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 10만원’이던 단역배우 “요즘 연 매출 10억 찍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시상식 축하공연이 있죠. 바로 지난 2017년 진행된 백상예술대상에서 단역배우 33명이 ‘꿈을 꾼다’라는 노래를 부른 무대입니다. 진심을 담아 열창하는 배우들 모습 뒤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과 이름이 화면에 소개됐는데요. 당시 톱스타들의 수상소감보다 이 무대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는 여론이 높았습니다.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하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는 연예계에서 단역배우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이 50만 원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도 있는데요. 무려 17년간 배우라는 한길을 꿈꿔왔으나, 생계의 어려움에 부딪혀 나선 사업에서 연 매출 1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배우가 있습니다. 그가 사업을 꿈꾸게 된 배경과, 큰 수익을 가져다준 사업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아이돌, 배우 등 웬만큼의 팬덤을 몰고 다니는 연예인들의 SNS에는 공통적으로 이 사진이 있을 텐데요. 바로 팬 혹은 동료 연예인들이 보내준 커피차 사진입니다. 17년 차 배우로 활동 중인 박상혁 씨는 배우로서 촬영이 없는 날이면 커피차를 몰고 촬영장으로 출근하는데요. 박 씨는 ‘엑시트’, ‘국가부도의 날’, ‘버닝’, ‘1987’등 굵직한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뮤직비디오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오로지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친구들과 상경한 박상혁 씨는 하나둘씩 친구들이 배우로서 먼저 지켜보며 때론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전역 후 서른 살에 이르기까지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다 꿈을 위해 오랜 기간 달려온 박 씨에게 꿈을 좇는 대신 돈을 벌어야겠다는 확신이 들게 한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고향에서 어머니의 뇌 수술 소식이 들려온 것인데요. 그러나 단역배우로만 활동 중인 그의 통장 계좌에 찍힌 돈은 10만 원뿐이었습니다. 박 씨는 ”덜컥 겁이 났다“라며 ”내 꿈만 지키다가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는데요.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까 고민하던 차에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커피차입니다. 그는 영화 촬영을 위해 세트장에 머무르던 당시 목이 말라 커피가 마시고 싶었지만 매니저도 없는 단역 배우에게 커피를 사다 줄 사람이 없었던 경험을 떠올려 찾아가는 카페, 커피차 사업을 떠올리게 됐다는데요.
초기 자본금 3500만 원으로 시작한 커피차 사업은 시작부터 순조로웠으나 얼마 안 가 위기가 찾아왔는데요. 전국 각지의 대형 쇼핑몰과 행사를 찾아다니며 하루 150잔에서 200잔의 커피를 팔았던 박 씨는 코로나19 이후 행사가 뚝 끊겨 매출의 부진을 한동안 겪어야만 했습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가 찾은 방안은 커피차 운영의 비중을 행사보단 연예인 서포트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인데요.
이후 매출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해 박 씨는 사업을 시작한 지 3여 년 만에 매출이 30배 늘어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매출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커피 매출만 놓고 보자면 150잔 기준 70만 원이 수익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박 씨는 커피 판매 수량에 따라 1회 매출이 차이가 나지만 최소 60만 원에서 최대 40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평균으로만 놓고 보자면, 일 매출 평균이 150만 원에 달하는 커피차 두 대를 운영 중인 박 씨의 월 매출은 약 10억 8천만 원을 자랑한다는데요.
커피차 사업은 기계, 인테리어, 보증금 등 초기 창업 비용이 최소 수억 원대에 이르는 일반 카페 창업과 달리 초기 자본금이 5천만 원 안팎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요. 시작에 비교적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커피차 사업은 결코 만만하게 볼 사업은 아닙니다. 연예인 커피차의 경우 다른 이들이 요청이 있어야만 촬영장에 나갈 수 있기에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영업전략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데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다수의 연예인 커피차의 경우 커피차 출장비 및 음료값을 제외한 연예인 현수막, 컵홀더 제작 등은 서비스로 진행해 이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도부터 연예인 커피차 사업을 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커피차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디자인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라며 ”드라마 촬영장일 경우 드라마 명대사를 활용한 문구를 만들어 홀더를 제작하고, 촬영장을 갈 때마다 메뉴판까지 서포트 나가는 연예인의 사진을 넣어 새롭게 제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메뉴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도 필수인데요.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쉴 틈도 없이 메뉴 개발연구에 열을 올린다는 박상혁 씨는 ”현장에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 메뉴 위주로 계속해서 메뉴 구성을 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밝혔는데요. 처음엔 20가지가량의 메뉴만 제공됐던 박 씨의 커피차는 현재 70종류의 음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의 커피차 재 주문율은 70%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한편, 커피차 사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워라벨을 지키면서 일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촬영장은 영화 혹은 드라마 내용에 따라 움직이기에 종종 새벽에 커피차를 찾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8년간 커피차 사업을 해오고 있다는 박모 씨는 ”엄청 추운 겨울 산속에서 진행되는 사극 촬영장에 나간 적 있는데 물을 컵에 넣자마자 물이 바로 얼어버려서 물통에 핫팩을 다닥다닥 붙이기도 하고, 꽁꽁 언 머신을 녹이려고 기계를 다 분해해 드라이기로 녹인 적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연기에선 비록 빛을 못 봤지만 뒤늦게 시작한 사업에서 억대 연봉을 올리게 된 배우 박상혁 씨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사업을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그를 앞으로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