼 있어 공간적 제약이 덜할뿐더러 기존 스탠딩 에어컨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에어컨이 있더라도 서브용 에어컨으로 창문형 에어컨을 하나 더 들이고 있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는데요. 이렇게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한편 중고나라에서는 저마다의 불편함을 이유로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은 창문형 에어컨을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현재 생산설비를 증설해야 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면서도 중고나라 매물로도 쏟아지고 있는 창문형 에어컨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일체형 에어컨으로 전문 설치기사를 따로 부를 필요 없을 정도로 설치가 빠르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가격대 역시 최소 50만 원에서 비싸면 70만 원 안팎을 오가 기존 스탠딩 에어컨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사실 창문형 에어컨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창문형 에어컨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은 지금의 LG전자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금성이 1968년 내놓은 ‘GA-111’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크기가 작고 가격이 26만 9980원으로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당시 창문형 에어컨은 스탠딩 에어컨에 비해 소음이 크고 냉방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창문형 에어컨의 반짝 인기는 급격히 식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가격이 저렴해 주로 저렴한 모텔·여관에 설치되면서 ‘여관방 에어컨’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죠.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006년, 2012년도에 창문형 에어컨을 단종시켰는데요.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제조사들의 기술력 발달로 소음은 크게 줄어들고 냉방력이 강화된 창문형 에어컨이 속속들이 출시되면서 다시금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는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집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방마다 개별 냉방의 필요성이 급증한 것도 창문형 에어컨의 수요에 불을 지핀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요.
국내 창문형 에어컨의 부활의 화살을 가장 먼저 당긴 업체로는 파세코가 꼽힙니다. 이 업체는 재작년 국내 최초 세로형 에어컨을 출시한 뒤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냈는데요. 파세코는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1만 2천 대의 창문형 에어컨을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1초에 한 대씩 제품이 팔린 격이며 파세코가 창문형 에어컨 판매로 3일간 기록한 매출만 하더라도 약 91억 원에 달하는데요. 해당 제품은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아 하루 8시간 정도 사용해도 월 전기료는 2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최근 원룸에 파세코의 창문형 에어컨을 들였다는 대학생 이모 씨는 “박스에 동봉된 거치대를 창틀에 고정하고 에어컨 본체를 끼우면 되기만 하는 간단한 설치법이라 실제 박스를 뜯고 에어컨을 처음 켜보기까지 30분도 채 안 걸렸다”라며 “창문형 에어컨이 소음이 심하다고 해 걱정했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일상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세코의 창문형 에어컨의 출고가는 75만 9천 원인데요. 6평형 벽걸이 에어컨이 50만 원 안팎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외 삼성에서 내놓은 창문형 에어컨 ‘윈도 핏’의 출고가는 84만 9천 원인데요. 21센추리의 창문형 에어컨은 58만 9천 원으로 경쟁사 대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자랑하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소음이 크다는 혹평이 많은 편입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당분간은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가 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재작년 3만 8천 대에 머무르던 것에서 지난해 14만 3천 대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라며 “올해는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창문형 에어컨의 수요는 갈수록 폭증하는 가운데 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데요. 대표적인 이유로는 본래 창문형 에어컨의 대표적 단점으로 꼽혀왔던 소음과 냉방 성능이 거론됩니다. 최근 창문형 에어컨을 구매했다 한 달 만에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박모 씨는 “크기가 작고 설치가 쉽다고 해 창문형 에어컨을 아이 방에 놔줬는데 생각보다 시원하지도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로 소음이 커 팔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는데요.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창문 에어컨은 중국에서 제조해 국내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제조자 개발 형태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중국의 요요 전자에 생산을 맡기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 한두 곳에서 만든 창문형 에어컨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라며 “브랜드와 디자인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비슷한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중고매물이 거래되는 사이트에서는 1시간에 5개 이상의 창문형 에어컨의 판매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창문형 에어컨이 중고매물로 되팔 리는 이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소음 문제가 꼽히는데요. 제조사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수면에 거의 영향이 없는 35데시벨 수준의 소음이 발생되는 것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방해될 정도로 소음이 신경 쓰인다는 사용 후기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소음을 측정할 땐 제한된 환경에서 소음을 측정하는 만큼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소음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제품 완성도와는 별개로 ‘저소음’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판매사의 광고도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예컨대 제조사가 제시한 35데시벨 수준의 소음은 냉방 성능을 가장 약하게 해놨을 때 수치이며, 어느 정도 냉방력이 확보되는 표준 모드의 경우 세탁기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수준의 소음인 50데시벨을 기록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제품 수준을 비롯해 어느 환경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천차만별인 만큼 에어컨 구입 전 창문형 에어컨과 스탠딩 에어컨 사이 어느 쪽이 더 적합할지를 두고 충분히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소비자 학과 교수는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창문형 에어컨을 두고 여전히 냉방 성능과 소음 문제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며 “유행에 편승하기 보다 제품 구입 전 꼼꼼한 사전조사를 통해 지금의 집에 창문형 에어컨이 적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름철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전제품인 창문형 에어컨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창문형 에어컨 구매를 결심하신 분들이라면 중고 매물 사이트를 먼저 확인해보시는 것도 저렴하게 해당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